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8 - 화적편 2, 개정판 홍명희의 임꺽정 8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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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이 바야흐로 조선 팔도를 들었다 놨다하는 도적으로 면모를 드러낸다. 이전 권에도 전국적인 도적의 면모야 드러나지만, 권력을 가진 이들을 맞상대하면서 그들이 가진 권력이나, 그들의 충성이나 위엄이 얼마나 얄팍한지를 보여준다.

송악산 그네터에서 벌어지는 관군과의 접전이 무모하지만, 나름 호쾌하게 느껴지는 것도, 임꺽정이 패가 불우한 인간네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왕의 명을 받아 움직이는 부대의 콧대를 꺾고, 왕비의 몸 받아 나온 상궁을 호령하기 때문이다. 
동기는 늘 단순한데서 촉발하고, 우연이 확장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저 단오날을 맞아 두령이하 식구들이 영험있다는 그네를 뛰러 나들이를 나선다. 얼굴 고운 천왕동이의 색씨가 이목을 끌고, 한량들이 덤벼들고, 욱 하고 성질 참지 못한 백손어미가 덤벼들고, 배돌서과 길막봉이가 자신의 재주와 기운을 믿고 나서서 위기를 벗어나면서 동시에 일을 크게 만든다.

하나의 우연에서 또 다른 우연으로 넘어가는 고리들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뚜렷한 인물들의 개성이 돌출하는 상황에 맞추어 우연을 만들고, 필연적 상황들로 몰고 간다. 자연스러운 관계와 인물의 행동들이 맞물려진 전개에서 인위적이거나 작위적인 냄새를 맞기 어렵다.
오히려 제어하지 않고, 끝까지 상황을 몰고가는 과감한 전개가 읽는 사람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긴장을 만든다.

천하에 개망나니같은 노밤이의 행위, 백손어미의 무모한 고집, 임꺽정이의 앞 뒤 걱정 없는 느긋함, 간 쓸개 다 빼주는 무모한 의리의 형제들... 
그들의 의식은 또렷하게 반봉건이라든지, 반신분제 사회라든지에 향해 있지 않건만, 그들 행동의 자연스런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개망나니 한량들이나, 탐욕스런 양반들이나, 자기 명예에 골몰한 관리들이나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는 명분 하나 없이 화적질에 들어선 두령들과 화적패의 행위에 자연스럽게 개연성을 만들어준다.  작가의 상상력과 구성력에 감탄하게 되는 이유들이다.

하나의 플롯을 향해 구조와 에피소드가 방향을 맞추어가고, 생동하는 인물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얽혀 이야기의 구성요소들을 찰지고 끈끈하게 엮어주는 것. 임꺽정을 읽으며 내내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다. 완결 지어지지 않을 결말이 읽으면서 내내 밟히는 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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