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 워크 저널 -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카일라 샤힌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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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워크 저널,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검은 천으로 감싼 촉감의 이 책 표지 위에는 THE SHADOW WORK JOURNAL이라는 글자와 가운데 빈 액자, 그리고 그 글씨의 그림자 버전으로 밑에 드리워져있다. 저자 카일라 샤힌의 가리키는 보물지도의 여정을 따라 이 책에 나의 글들을 가득 메우면 이 액자 틀 안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그것은 순전히 나의 몫에 달려있다.

*카를 융은 “진정한 자기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장과 개성화(자기실현)의 과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 그림자 탐구가 꼭 필요하다고 믿었다.”(p.17) 그러니까 ‘Shadow Work’이란, 그림자 작업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림자 탐구’를 의미한다. 총체적으로는 “자신의 그림자를 조건 없이 사랑”(p.24)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수지 작가님의 <그림자 놀이>라는 그림책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려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 여자아이는 아이이고, 나는 어른이다 마음 먹으며 도전!!

21페이지에는 ‘생각의 덫’의 키워드가 적혀있다. 닻 내리기(맨 처음 내린 판단이 이후 모든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 확증 편향(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생각을 더 선호하는 것), 반발심(다른 사람의 요구와 반대로 하려는 반응), 매몰 비용의 오류, 더닝 크루거 효과, 역효과, 쇠퇴론, 액자효과, 부정 편향 이라는 이 9개의 키워드들이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많이 되었다. 충조평판이 남으로부터 오는 덫이라면, 여기에 적힌 이것들은 나 스스로가 꼬아버린 풀리지 않는 덫이라는 생각이 들엇다. 특히 나의 마음 속에 청개구리 심리에 대해 상당히 의아한 점이 있었는데 ‘반발심’이란 덫으로 존재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심지어 이건 나에게만 덫이 아니라 남에게도 덫으로 작용한다는 것. (아니 그럼 반발심은 일반적인 건데 자꾸 요구하는 사람은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책의 앞부분(한 50쪽 정도)를 되새기며 2장부터는 글쓰기에 도전한다. 처음부터 완전한 문장이 아니라 빈칸 채우기 정도로 가볍게 워밍업정도이니 부담은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생각해볼 질문에 대한 답을 쓰는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정해진 틀에 맞추려고 내 개성의 일부를 감출 때가 있는가? 어떤 경우에, 어디에서 그런지 생각해보자.“라는 질문은 X세대시절부터 서태지님이 그렇게 노래했는데도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 내가 변한 것이 없구나를 느꼈다!

*직접 쓰다보면 내 글씨가 나의 정신상태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왜 인지 내가 리얼리즘 소설의 작가가 된 느낌도 있다. 화려한 일상을 게시하는 SNS의 반대선상의 글쓰기를 하다보니 찌질하고 치사한 소시민인 ‘나’라는 인물을 확인하는 반복적인 글쓰기아닌가 싶은 순간이 온다. 하지만 아무도 안 보여줄거고, 니들의 ‘내면의 아이’도 마찬가지잖아라는 뚝심으로 인내해보았다. 이후 시각화 명상을 돕는 영상도 볼 수 있고 ‘나의 숨은 그림자찾기’(p.205)는 나만 적는게 아니라 온 가족이 다 같이 적는것도 의미있겠다 싶은 부분이었다.

”인생에 기적을 일으킬 힘은 이미 내 안에 있다!“라는 띠지를 두른 이 책을 쓰며 나의 그림자를 탐구한 것을 한 장씩 채워질때마다 잡지에 싣는 느낌이다. 나의 그림자가 실체를 드러낼수록 마냥 불안하고 우울하고 외롭고 혼란스러웠던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처음에는 매우 진중하게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유치한 나를 마주하는 게 좀 ‘어이없기 시작했다. (어이없다는 표현이 매우 정확하다) 이후 나는 내면의 아이에게 다양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예를 들자면 ”데렐라 너 인물 과물입 중?“ 요런식으로 나의 그림자꼬라지에게 친해서 할 수 있는 장난을 치는 수준이 되었다.(잘되고 있는 건지는 잘..)

