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기술 - 소리치지 않고 야단치지 않아도 아이가 달라지는
최영민.박미진.오경문 지음 / 고래북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아이를 키우는 일에 늘 서툴다. 아이를 낳고 갓 태어난 아이의 젖은 머리와 꼬물거리는 손가락과 잡으면 부러질 듯 너무 가늘었던 발목을 만지던 그 때부터 이제 열 두살 초등학생이 되어 자기 멋에 머리를 기르겠다고 하고, 옷을 우겨서 골라 입고, 만화 캐릭터가 있는 소지품은 거부하고, 연애인이 등장하는 브로마이드를 사 모으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가요를 다운 받아 듣는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서툴다.

서툰 티를 내지 않으려고 '부모를 위한 강좌', 공동육아 협동조합에서 하는 '부모 교육', 몇 권의 책에서 본 상식을 앞 세워서 "아이는 말이야.", "아이 키울 때는 말이야" 하면서 늘어 놓는 때도 있지만 나는 늘 아이와 부딪히는 비반복적인 상황마다 늘 서툴다.

아이 교육에 관한 책을 처음 한 권 읽었을 때, "아이 교육에 선수를 만들어 주는 책은 없구나." 하는 걸 금방 알아챘다. 그래서 <잔소리 기술>을 받아 들었을 때도 딱 그만큼의 기대만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열 두살된 아이와 지내며 요즘 겪는 문제는 아이가 엄마를 너무 만만하게 본다는 거였다. 평소, '나는 어차피 일을 하는 엄마고, 아이도 인격체고 자기 환경에 적응을 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히는 법이니까 내가 진솔하게 대하면 아이도 엄마의 진정을 알아주지 않겠는가?', '엄마를 어려워 하는 것 보다는 엄마를 격 없이 대하는 게 더 좋겠지.', '진정으로 대하면 마음이 통하는 법이니 엄마 마음을 아이도 알아줄거야.' 하는 마음을 갖다보니 아이가 엄마를 만만하게 볼 만도 하다. 하지만 그런 아이를 대할 때면 이만저만 속상한 게 아니다.

그러니 세상에 소리치지 않고, 야단치지 않아도 아이가 달라지게 하다니 대체 가당키나 한 일일인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결론을 말하면 <잔소리 기술>은 처음 기대를 넘어서는 책은 아니다. 여전히 '소리치지 않고, 야단치지 않고 아이를 달라지게 할 자신도 얻지는 못했다.

다만, 다시 내 태도의 문제를 돌아보게 했고, 책을 다 읽은 다음 나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는 말을 의도적으로 더 했으며, 그날 밤 잠들기 전 아이가 공부방에서 다른 아이들 때문에 속상했다는 길고 긴 이야기를 성의껏 끝까지 들어주었다. 아이는 평소 보다 훨씬 더 길게 이야기를 했고, 토요일에는 아이를 '못살게 구는 5학년 여자아이들'과의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더 이야기를 해보기로 약속했다.
 

<잔소리 기술>에서 주목했던 내용들을 추려본다.

 * 철저한 이기주의자다
아이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은 적어도 초등학생 이상이 되어야 가능해지지만 이것도 극히 부분적인 이해에 한정된다.

* 남자 아이들은 간섭을 '자기를 믿지 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아주 기분 나빠한다.

* 아이의 이득과 부모의 이득이 상충될 때는 잔소리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 이때는 잔소리를 하더라도 아이의 이득을 먼저 염두에 두고 부모가 원하는 것을 조금만 얻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 강한 반항기가 있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잔소리를 안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이왕 잔소리를 시작했으면 자녀의 행동에 부모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부모로서 권위가 사라질뿐 아니라 자녀는 점점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 부모가 위엄이 없을 경우, 특히 남자아이는 자신보다 서열을 낮게 보아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잔소리 기술>은 '이렇게 이렇게 해봐라.' 보다는 '이렇게는 하지 마라.'가 더 많은 책이다. 그런 점에서 좀 더 다양한 사례로 긍정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편했던 점은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특성을 고정화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성장 단계에 있는 아이들에 관한 문제이니 차이를 구체화 할 필요에서 그랬겠지만, 문제는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부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공감을 이루고 자신의 행동을 바꾸어 나가도록 부모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는 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특성과 심리를 좀 더 깊이 이해하여, 소통의 실패를 예방하는 방법 보다 소통을 잘 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행동을 이끄는 방법을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불편했던 또 한 가지는 어느 정도 공부를 잘 하게 하는 것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부모교육법을 사례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행동변화와 성인이 되어 성공하는 것은 어느 정도 연관이 있겠지만 성공이라는 것은 명성을 얻는 것이나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을 뜻하지도 않는다고 여긴다. 아이 교육에서 더 많이 다뤄야 할 것은 아이들이 부딪히는 가족과 아이들의 세계에서 긍정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 자라가는 아이들의 사례를 나는 이 책에서 기대했으나 얻지 못했다.

결국, 책에서 아이 키우는 법을 전적으로 얻을 수 없다는 평소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허나, 아이 교육에 도움을 주는 책인 것은 분명하며 이런 책을 한 권 볼 때 마다 서툰 나도 조금씩이나마 변화해보겠다는 다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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