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ISTANCE*에곤 실레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한 젊은이의 얼굴이 표지에 그려져있다. 아마도 연필이나 펜 한 자루로 그렸을, 이 그림을 들여다보면, 한 선, 한 선, 쌓여 이 저항하는 청춘의 얼굴로 완성되었음이 보인다. 그림 속 인물은 책 속 주인공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작가로 보이기도 한다. 레지스탕스라는 저항군 옷을 입고 그 무게에 눌리지 않기 위해 한 줄, 한 줄 써내려가 이 책을 완성한 ‘이우’라는 작가의 얼굴 말이다. 어리석은 투명함이 8할은 될 청춘을 묘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특히 ‘이유없는 반항’의 제임스딘과 ‘비트’의 정우성이라는 양대산맥과 겹치는 시기의 인물서사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도 십대를 보내지 않고서는 성인이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작가가 용기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이야기는 항상 옳다. 다 같은 닭장이지만 급이 다른 기성품 계란을 양산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심지어 그 닭장을 그리워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아는 나이여도 고등학교 이야기는 흥미롭다. *“유구한 전통을 보존하고 자명한 진리를 숭상하는 참된 명월인이 되자”(p.293)라는 이념을 가진 명월고등학교에서 기윤이와 민재가 만나는 이야기다. 민재는 ‘파리는 어떻게 나치에 저항했는가’라는 책을 보고 기윤이에게 저항하고 투쟁하는 ‘레지스탕스’를 권유한다.(까지만 스포를 하려한다)*인상적인 부분은 고등학교 졸업식이었다. 물론 기윤이에게 충격적인 일이 있은지 얼마 안 되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희뿌연 안갯속에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p.443)” 이런 부분은 함께 저항할 동료도, 저항할 대상도 갑자기 사라져버린 막막함으로 읽혔다. 마치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이념을 따르는 레지스탕스들이 고등학교 졸업하는 순간, 적들이 갑자기 삭제되어버린 아이러니한 해방감처럼 말이다.*읽으면서는 <데미안>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모먼트들이 있었다. 독일과 한국 스타일의 차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윤이 서른살일 때 시작되는 액자소설이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레지스탕스’라는 민재의 시집을 다시 읽으며 19장에서 기윤이 새롭게 갱생하는 부분은 달랐다.(19장으로 끝나는 기윤이의 이야기도 맘에 들었다. 20장은 오롯이 이 책을 읽은 독자의 몫일테니)*민재로부터 시작된 저항이 기윤이에게 옮겨붙어 활활 타오르며 이 책은 마친다. 그래서 이 책이 빨간 표지로 뒤덮여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참 뜨거운 책이다. 피가 뜨거워야 이 책을 완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뜨거운 사람이라면 데일지도 모른다. 금방 식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열기를 좀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