퇴사인류 보고서 - 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
김퇴사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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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전기의 지배계층의 유머 모음집 가운데 ‘태평한화골계전’이란 책이 있다. 제목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태평한 시대 한가한 때에 주고받은 우스갯소리"이다. 이 책에 대해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조선시대 전기의 피지배 계층 서민들도 자신들끼리는 유쾌한 개그를 많이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생활의 유용한 활력소로 삼았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피지배계층의 개그는 기록에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라고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오늘날, ‘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를 부제로 달고 있는 <퇴사인류 보고서>라는 책이 있다. 500년 전의 피지배계층 유머는 전승되지 않았지만,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이어질 오늘날의 피지배계층의 유머가 담긴 이 책을 소개한다.

지구에서 탈출해서 우주로 날아가고 있는 것만 같은 회사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표지다. 과연 퇴사에 성공한 것일까? 회사에서 퇴사하는 것은 전 지구적인 탈출을 의미하는 걸까? ‘퇴사인류’에 대해 저자는, “퇴사한 날로부터 며칠간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라고 뒤표지에 써놓았다. ‘며칠간’이라고 기간한정을 해놓은 문장이 웃프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모두가 퇴사인류를 꿈꾸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땅바닥에서 구직자로 줄을 서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 책은 “백날 입으로는 때려치운다지만 몸은 착실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 시대 직장인들의 희노애락에 대하여” 쓰고 있다. 미국코믹스 슈퍼맨 그림체여서 그런지 회사란, 슈퍼맨같은 능력이 있어야만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슈퍼맨은 크립톤 때문에 그런 능력이라도 얻었지, 일반 지구인은 무슨 힘으로? 라는 생각도 든다. 표지 하나만으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 툰에도 잘 나오지만 정말 때려치는 사람들은 입으로 때려치운다고 광고하지 않는다. 정말 그만 둘 사람들은 이런 책을 집지 않고 이직에 도움이 되는 책을 잡을 것이다. 그저 퇴사인류를 꿈꾸는 노가리를 통해 동료와 함께 유머를 나누며 피지배층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피터 버거가 쓴 <현대사회와 신>에서 “유머를 듣고 유머를 말하는 순간 우리 내면에 용기와 기쁨, 일체감 등이 느껴지면서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져버린다”는, 유머의 ‘초월효과’를 획득한다. 이 책에서처럼 유머와 풍자는 암울한 시대를 비추는 한줄기 빛처럼 다가오고 회사원을을 구하는 힘이라고. 그러니 이 책은 어쩌면 퇴사를 앞둔 사람보다 사장님이 보셔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적으로 야근이나 일하는 시간이 아닐 때는 자유를 좀 보장해주라고. 기본만 지켜줘도 일하는 시간에 사람인에서 얼타지 않는다고!

p.s 매일 회사가기 싫다는 김아빠 이엄마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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