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라, 남자 - 농부 김광화의 몸 살림, 마음 치유 이야기
김광화 지음 / 이루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이 가까운 사람에게 잘 하는 것과, 매일 부딪히는 일상을 잘 해나가는 것이라 여긴다. 매일 먹고, 자고, 싸고, 잠들고, 일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 마음을 그들에게 꺼내 보이는 일. 일상 속에 놓여 있어 잘 할 생각을 하기 어려운 것을 성찰하는 <피어라, 남자>. 
<피어라 남자>를 나는 생태주의자의 귀농일기로 읽지 않았다. 매일 만나는 나와 나와 관계 맺는 것들을 눈여겨 보고, 의미를 되새기는 이야기로 읽었다. 거창하거나 목표를 수치로 세워놓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잘 하기 어려운 일상. 그 안에서 새삼스럽게 발견하는 가치와 철학을 덩달아 음미해보았다. 


1. 내가 나를 지배하는 힘.

글쓴이는 사람들이 권력을 갖으려 애쓰는 이유를 자신의 삶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찾는다. 사회 전반을 통틀어 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권력'이란 것에 반감을 갖는다는 얘긴지, 부정적인 측면을 말하려는 지는 모르겠다. 허나 자신을 지배하는 힘을 근거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산다. 나름대로 자유롭고 당당하다. 내 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하나둘 살려내면서 자신을 확장해간다."는 그의 고백을 들으며, 아름다운 삶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질과 자신이 원하는 것, 잘하는 것과 약점, 주눅들게 하는 것과, 남들 눈 신경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과정을 가끔 돌아보곤 하지만, 그처럼 여유를 갖고 긴 시간을 내어 사색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내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신을 지배하는 힘은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부터 만들어질테니 말이다.


2. 몸 놀림과, 몸 부림

나는 일을 할 때 즐거이 몸을 놀리는가, 아니면 마지못해 몸 부림을 하고 있을까? 얼마전, 사회 초년생으로 식품회사에서 일하게 된 후배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심지어는 짧은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화장실 청소를 자발적으로 하는 아주머니까지 있다며 혀를 찼다. 책을 읽으며 그 얼굴 모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을 떠올렸다. 
김광화 씨는 "마음이 몸을 존중하는 몸짓이 몸놀림이라면 그 반대는 몸부림이다. 악착같이 또는 억지로 하는 일들은 다 몸부림이 된다."고 말한다. 누구든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똑같은 일이어도 견딜 만하지만, 마지못해 따라 하면 그만큼 몸이 축나고 마음도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다는 이야기다. 
깊이 공감한다. 어디선가 아무리 쉬어도 피곤하고 힘이 들 때는, 자기 마음 속 기둥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거꾸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몸을 놀리면서 살아간다면, 새롭게 솟는 기운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3. 선택의 빅뱅

'선택의 빅뱅'이란 말이 나왔다. 한 번의 선택이 생각지도 못하게 엄청난 폭발을 가져와 삶을 근본부터 바꾸는 현상. 일상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놓치게 된다. 하지만 선택의 빅뱅은 다르다. 고정된 틀이 탁 깨지면서 갑자기 대폭발에 가까운 다양한 선택지가 펼쳐지는 것이다. 

글쓴이의 삶 전반이 평화롭고 싱싱하게 된 것은 '선택의 빅뱅'에서 출발한 것이라 여긴다. 기존의 방식이나 습관이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지평을 꿈꾸며, 한 번을 다 비우는 사람만이 겪을 수 있는 '선택의 빅뱅'. 동경하지만 마음 먹고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글쓴이의 삶이 부러워 보이는 이유이다.

책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과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 하기', '아이들에게서 배우기', '부부 연애', '살림', '사람들과 관계 맺기', '수다 떠는 법 익히기' 등 자질구레해 보일 정도로 많은 생활의 순간순간을 이야기 한다. 그것도 성심성의껏 이야기 한다. 그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자신과 생활과 주변을 대하는 진솔하고 극진한 마음만은 배우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