*그리고 글쓰기란 정말 치유 효과가 있는 Work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 나도 내가 글쓰기 연습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 인스타에 이렇게 많은 글을 올릴 거라고는 시작하기 전에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이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지만 다들 글쓰기하면 손사레친다. 그런 사람에게 이 <섀도 워크 저널>을 추천한다. 그리고 다꾸에 진심인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그것보다 훨씬 자신에게 도움이 많이 될, 불꾸(불렛 꾸미기)!!!! 어떠신지?
#새도워크저널#푸른숲#불렛저널#셀프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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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 인류의 삶을 뒤바꾼 공진화의 힘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지음, 김준홍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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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대학교수인 피터 J. 리처슨과 로버트 보이드 두 명의 저자가 2005년도에 집필한  <Not by Genes ALone>을 2009년 <유전자만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김준홍 교수님이 번역하신 적이 있다. 이 책을  2024년 을유출판사에서 다시 한번 교정하여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재출판했다. 영어제목을 구글번역으로 돌려보면 ‘유전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나온다. ‘유전자만이 아니다’라는 첫 제목 보다 ‘유전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느껴진다. 이번 제목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로 제목이 진화되었다.독자의 문해력에 따라 공진화한 제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ㅋ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문화는 ‘중요하다’부터 시작해서 ‘존재한다’, ‘진화한다’, ‘적응이다’, ‘비적응이다’, ‘문화와 유전자는 공진화한다’, 그리고 7장 ‘모든 문화는 진화론의 시각에서만 이치에 맞다’로 맺는다. 이 책의 서문에서는 이 책을 읽기 위한 기초단계로 진화사회과학(진화론을 사용하여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하는 학문)의 세 학파를 알려준다.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를 다루고 있는 ‘진화 심리학’과 인간행동의 다양성을 연구하는 ‘인간행동생태학’, 그리고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다. 그렇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세 번째 연구자들인 것이다.(번역가 역시 그렇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 중심이라면 이 책 중 모든 챕터에 문화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이 책은 유전자와 함께 진화하는 ‘문화’ 중심인 셈이다. 유전자 관련 책은 몇 권 읽었지만 공진화에 대한 이해도는 턱없이 부족했던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물들이라도 잘 보존해서 함께 살아가자는 생태학 관점의 최재천교수님의 이야기가 공진화론의 베이스일 꺼라는 오해아닌 오해를 한 셈이다. 하지만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손꼽히는 고전이라는 최재천 교수님의 추천사 응원에 힘입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워낙에 저출산문제 큰 나라라 그런지 이 이슈를 ‘부적응’으로 다룬 5장이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 “역사상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출산을 제어한다는 것은 놀랄만한 부적응이다. 인간이 지구의 생태계에 해를 입히는 존재라는 관점에서는 그렇게 제어하는 것이 칭찬받을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연선택이 선호할 만한 행동은 아니다.”(p.252)

“현대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은 유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커다란 실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p.253) 저출산이라는 문화의 부적응이 유전자 관점으로는 '커다란 실수'이고 이것이 나중에 어떻게 해석될지 궁금한 부분이다. 자연신학에 대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눈과 같이 매우 완벽한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히 그것을 설계한 초자연적인 신이 존재한다는 주요한 증거였다.”(p.255)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동물들 특히 문어의 눈 설계에 있어 조잡함은 오히려 “진화의 역사가 설계자의 손이 빚어낸 것이 아니라 눈이 먼, 점차적인 자연선택에 의해 개선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p.255)라며 진화론 쪽의 설명을 덧붙여주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적응주의적인 추론은 생물학자의 가장 강력한 도구 가운데 하나다.”(p.254)라고 인정하기도 한다.

 6장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장은 우유는 처음부터 완전식품이 아니었음을 알려주며 시작한다. 사피엔스는 우유 속 당 성분인 락토오스를 소화하는데 필요한 효소가 부족하게 태어났다. 소를 가축화시키며 낙농업이 발전한 지역에서부터 진화되었기에 ‘성인의 락토오스 소화의 진화는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한 사례이다’(p.316)라고 한다.

결국 유전자만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도 함께 진화한다는 주제에 관한 책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 인간과 99%의 유전자가 동일한다는 침팬지같은 영장류와 다른 점이라고 설명해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모방을 할 수 있고, 누적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는 동물은 없다. 반면, 인간은 그렇지 않다. 거대한 진화적 구도에서 볼 때 인간의 사회적 학습 체계는 유전자와 함께 독립적인 승계 메커니즘으로 취급될 수 있다.(p.18)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팬지는 압도적으로 채집 식량에 의존하는 반면, 인간 식량 채취자는 추출 혹은 사냥으로 얻은 식량 자원으로부터 대부분의 열량을 얻는다.”(p.219) 이런 부분은 유전자로는 단 1% 다를 뿐이지만 함께 진화해온 문화의 차이가 이 영장류와 사피엔스와의 차이로 읽혔다.

