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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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머리속을 이해하기 어렵던 차에 과학으로 남녀의 생각 차이를 말하는 책이라니 무척 반가웠다. 막상 집어들고는 과연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 혼란을 부추길 것인지. 살짝 걱정도 됐다.

<브레인 섹스>. 유전학 박사인 앤 무어와 생물학을 전공한 데이비드 제슬이 같이 글을 썼다. 둘은 모두 BBC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이며, 뇌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과 강연을 주로 한다. 앤 무어는 남녀의 유전학적 뇌 차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의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왕립학회가 주는 BAFTA 상을 받았고, 남녀 뇌에 관한 독보적인 연구로 세계 뇌과학계에서 주목을 받는 학자라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이들의 주장에 상당히 많이 고개를 끄덕였다. 책은 전문적인 연구 논문과 임상의 결과를 많이 인용한다.  사례들도 무척 다양하다. 전체적으로 37개의 문헌을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각 장 별로 다룬 예들은 어느 문헌의 어느 쪽을 참고했는지도 밝힌다.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딱딱하거나 어렵게 쓴 책은 전혀 아니다.
불평등한 성차별이 엄존하는 사회에서 남과 여, 그리고 그 외의 성이 갖는 생물학적, 유전적 차이를 강조하는 이 책을 내는 데 저자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생물학적 차이에 눈을 감고 사회 정치적인 해결점을 평등만을 강조하는 것은 어느 쪽에도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책을 써나갔다고 한다.

<브레인 섹스>는 말 그대로 뇌로 보는 ’성성姓性’에 관한 이야기이다. 요컨데, 남녀의 뇌는 차이가 있으며, 뇌의 차이가 남과 여의 행동과 태도를 결정한다. 남과 여의 뇌 차이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며, 사회적인 교육과 훈련 등의 영향은 생물학적 영향에 비해서 작은 영향을 미친다. 남녀 뇌의 결정적 차이는 다양한 능력과 업무 수행에서 두드러진 차이로 나타난다. 많은 사람이 인정하기 싫어해도, 남녀 뇌의 차이는 평균적으로 남자들이 큰 키를 가진 것과 제일 키가 큰 사람 역시 남자인 것처럼 객관적이며 선명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다만, 사람의 뇌도 근육과 같이 쓰면 쓸 수록 발달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발달 정도와 편차 역시 결정적 차이를 능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보완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찾을 것을 요청한다. 이제 그들이 말하는 뇌의 성별 결정 과정, 남성과 여성 뇌의 차이, 그 양상들을 들어보자.


1. 뇌의 성은 태아 시기 6주~7주 사이에 결정된다.

성이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화 되지 않듯이, 뇌의 성도 여러 모습을 갖는다. 책은 뇌의 성 결정시기를 다룬 두 과학자의 주장을 인용한다.
되르너는 3단계 즉, 신체적 성별 결정기 / 성적 취향 결정기 / 성역할 결정기로 나눈다. 1단계는 남성과 여성의 전형적인 신체 특성이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기. 2단계는 여성과 남성의 시상하부가 다르게 배열되는 시기로, 서로 다른 시상하부는 어른이 되었을 때 서로 다른 성적 행동을 나타나게 한다. 3단계는 성역할을 결정하는 시기로 공격성의 수준, 사회성, 개인주의, 모험심, 소심함 등과 같은 일반적인 성격들이 형성되며, 이렇게 형성된 성격은 사춘기가 되었을 때 호르몬의 영향으로 완전하게 표출된다. 각 단계는 유전자의 결합으로  XO, XX, XXY, XY  등으로 각기 다른 성별의 태아가 안드로겐, 테스토스테론, 에스테론 등 성 호르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뇌의 성별 특성을 갖게 되는 시기라고 설명한다.
밀턴 다이애몬드 역시 되르너와 비슷한 결론을 보이는데, 그 단계를 4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기본 성적 패턴의 결정 시기로, 공격성이나 수동성과 같은 패턴이 만들어지는 단계로, 2단계는 성적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단계, 3단계는 성적 대상 선택기, 4단계는 성적 능력의 조정기로 분류한다.
되르너의 경우 성별 결정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호르몬 이상을 확대 해석하여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일반적으로 뇌가 단계별로 형성되며 성호르몬의 영향에 따라 다른 성의 뇌로 된다는 것은 인정된다. 이에 따라서 여성의 몸에 남성적인 뇌를, 남성의 몸에 여성의 뇌를 경우도 나타난다.


2. 좌뇌와 우뇌가 따로 노는 남성 뇌ㅡ 서로 간섭하는 여성 뇌.

좌뇌와 우뇌가 서로 다른 영역을 통제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뇌는 시각정보, 공간능력, 전체적 그림, 추상적 사고, 감정 반응, 모양과 패턴에 관한 것을 처리한다. 좌뇌는 보다 이성적인 뇌로, 언어 능력, 정보처리 능력, 부분적 그림, 구체적 사고, 논리 반응, 순차적 사고들을 처리 한다. 우뇌는 왼쫌 몸을, 좌뇌는 오른쪽 몸을 통제한다.
그런데, 남성과 여성은 같은 대상을 놓고도 처리하는 뇌의 위치가 다르며, 좌뇌와 우뇌가 정보를 주고 받으며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특히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라는 신경다발의 차이가 남녀의 뇌가 생각하는 방식을 달리 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남성 뇌의 뇌량은  여성 뇌에 비해 가늘고 덜 발달하여 좌뇌와 우뇌가 따로 정보를 처리한다.
예를 들면, 어떤 수학적 문제를 풀 때, 남성의 뇌의 수학문제를 풀 때는 우뇌가,  언어를 구사할 때는 좌뇌가 따로 따로 놀지만, 여자의 경우는 어떤 문제를 풀 때도 좌뇌와 우뇌를 같이 쓴다는는 얘기다.  남성의 뇌는 수학문제에 전문화된 뇌 영역만 쓰지만, 여성의 뇌는 다른쪽도 사용하여 집중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여성은 언어 정보와 시각 정보를 남성보다 더 잘 통합하고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목소리나 몸짓, 얼굴 표정에서 드러나는 정서의 미묘한 차이를 더 잘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여성의 뇌는 이성적으로 분석할 때에도 감성이 개입을 하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거나, 감정을 섞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한편 남성은 분노나 좌절의 감정을 오래 가져 가는데  비해 여성은 분노나 좌절의 감정을 오른 뇌를 동원해 빠르게 해석해 내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뇌량의 차이가 보여주는 특성이라고 한다.


