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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너머의 세계 -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에릭 호엘 지음, 윤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이 책은 신경과학으로 ‘의식’이라는 저자의 내재적관점을 ‘책’이라는 외재적 관점으로 표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식을 향한 젊은 신경과학자의 오래된(!) 질문과 설명, 그리고 숙제로 가득한 문장들이 담겼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내재적관점이 담긴 의식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쓸 글들이 저자가 말한 외재적관점이 되는건가, 나만의 무한궤도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세계 너머의 세계, The World Behind the World>는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나에게 의식이란, 아니 무의식은 프로이드가 말한대로 바닷물속 잠겨있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빙하부분 정도의 입문지식에 불과했다. 과연 이 책을 읽고 나는 빙하 너머의 펼쳐진 세계가 보일 것인가 기대가 되기도 한 제목이다.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중 하나는 내재적관점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의식을 상세하게 묘사(...) 내재적 관점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문학적 서술기법”(p.56)으로서 소설을 이야기한다. “소설가는 뛰어난 재능을 갖춘 능력자이자 인간의 내면세계를 마음대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창조자다”(p.57)라고 이야기하며 영화와 비교한다. 아무래도 내재적 관점을 대사나 연기로 표현한 장르를 영화라고 보는 저자의 의견은 주제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다른 하나는 외재적관점을 잘 보여주는 과학이라는 키워드다. 여기서부터 본론이 시작된다. 과학의 점진적 발달을 주장하는 칼 포퍼나 혁명적 발달의 쿤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후자를 지지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에서 우울증이라면 햇빛을 받으며 세로토닌을 분비시키라는 정보를 얻었는데 “수십 년간 조사연구를 철저하게 진행해 온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과 세로토닌 수치 사이에 입증된 연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p.92)라는 저자의 설명은 개인적으로 충격받은 부분이다.
이어 행동주의 심리학자이며 심리상자로 유명한 스키너와 노벨상을 받은 프랜시스 크릭, 제럴드 에델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이어진다. (사실 이 부분은 뭔가 젊은 피이자 MZ세대 저자란 이렇구나를 덤으로 읽었다) 또한 대학에서 저자가 몰두했던 통합정보이론의 다섯가지 공리에 대해 다섯가지 장단점을 기술한다.
의식연구에 있어서 좀비논증과 공주와 철학자와의 편지 부분은 흥미는 있었으나 진도가 빠른 감이 없지 않아 이해하는데 애를 좀 먹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 전문가가 된 후에는 더 이상 우주선이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고 상상할 수 없게 된다”에서 “약혼을 취소한 것이다”(p.238) 로 인과부분이 이어지는 이 부분을 읽으며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할머니의 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다른 시공간에서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내재적 관점으로 다가오는 의미를 굳이 외재적관점으로 밝혀야 하는 목적에 대해서도.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부분이 책장을 넘기기 힘든 부분이었다.
이후 의식을 파헤칠 도구로서 과학의 불완전성에 대해, 드디어 ‘인과적창발성’이라는 범위와 자유의지에 대해 설명하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끝이 멋있는 책이었다.
“작가는 세상에 생각과 모습을 드러내고 고백해야 한다. 나는 작가로서 그에 따른 자유가 아찔하고 무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면에서 그런 자유는 오랫동안 추구해 온 역사적인 꿈, 즉 과학적 세계관에서 후퇴하지 않고 과학적 발견에 확고하게 기반을 두면서 목청껏 크게 소리치는 자유에 해당한다.”(p.376)라고 고백한다. 또한 저자, 작가들이 소리치는 그 모든 것들을 들을 수 있는,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책을 끝맺는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저자 에릭 호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세계 너머의 세계를 의식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의식이라는 빙하를 오르내리는 탐험가를 자처하는 저자의 고백과 그를 관찰하게 된 나는 부디 이 빙하가 오늘날의 기후위기처럼 녹아내리지 않기를, 책 속의 마카크 원숭이처럼 그저 음식을 갈망하는 의식을 발견하는 일 보다는 ‘질적인 부분과 특유한 형이상학적 생태계에 해당하는 양적인 부분이 만나는 혼합지대를 탐구’하는 목소리를 들려주기를 응원한다.
p.s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이라는 세계 너머의 세계를 보았음을 고백한다. 왜 이런 저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미국인 특유의 모험과 즐기는 그들의 DNA라는 내재적관점과 탐험이라는 외재적관점은 새삼 수동적이고 관성적인 나에게 불을 지피기도 한다. 얼마나 가려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저자만의 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엿본 기회이기도 하다.
2. 나는 이 책이 의식을 과학이라는 외재적관점이라는 도구로 밝혀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필독하기를 권한다. 의식이 신경과학에서 눈에 보이는 그날이 바로 인간과 싱크로율 100%되는 인공지능이 탄생하는 날 아닐까 생각해보며.
#세계너머의세계#에릭호엘#흐름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