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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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의 흥행 10대 법칙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를테면 이런 거다.
 "범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를 개발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심각한 문제나 현실인식을 요구하는 관객들은 무조건 버리는 일이다. 그렇다고 너무 유치하게 묘사해서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려선 안 된다. 영화에서 제기된 문제나 사건은 반드시 풀어줘라.."
’상업성, 대중과의 영합, 무엇이 됐든 돈이 된다면...’  뭐 이런 거 빼면 동의 못할 일도 아니다. 아니, 어쩌면 깊이는 부족한 책 고상한 척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볼품 없는 작품을 낳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세기’ 작가라면, 눈에 ’흥행’이란 불을 켜고 상업성이 밝히는 불빛을 따라 작품을 하는 건 영 꺼림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쓰는 작품이 어떤 영역과 장르의 것일지라도 말이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창작의 원칙과 원리를 헐리우드의 영화의 사례에 적용하여 서술하고 있다. 불후의 고전과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영화의 창작 원리가 만난 것이다. 스토리 애널리스트이기도 한 작가가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플롯의 일관됨과, 군더더기 없는 에피소드이다. 군데 군데 ’헐리우드 진출’이라는 문구가 좀 거슬리긴 하지만 충분히 공감하며 동의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나의 플롯을 완강하게 끌고 가는 것. 끌고가는 동안 보는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면서, 지리해서 시선을 돌리게 해서도 안 되며,  플롯의 잔가지가 너무 많아서 주된 플롯이 희미해져서도 안 되며, 플롯을 강조하느라 덧붙인 장식이 너무 화려하고 요란하여 깊이를 잃어버려서도 안 된다는 얘기이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플롯과 관련해 내게 남는 이야기이다. 
강의 교안을 쓰든지, 시나리오를 쓰든지, 책의 원고를 쓰든지, 작품을 창작하든지, 이 플롯과 싸우는 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정해진 싸움이다. 자기 머리속에 무언가를 정돈했다가 풀어내는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원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용하기는 쉽지가 않다는 데 그 비애가 있다. "하고자 하는 얘기만 선명하게 감동적으로 전하는 것." 이야말로 누구나 원하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쓰는 내내, 창작하는 내내 잊지 않고 적용해가느냐가 관건인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마이클 티어노 역시 알고는 있지만, 많은 작가들에게 인이 박히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스토리텔링의 비밀>을 통해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지 모르겠다.

다음으로 강조하는 것 역시 알고 있으나 놓치는 것이다. 바로 에피소드의 과잉과 에피소드의 진실성이다. 또, 무엇보다 에피소드를 통해서 보여주라는 것이다. 
행위와 행동,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에피소드. 이것은 글과 영화와 작품에서 맛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감각’소’라고 할 수 있겠다. 에피소드를 통해 비로소 플롯이 사람들에게 감각된다는 얘기이다. 그러니 에피소드를 요리하는 것이야 말로 작품의 맛을 요리하는 것과 직결되는 문제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에피소드를 식별할 눈이 낮거나, 에피소드만 잔뜩 집어넣어 결국 이맛도 저맛도 아닌 것들을 내어 놓곤 한다. 

이 외에도 창작의 출발에서 마무리까지 놓치 말아야 할 것을 작가의 머리속 동선을 따라 서술한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읽기 쉽게 씌여졌으면서도, 놓치거나 넘치거나 하는 것 없이 스토리텔링의 원칙을 담고 있다.

앙상한 가지로만 받아 읽으면 좀 상업적인 냄새가 나긴 하지만, 조금씩 씹어서 읽으면 많은 득이 되는 책. 나 역시 잘 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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