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이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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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나는 사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소설도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누군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농담삼아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을 꼽았다. 한 명씩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소설 속 주인공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 없었다. 유명한 사람들을 차치하더라도 최근 대선에 출마했던 정치인만 봐도 그렇다. 그때 나는 그의 이력을 보며 그야말로 잘나가는 작가가 인물을 설정했어도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쓸 수는 없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게다가 어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정치성향의 다양한 매스미디어에서 다뤄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화자만 바뀌어 묘사하는 소설의 설정효과처럼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들 재미있자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나는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바랬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보통사람들을 밥 먹여 주는 민주주의가 좋은 정치라고 말한다. 그런 것 같다. 북한의 공산주의가 실패한 것은 딱 그 이유였다. 하지만 민주주의라고 맘놓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집권해온 민주당이 평범한 중간층의 백인들, 그러니까 보통사람들을 밥 먹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뽑을 때 강한 대통령을 원한다. 그가 박통처럼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줄 리더십 있는 사람이길 바라면서도 인권을 유린하고 홀로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헌법을 고치는, 그 시절 그 대통령은 원하지 않는다. 십년도 채 안된 기간에 벌어진 두 번의 탄핵으로 이 점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돌아보고 내다보고’라는 제목으로 2주 간격으로 연재한 한겨레 신문의 칼럼을 묶었다. 무조건적인 보수당의 잘못을 짚어내기보다 지난 정치의 문제점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당파적 관점을 떠나 더 큰 흐름과 구조적 요인을 짚어보려는 이철희 저자의 시선이 담겼다.

이 책은 총 3부로 1부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으로의 여정’은 작년 12월의 비상계엄에 대한 전 정권이 가진 문제점들을 다뤘다. 검찰이라는 권력, 트럼프식 스타일을 밀어붙이는 윤석열의 극우 정치, 그리고 법에 정통한 그가 보여주는 버티기는 한국의 민주주의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2부 ‘윤석열 정부와 검찰 공화국은 어떻게 몰락했는가’에서는 읽다보면 대통령이 아니라 왕이고자 했던 그에게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구가 참 잘 어울린다. ‘검찰 공화국’의 문제점은 한겨레출판사의 다른 책, <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이라는 책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2부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3부 ‘팬덤·극단주의에 사로잡힌 한국 정치의 오늘’에서는 미국의 모습과 우리나라에서 정치 양극화가 시작된 노통과 박통의 시점을 다시 들여다보며 오늘날의 팬덤, 극우, 포퓰리즘의 원인을 찾아보고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좋은 정치임을 이야기한다. 사회적 불평등과 싸우지 않는 민주주의는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우리의 다수가 보통사람이기에. (이 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에게는 극우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서로 자신들의 목소리만을 바벨탑처럼 쌓더니 무너져버리고 저 밑으로 떨어져 파편화된 목소리들만 메아리처럼 울려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저자는 두 번의 탄핵에서 보여준, 우리가 가진 회복탄력성을 짚어낸다. 그 탄력이 다 하기 전에, 정치에 대해 무관심과 혐오를 갖기 전에, 보통 사람들이 불안없이 밥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한국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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