2005년도 미국에서는 저출산에 대한 논의가 진화사회과학에서도 활발한 주제였구나를 새삼 느꼈다. 또 미국의 대학에서 이렇게 논문으로 책으로 서로의 의견이 왔다갔다하며 사회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부러웠다. 우리나라 학회의 일반적인 모습과 비교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뭔가 이런 진화론은 우리나라 젊은 층과 잘 어울리는 이론인데. 진화사회과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내놓을 우리의 MZ 학자들을 기대해본다.

#유전자는혼자진화하지않는다#김준홍#을유출판사#유전자#진화론#공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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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인사이트 - 배터리 지식의 총집편
정용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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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지식의 총집편
<2차전지 인사이트>
흔들리는 전기차 패권, 누가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것인가?

이 책의 소감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재벌집막내아들’이 삼성가와 한국의 발전사를 보여줬다면, 이 책은 2차전지를 둘러싼 전 세계강국들의 전쟁같은 사랑 싸움을 목격한 느낌이다.(특히 이 책의 1장, ‘전기사회의 서막, 2차전지의 미래’와 2장, ‘정치와 정책으로 맥락 읽기’) 4차산업에 들어선 오늘날, 태양력, 풍력처럼 흐르는 전기를 붙잡아둘 2차전지가 가장 큰 베이스산업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전기자동차 뿐만 아니라 수많은 코드리스 제품들과 전기먹는 하마, AI산업, 그리고 AI의 몸체가 될 로봇과 드론 등 오늘날의 일상은 에너지를 충전해놓을 수 있는 2차전지의 발전이 관건인 세계다.

나도 왕년에 공모주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한 주 받았더랬다. 다들 상장되자마자 팔던데 나는 이름이 맘에 들어 팔지않았다. 에너지 솔루션! 석유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이당시에는 동해바다에 석유이슈가 없던 상황) 에너지 솔루션을 해결해줄 종목이라는 부분이 참 맘에 들었다. 상장되고 더 살 마음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 물려있는 애들이 많아 개미중에서도 가장 작은 개미인 나는 한 주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작년인가 한참 최고가를 찍을 때도 난 팔지 않았고(이땐 게으름으로) 현재는 ‘주식투자란, 너처럼 하는 것이 아니다’를 보여주는 표어처럼 아직도 소듕하게 보유중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아 이 종목이 그래서 그때 높아졌다가 지금은 낮아졌구나’를 (이제사!!!) 알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 띠지에는 “2차전지 투자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문구를 미스코리아처럼 둘렀음을 알 수 있다.


3장 ‘2차전지 투자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에서는 전기화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2차전지에 대해 접근한다. 화학도가 아니라면 용어가 좀 생소할 수도 있지만 2차전지에 재료가 한 두 개 들어가는게 아니므로 이 정도는 읽어줘야 4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렵게 쓰지 않았다. 저자의 이력때문일 것이다. “현재 신한투자증권에서 자동차, 2차전지 섹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책날개 저자 소개에서 발췌) 최소 이정도는 읽어줘야 4장 ‘2차전지 투자 매트릭스’에서 권하는 현재 2차전지에 뛰어든 기업들의 정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가 소듕하게 생각하던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공시 매트릭스도 있어 눈여겨보았다.

이 책은 2024년 5월 소식까지 담고 있는 핫한 책이다. 그러니 AI의 단물이 다 빠져 씹던 껌처럼 느껴지는 투자자들에게 이 책을 ‘당장’ 권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1장부터 충격이었다. 전기자동차의 노동력은 내연기관을 쓰는 현재의 자동차 조립시 필요한 노동력의 10%만 필요하다는 부분과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10%를 차지한다는 점을 읽으며 앞으로 우리나라 노조가 가야할길은 어디인가를 생각해보며 자동차산업이 정치적인 이유를 여기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또한, 미중패권싸움이 결국에는 2차전지 싸움이란 것과 세계정치나 외교는 결국은 에너지때문이라는 것도. 석유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사피엔스는 달라진 것이 딱히 없다는 것도.
#2차전지인사이트#원앤원북스#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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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너머의 세계 -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에릭 호엘 지음, 윤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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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경과학으로 ‘의식’이라는 저자의 내재적관점을 ‘책’이라는 외재적 관점으로 표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식을 향한 젊은 신경과학자의 오래된(!) 질문과 설명, 그리고 숙제로 가득한 문장들이 담겼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내재적관점이 담긴 의식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쓸 글들이 저자가 말한 외재적관점이 되는건가, 나만의 무한궤도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세계 너머의 세계, The World Behind the World>는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나에게 의식이란, 아니 무의식은 프로이드가 말한대로 바닷물속 잠겨있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빙하부분 정도의 입문지식에 불과했다. 과연 이 책을 읽고 나는 빙하 너머의 펼쳐진 세계가 보일 것인가 기대가 되기도 한 제목이다.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중 하나는 내재적관점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의식을 상세하게 묘사(...) 내재적 관점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문학적 서술기법”(p.56)으로서 소설을 이야기한다. “소설가는 뛰어난 재능을 갖춘 능력자이자 인간의 내면세계를 마음대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창조자다”(p.57)라고 이야기하며 영화와 비교한다. 아무래도 내재적 관점을 대사나 연기로 표현한 장르를 영화라고 보는 저자의 의견은 주제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다른 하나는 외재적관점을 잘 보여주는 과학이라는 키워드다. 여기서부터 본론이 시작된다. 과학의 점진적 발달을 주장하는 칼 포퍼나 혁명적 발달의 쿤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후자를 지지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에서 우울증이라면 햇빛을 받으며 세로토닌을 분비시키라는 정보를 얻었는데 “수십 년간 조사연구를 철저하게 진행해 온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과 세로토닌 수치 사이에 입증된 연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p.92)라는 저자의 설명은 개인적으로 충격받은 부분이다.

