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에 빠진 아이 상상도서관 (다림)
조르디 시에라 이 화브라 지음, 리키 블랑코 그림, 김정하 옮김 / 다림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멍에 빠진 아이>는 어느날 갑자기 구멍에 빠진 열 두살 소년 마르크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르크는 아빠의 집으로 가는 길에 느닷없이 구멍에 빠졌다. 걸어 오는 동안 전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마르크를 빠뜨릴 요량이었던지 더 넓지도 좁지도 않고 꼭 마르크의 몸과 똑같은 크기의 구멍이 마르크를 잡아 당겼다.
구멍에서 헤어 나려고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구멍은 마르크를 쉽사리 놓아 주지 않는다. 

마르크는 이틀 동안 구멍에 빠진 채 무력하게 팔을 괴고 있어야 했다. 낙담한 마르크를 붙들고 있는 구멍은 인적이 드문 길이었고, 인적이 드문 길에서 마르크는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몇 몇의 사람들과 동물들을 만난다. 직업과 나이와 성격과 버릇과 세계관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은 구멍에 빠진 마르크에게 세상의 찬바람을 여과 없이 그대로 전해준다. 마르크의 진심을 알아주는 거리의 개 ’라피도’ 말고는 모두가 날선 바람 거센 세상을 닮아서 괴팍하기 그지 없다.

구멍에 빠진 마르크와 마르크 앞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희망을 잃은 세대와 가치와 인정과 세계관은 망실한 채 자신의 이익과 자기 가족의 안위와 명예와 위신만을 좇아서 움직이는 주류 사회의 면모를 드러낸다. 

<구멍에 빠진 아이>는 보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의 문제를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마르크 스스로 구멍에서 나와 발에서 뻗어나간 뿌리를 잘라내듯 당신도 어떤 선택이든 하라고 말하는 듯 하다.


뉴스는 말 되는 것보다, 말 안되는 것들을 더 많이 쏟아낸다. 말 안되는 정치와 정책들이 질주해대는 요즘 조용해 보이기만 하는 광장이 무기력해 비쳐지기도 한다. 마르크처럼 모종의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했다.

"달아나지도 않을 거야. 굴복하지도 않을 거고, 입 다물고 있지 않을 거라니까. 나는 마르크야. 나에게도 나의 권리가 있어. 나는 살아 있어."


<본문 중에서>

"똑똑한 사람들은 언제나 뭔가를 궁금해하고 토론을 해. 한데 게으른 사람들은 언제나 모든 일에 대해 확신에 차 있어. ... 이 세상의 문제는 게으른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항상 확신을 갖고 있는 반면에 현명한 사람들은 의심에 차 있다는 거야"

"원래 정치인들은 두 얼굴을 갖고 있으니까. 선거에서 이겼을 때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행복한 얼굴이거나, 또 자신들이 하려고 하는 일과 그 일들이 안고 있는 자잘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힘들게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할 때 짓는 고통스러운 얼굴의 두 얼굴" 

"
아무도 구멍에 빠진 아이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귀찮고 불편하거든.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불쌍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싶으니까.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다가 텔레비전에서 뭔가 슬픈 이야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리잖아. 손가락 하나로. ...
너 같은 아이는 사람들에게 모욕이야. 모든 것이 잘 되어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