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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ㅣ 다빈치 art 18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신성림 옮김 / 다빈치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척추와 다리, 어깨, 목, 어는 한 곳 부서지지 않은 뼈가 없는 사람의 고통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프리다 칼로는 영화 <프리다>와 다큐를 통해 만나왔지만 이처럼 그의 생을 깊이 이해하게 하는 매체는 못 만났다. 고통을 숙명처럼 끌어 안고, 그 자신의 존재 이유를 그림으로 그려나가던 이. 말 그대로 존재 이유 하나로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어느 것 하나 전투가 아닌 것 없던, 아름다운 사람 프리다 칼로.
때로 사람은 참 잔인하다. 그 누군가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면서 동시에 숭배한다는 것 말이다. 처절하게 바닥 끝으로 떨어질 때 내뱉는 단발마의 외침같은 예술을 더 사랑하고 추앙하다니말이다. 아니 어쩌면 예술이 더 잔혹한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견뎌낼 수 있는 고통의 임계점에 이르러서야 꽃을 피워주니 말이다.
아르테미시아처럼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곳으로 끌고가 '유디트'를 그리게 만들고, 가슴에 지닌 사랑을 모두 토해내게 한 다음에야 까미유 끌로델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게 하고, 육신과 삶과 사랑을 벼랑에 떨어뜨리고 나서야 프리다 칼로의 그림 세계를 허용하니 정말 잔인한 일 아닌가? 게다가 그도 모자라 깨어지고 추락하는 동안에도 그 헤아릴길 없는 두려움과 고통을 안은 채로 화폭을 붙들게 하니 말이다.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는 서로에게 삶 그자체였던 연인이며, 부부 화가 칼로와 리베라의 삶과 작품을 생생하게 펼쳐낸다. 책은 물론 남미 벽화운동의 선봉이었던 디에고 리베라, 원주민의 거친 삶 속에 담긴 풍요와 따뜻함을 화폭에 옮길 줄 알았던 사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온 몸을 다 던져 사랑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나면 도서관에서건, 전시장에서건, 공장에서건, 거리에서건 붙박혀 빠져들어 탐미하고 화폭에 옮겨내던 천성부터 화가였던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세계를 쉽고 자상하게 담고 있다.
허나, 청결한 열정으로 혁명과 사람과, 자연들에 사랑을 쏟으며, 부서진 몸을 안고 화폭과 싸우던 프리다 칼로의 삶이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를 뒤덮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품 수나 스케일이나, 명성을 두고 보더라도 리베라에 뒤 서던 그녀의 삶과 그림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의 아픔이 깊고 클 수록 그가 그려낸 작품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행복해지라고 재단에 바쳐진 생명체가 만들어 뿌리는 빛을 보는 듯 하다. 남미를 사랑하고, 라틴 문화를 흠모했던 두 화가의 굴절된 삶이 빚은 그림들은 하나같이 절절한 이야기와 시대를 담는다.
책을 읽고 그림을 만나는 시간 무척 행복했다. 더 좋은 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두 사람이 내게 끝없이 퍼붓는 질문에 대답해가는 과정이었다. 결국 라틴 미술의 한 획을 그어낸 두 예술가를 담은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가 던지는 강렬한 메세지는 두고 두고 내 가슴을 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