이어 행동주의 심리학자이며 심리상자로 유명한 스키너와 노벨상을 받은 프랜시스 크릭, 제럴드 에델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이어진다. (사실 이 부분은 뭔가 젊은 피이자 MZ세대 저자란 이렇구나를 덤으로 읽었다) 또한 대학에서 저자가 몰두했던 통합정보이론의 다섯가지 공리에 대해 다섯가지 장단점을 기술한다.

의식연구에 있어서 좀비논증과 공주와 철학자와의 편지 부분은 흥미는 있었으나 진도가 빠른 감이 없지 않아 이해하는데 애를 좀 먹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 전문가가 된 후에는 더 이상 우주선이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고 상상할 수 없게 된다”에서 “약혼을 취소한 것이다”(p.238) 로 인과부분이 이어지는 이 부분을 읽으며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할머니의 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다른 시공간에서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내재적 관점으로 다가오는 의미를 굳이 외재적관점으로 밝혀야 하는 목적에 대해서도.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부분이 책장을 넘기기 힘든 부분이었다.

이후 의식을 파헤칠 도구로서 과학의 불완전성에 대해, 드디어 ‘인과적창발성’이라는 범위와 자유의지에 대해 설명하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끝이 멋있는 책이었다.

“작가는 세상에 생각과 모습을 드러내고 고백해야 한다. 나는 작가로서 그에 따른 자유가 아찔하고 무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면에서 그런 자유는 오랫동안 추구해 온 역사적인 꿈, 즉 과학적 세계관에서 후퇴하지 않고 과학적 발견에 확고하게 기반을 두면서 목청껏 크게 소리치는 자유에 해당한다.”(p.376)라고 고백한다. 또한 저자, 작가들이 소리치는 그 모든 것들을 들을 수 있는,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책을 끝맺는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저자 에릭 호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세계 너머의 세계를 의식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의식이라는 빙하를 오르내리는 탐험가를 자처하는 저자의 고백과 그를 관찰하게 된 나는 부디 이 빙하가 오늘날의 기후위기처럼 녹아내리지 않기를, 책 속의 마카크 원숭이처럼 그저 음식을 갈망하는 의식을 발견하는 일 보다는 ‘질적인 부분과 특유한 형이상학적 생태계에 해당하는 양적인 부분이 만나는 혼합지대를 탐구’하는 목소리를 들려주기를 응원한다.


p.s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이라는 세계 너머의 세계를 보았음을 고백한다. 왜 이런 저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미국인 특유의 모험과 즐기는 그들의 DNA라는 내재적관점과 탐험이라는 외재적관점은 새삼 수동적이고 관성적인 나에게 불을 지피기도 한다. 얼마나 가려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저자만의 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엿본 기회이기도 하다.
2. 나는 이 책이 의식을 과학이라는 외재적관점이라는 도구로 밝혀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필독하기를 권한다. 의식이 신경과학에서 눈에 보이는 그날이 바로 인간과 싱크로율 100%되는 인공지능이 탄생하는 날 아닐까 생각해보며.

#세계너머의세계#에릭호엘#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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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소년 표류기 팡세 클래식
쥘 베른 지음 / 팡세미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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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생존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시선은 지극히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 흐름으로 돌아가는 ‘현대사회’에 맞춰져 있다. -소설가 천선란”이라는 띠지를 두른,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를 소개한다.

