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새 교과서를 받는 날, 낑낑거리며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펼쳐보는 과목은 나의 경우 국어였다. 내가 봤던 책이 있을까, 아는 수필가의 이름이 있네, 하며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런 날이었다. 아이의 교과서도 신기했다. 신학기에 집에 들고 오지 않고 바로 사물함에 넣기 때문에 학기말에나 그것도 “국어는 가져와서 구경시켜주면 안돼?” 요청을 해놓아야 볼 수 있었다. 요새는 이렇게 크네, 그림이 많네, 이런 걸 배우네, 신기해하며 아이에게 “라떼는”을 시전하곤 했다. 이제 아이가 중학교 입학이 멀지 않아 거기선 무엇을 배울까 더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내가 배웠던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은 그대로이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많은 출판사에서 중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시리즈를 펴낸다. 그중 2010년 초판 이후 지금까지 230만 독자에게 선택받은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가 최신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으로 2026년 중학교 2학년이 배우게 될 새 국어 교과서에 대비하는 최신 개정판이다. 그중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 중2 시>를 소개한다. 새로 바뀐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 10종에 실린 작품 중 시를 시인과 현직 국어 교사가 꼼꼼히 골라 교과서에 수록된 시 중 35편을, 교과서 밖의 시 7편을 더해 총 42편의 시를 담았다.
1부 ‘반짝이는 말, 엇갈린 마음’에서는 “반어, 역설, 풍자 등의 개념과 학습 요소”(p.7)를 주로 담았다. 2부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에는 시 속에서 말하는 이, 흔히들 작가라고 여겨 시험문제에서 틀리는(!) 화자에 집중한다. 3부 ‘시대의 숨결 속에서’에는 작품에 반영된 시대, 고려,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들을 담아 시인이 전하고자 한 시대상황과 사회문제를 살펴본다. 4부 ‘너의 마음에 닿는 세상’에서는 “문학은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고, 보이지 않던 문제들을 바라보게 하는 안내자”(p.7)의 시의 역할을 중학생들이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공감의 경험에 닿을 수 있도록 돕는다.
처음에 중학생들이 접할 만한 시라면, 짧은 시로 유명한 하상욱 시인의 시가 있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이전 교육과정 개정 때 수록되어 있었다. 올해 유희경 시인이 쓴 “도넛을 나누는 기분”처럼 따끈따끈한 시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병일 시인의 “마스크 유행”은 코로나 시절의 마스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정몽주, 이방원, 정약용 시인부터 김소월, 이육사 등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인, 그리고 정호승, 나희덕, 함민복 시인의 유명한 현대시까지 고작 42편의 시만을 실었지만 꼭 있어야 할 시인들의 시는 다 모아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고민하며 이 시를 뽑았을까, 엮은이의 고심이 눈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문해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더했다. 단어의 뜻 유추나, 중심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현직 교사가 출제한 지필고사 예상 문제를 수록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평소 시를 읽고 싶었던 입문자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