3. 성적 특성을 따라 다르게 성장하는 남녀의 뇌.

책은 키부츠의 사례를 든다. 키부츠에서는 남자 아이와 여자아이에게 같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세탁, 요리, 바느질, 공작, 수리 등 남녀 구별 없이 다양한 일을 똑같이 하도록 교육한다. 유전 생물학적 영향을 무시한다면 키부츠에서 자란 남녀는 같은 성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3대에 걸쳐 키부츠에서 생활해 온 남성과 여성을 세대별로 검토해 본 결과, 뇌의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선호도와 집중도와 능력과 특성을 보인다는 결과를 얻었다.

태아 시기 염색체의 차이가 호르몬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뇌의 형성을 다르게 만든다면, 출생 후의 뇌는 뇌의 성정체성에 따라서, 환경과 대상에 달리 반응하며 특성을 드러낸다.
0세의 아이들을 보면, 여자 아기는 장난감 보다는 사람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집중하며, 남자 아기는 사람이나 장난감이나 별 차이가 없게 반응한다. 2~4세 아이들의 경우, 남?다 더 좋아하며, 때리고 부수는 공격적인 놀이를 즐긴다. 학령기의 아이들에게서도 이런 차이는 잘 보인다. 놀이터를 가로지르며 비행기 소리를 내면서, 팔을 벌리고 뛰어 다니는 남자아이들과 그 모습을 보고 손가락질 하며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여자 아이들을 보는 것은 낯설지 않다.
사춘기에 들어서면, 성 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남성의 경우는 여성의 경우보다 20배가 더 늘어나게 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이때, 나타나는 호르몬의 큰 변화는 남성과 여성의 마음에도 현격한 차이를 일으킨다고 한다.
예를 들면, 여성의 마음은 관계를 우선하고 남성은 성취를 우선하도록 조직된다. 누드를 보거나 성적 대상을 볼 때도 여성은 애정이 있는 사람인 경우에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데 반해 남성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남성은 구획된 뇌 때문에 성과 사랑을 구분한다는 이야기다.


4. 결혼과 사람 사귀기에 다른 모습을 보이는 남녀의 뇌

남성의 뇌는 사람과 관계를 갖기 보다는 어떤 행위를 하는데 익숙하다. 남성은 "제 말이 지루한가요?"라고 물어서 알지만, 여성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남성의 뇌는 사람을 대할 때도 사물을 다루듯 하지만, 여성은 공감하고 헤아리려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남성은 여성의 정서적 반응을 이해 못할 때가 많고 여성들이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  이해하지 못한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남의 사생활에 왜 그리 관심이 많아?" 라고 말 할 때가 많은 경우, 여성들이 소소한 일상과 감정들을 동성들끼리 공유하는 예가 많은 것에 비해 남성들은 새로 나온 자동차에 관해 이야기 하거나, 컴퓨터, 스포츠에 대해 말할 때가 많은 것도 익숙한 경험이다.
여성은 친밀감을 드러내기 위해 상대와 더 많은 소통을 하고, 비밀을 공유하길 원하지만 남자들은 친밀감의 표시로 사랑하는 사람의 차를 닦는다고 하니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결혼생활을 유지해가는 것이 신기에 가깝다.
특히 이성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든 남성과 여성을 괴롭힌다. 통계에 따르면 남성은 보다 많은 여성과 관계 맺기 원하며, 여성은 그렇지 않다. 사랑과 성을 따로 생각하는 남성 뇌와 사랑하는 사람과 성적 관계를 맺으려는 여성 뇌의 차이가 그렇게 만든다고 한다. 남성이 신의의 계약을 먼저 깨는 경우가 많다. 얼핏 더 많은 권력을 가진 남성이 결혼이란 제도를 굳이 유지하려 들고, 그 제도 안에서 답답함을 자초하는 게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그런데, 남성은 또 결혼이라는 틀이 주는 안정감을 원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혼을 요구하는 쪽은 여성인 경우가 많으며, 남성은 이혼을 원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도 남녀의 뇌는 차이를 보인다. 여성의 뇌는 아이와 소통하려 하고, 남성의 뇌는 아이를 가르치고 훈육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은 육아일기에 ’아이가 내 손을 만지며 웃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꼭 안아주었다.’ 등의 얘길 쓴다면, 남성은 ’젖병을 혼자 쥐고 먹는 법을 가르쳤다. 내일은 처음부터 혼자 젖병을 쥐고 먹도록 해봐야 겠다.’  식으로 쓴다고 한다. 이 글에서 난 고개를 크게 끄덕 거리며 웃었다. 아이 아빠와 나를 보는 듯 했다. 육아일기를 꾸준히 올리는 남성 블로거의 글에는 ’미끄럼틀 올라가기’, ’세발 자전거 배우기’ 들의 과제가 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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