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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혁명 - 피의 나무에서 슬기의 나무로, 우리가 직접 정치하고 직접 경영하는 즐거운 혁명
손석춘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주권 혁명 - 우리가 꿈 꿔야할 이야기
손석춘 씨의 글은 참으로 다소곳 하다. 아주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그 단아한 듯한 말투를 바꾸는 법이 없다. <주권혁명> 그 안에서 말하는 그의 목소리 톤도 변함없다. 칼럼을 쓰듯이 흐르는 그의 필체도 역시 살아 있다. 그러나 힘 있다. 또렷한 울림으로 파고든다.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혁명도 이런 목소리로 진행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를 조망하고, 발 디딘 현실을 냉청하게 진단하고, 그것을 발판 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일. 사회와 손 놓고 살아갈 수 없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무언가 정치적인 것은 곧바로 기득권과 연결되어 있고, 그 기득권은 권력으로 성장하며, 권력이 되고 난 이후에는 고린내 나는 탐욕과 권력 다툼이 뒤를 잇는 법이라는 생각이 우리를 늘 어지럽히곤 한다.
허나, 정치는 올 한 해 거리를 수놓았던 수 많은 촛불의 바램처럼 아주 소박하게 내가 만들어 앞에 놓는 밥상의 건강을 살피고,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인간으로 존중 받기를 바라고, 일 할 준비를 마치고 사회에 나선 초년생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지며, 일하려는 사람들에게 등급을 매겨 이리 저리 갈라 놓거나 하루 쓰고 버리는 종잇장 취급 당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 여긴다. 그것이 누군가의 손 안에서 노닐며 쥐락펴락 할 때마다 인상 찌그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주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자신의 삶에 맞춤한 요소로 울타리를 쌓고 길을 놓고, 소통할 말의 규칙을 정하고, 가림막과 버팀목을 놓아가는 일이라면 ’낭만’이라고 말하려나?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 바로 그런 것이다.
사람들의 투표로 자리를 차지 하고 앉아 등돌릴 수 있는 현재의 방식을 국민들의 명령위임제로 바꾸어 내고, 국민의 이름으로 소환할 수 있도록 바꾸어내어, 권력과 국민 사이의 넓디넓은 간격을 좁혀낸다면, 우린 참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경주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시대, 신자유주의 시대를 이야기 하는 많은 책들을 만나지만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정치의 문제를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접근하는 책을 만나지 못했다. 읽으면서, ’정말 이렇게 된다면, 이렇게 만들 수 있다면..’ 하며 내내 마음이 설렜다. 경제의 문제 개별 의제의 문제들도 대안을 중심으로 접근하면 희망을 품게 만들지만, 역시 그 총괄에 선 정치의 희망만큼 큰 것도 없는 듯 하다. 결국은 투표라는 적극적이고도 한편 소극적인 행위를 두고 사람들은 많은 철학을 쏟아내는 것일 게다.
해를 넘기는 12월, 국회 앞은 늘 사람들로 들끓는다. 국회 안에서 소홀히 다루는 우리들의 뜻을 알아달라는 농성과 시위가 계속된다. 그들의 고단한 싸움과 용기를 ’귀찮은 일, 성가신 일’로 여기지 않을 국민들의 주권이 살아 있는 사회. 그것을 그냥 꿈으로만 둘 수만은 없지 않은가.
혹여, ’혁명’ 하면 피 비린내와 군화발 부터 떠올리고, 숙청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가장 평화로우며, 가장 생산적이며 성장과 풍요를 바라는 사람들의 이성 그득한 혁명, 세계의 역사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사례를 이루자는 간곡한 호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결코 다른 혁명들이 지닌 가치를 폄하하자거나, 모 장관의 4.19에 대한 역사적 무지함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역사가 오늘의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지혜롭게 동원하여 진정한 주권을 구현해낼 수 있다면, 정말 도전해 봄직한 일이지 않겠는가.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