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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 인류의 삶을 뒤바꾼 공진화의 힘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지음, 김준홍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평점 :
캘리포니아대학교수인 피터 J. 리처슨과 로버트 보이드 두 명의 저자가 2005년도에 집필한 <Not by Genes ALone>을 2009년 <유전자만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김준홍 교수님이 번역하신 적이 있다. 이 책을 2024년 을유출판사에서 다시 한번 교정하여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재출판했다. 영어제목을 구글번역으로 돌려보면 ‘유전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나온다. ‘유전자만이 아니다’라는 첫 제목 보다 ‘유전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느껴진다. 이번 제목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로 제목이 진화되었다.독자의 문해력에 따라 공진화한 제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ㅋ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문화는 ‘중요하다’부터 시작해서 ‘존재한다’, ‘진화한다’, ‘적응이다’, ‘비적응이다’, ‘문화와 유전자는 공진화한다’, 그리고 7장 ‘모든 문화는 진화론의 시각에서만 이치에 맞다’로 맺는다. 이 책의 서문에서는 이 책을 읽기 위한 기초단계로 진화사회과학(진화론을 사용하여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하는 학문)의 세 학파를 알려준다.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를 다루고 있는 ‘진화 심리학’과 인간행동의 다양성을 연구하는 ‘인간행동생태학’, 그리고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다. 그렇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세 번째 연구자들인 것이다.(번역가 역시 그렇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 중심이라면 이 책 중 모든 챕터에 문화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이 책은 유전자와 함께 진화하는 ‘문화’ 중심인 셈이다. 유전자 관련 책은 몇 권 읽었지만 공진화에 대한 이해도는 턱없이 부족했던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물들이라도 잘 보존해서 함께 살아가자는 생태학 관점의 최재천교수님의 이야기가 공진화론의 베이스일 꺼라는 오해아닌 오해를 한 셈이다. 하지만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손꼽히는 고전이라는 최재천 교수님의 추천사 응원에 힘입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워낙에 저출산문제 큰 나라라 그런지 이 이슈를 ‘부적응’으로 다룬 5장이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 “역사상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출산을 제어한다는 것은 놀랄만한 부적응이다. 인간이 지구의 생태계에 해를 입히는 존재라는 관점에서는 그렇게 제어하는 것이 칭찬받을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연선택이 선호할 만한 행동은 아니다.”(p.252)
“현대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은 유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커다란 실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p.253) 저출산이라는 문화의 부적응이 유전자 관점으로는 '커다란 실수'이고 이것이 나중에 어떻게 해석될지 궁금한 부분이다. 자연신학에 대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눈과 같이 매우 완벽한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히 그것을 설계한 초자연적인 신이 존재한다는 주요한 증거였다.”(p.255)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동물들 특히 문어의 눈 설계에 있어 조잡함은 오히려 “진화의 역사가 설계자의 손이 빚어낸 것이 아니라 눈이 먼, 점차적인 자연선택에 의해 개선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p.255)라며 진화론 쪽의 설명을 덧붙여주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적응주의적인 추론은 생물학자의 가장 강력한 도구 가운데 하나다.”(p.254)라고 인정하기도 한다.
6장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장은 우유는 처음부터 완전식품이 아니었음을 알려주며 시작한다. 사피엔스는 우유 속 당 성분인 락토오스를 소화하는데 필요한 효소가 부족하게 태어났다. 소를 가축화시키며 낙농업이 발전한 지역에서부터 진화되었기에 ‘성인의 락토오스 소화의 진화는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한 사례이다’(p.316)라고 한다.
결국 유전자만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도 함께 진화한다는 주제에 관한 책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 인간과 99%의 유전자가 동일한다는 침팬지같은 영장류와 다른 점이라고 설명해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모방을 할 수 있고, 누적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는 동물은 없다. 반면, 인간은 그렇지 않다. 거대한 진화적 구도에서 볼 때 인간의 사회적 학습 체계는 유전자와 함께 독립적인 승계 메커니즘으로 취급될 수 있다.(p.18)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팬지는 압도적으로 채집 식량에 의존하는 반면, 인간 식량 채취자는 추출 혹은 사냥으로 얻은 식량 자원으로부터 대부분의 열량을 얻는다.”(p.219) 이런 부분은 유전자로는 단 1% 다를 뿐이지만 함께 진화해온 문화의 차이가 이 영장류와 사피엔스와의 차이로 읽혔다.
2005년도 미국에서는 저출산에 대한 논의가 진화사회과학에서도 활발한 주제였구나를 새삼 느꼈다. 또 미국의 대학에서 이렇게 논문으로 책으로 서로의 의견이 왔다갔다하며 사회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부러웠다. 우리나라 학회의 일반적인 모습과 비교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뭔가 이런 진화론은 우리나라 젊은 층과 잘 어울리는 이론인데. 진화사회과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내놓을 우리의 MZ 학자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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