쥘 베른의 또 다른 소설인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동물주인공들이 나오는 만화(!)로 나 어릴적 KBS에서 방영한 적 있다. 중절모를 쓴 사자아저씨가 배 또는 기구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내용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1828년생 프랑스인 입장에서, 배를 타고 낯선 땅에 내리면 다 자기땅이 되는 마법의 총균쇠를 가진 시대 한가운데 살았으니 이런 어드벤쳐가 즐거웠을 수도 있겠다라는 삐-뚤어진 마음을 가져보기도 한다.

YBM 시사 출판사의 빨간 영한대역문고 중 <파리대왕>이 집에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이 둘을 교묘히 섞어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자크가 죽으려나? 언제 죽으려나? 이상하다, 분명 어린애가 죽었는데? 기다리며 읽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뉴질랜드 오클랜드에는 ‘체어먼’이라는 학교가 있었다. 여기에 다니는 학생 14명은 1860년 2월 14일, 슬루기호를 타고 6주간 항해를 할 예정이었다. 너무 두근댄 나머지 하루 전날밤 배에서 잔다. 눈떴더니 태평양 한가운데였다. 그나마 배에 대해 아는 13살 프랑스인 브리앙과 12살 모코라는 흑인 견습선원이 부러진 돛 재생해가며 겨우 어떤 섬에 도착하게 된다. 14살 미국인 고든과 열세살 영국인 도니펀, 그의 꼬붕 윌콜스, 웨브, 사촌 크로스와 가넷, 서비스, 백스터, 브리앙의 동생 자크, 그리고 9살 아이버슨, 젬킨스와 8살 돌과 코스타까지 총 15명이 이 섬에 2년 정도 표류하며 겪는 일들이다.

나는 작가가 왜 15명이나 이 섬에 가둬야했을까?가 가장 궁금했다. 아이들보다 먼저 이 섬에 표류되어 홀로 죽은 보두앵을 생각하면, 혼자보다는 집단이어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조건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또 15명이라 한 ‘사회’로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프랑스인 브리앙과 영국의 우두머리인 도니펀을 따르는 두 무리로 나뉜다. 또 섬에 도착해 이름을 짓는데 서쪽 곶이 3개라 각각의 나라 이름을 따서 명명하는 모습에서는 제국주의 나라 아이들 답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어린 소년들에게도 시계태엽을 감는 일이라든가, 달력 체크하는 책임을 나눠주고, 벡스터에게는 일지를 기록하게 한다. 1년이라는 임기가 있는 지도자를 뽑기도 하고 도니펀이 아이들 몇을 데리고 떠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작게는 어떤 목적을 가진 그룹에서, 크게는 국가라는 집단인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그런 것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가 이 열다섯 소년들이 이 섬에서 살아가는 나날들 속에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들이 몇 가지있다. 먼저 어른들. 배를 훔쳐서 노예선 장사하려는 악당 어른들도 이 섬에 표류하게 된다. 애들보다 쉽게 타인을 배신하고, 결국에는 모두가 죽는 어른의 모습과 아이들의 모습이 대비되며 참 아이러니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보다 낫다는 쥘 베른의 결론에 공감했다. 또 하나는 책의 표지다. 책 반 정도 보다가 표지에 그려진 아이는 누구였지? 브리앙인가?했다. 곱슬머리에 고동색 피부였다. 이 책에서 견습선원으로 나오는 유일한 흑인 열두살 모코가 메인 표지 모델이었다. 14명의 백인아이들 속 유일한 흑인소년. 돛이 쪼개졌을 때 다시 돛을 세워야 된다고 브리앙에게 이야기해주던 소년. 섬에서도 아이들의 요리를 책임지던 소년. 브리앙에게 자크를 용서할 것을 권유하는 소년이다. 이렇다보니 책의 마지막부분에서는 케이트 아주머니가 이후 도니펀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후기를 남기는데 나는 오히려 모코의 행방이 더 궁금해져버렸다. 모코가 책의 표지로 그려진 미니팡세 출판사의 이 책, 너무 좋다.

p.s 1. 몰랐는데 슬이는 이 책을 2-3년전에 읽었다고 한다.(헐?) 하지만 얘가 잘 기억을 못한다. 얘는 누가 죽어야 기억하는 스타일이다. 슬이도 나중에 <파리대왕>읽으면 날닮아 섞어서 기억할 확률 99.9999를 느낀다.

2. 그와중에 제일 나이 많은 고든을 미국인 시켜준거 보면 프랑스인 쥘 베른은 영국놈들은 참 싫어하지만 그래도 미국인에게는 우호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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