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라이프 - 손으로 만드는 기쁨, 자연에서 누리는 평화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지음, 이한중 옮김, 피터 포브스 사진 / 돌베개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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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데 마음이 흠뻑 가지 않는 책들 중 하나다. 세상이 이렇게 살게 내버려두지 않으니까...
세상하고 다 끊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사는 삶은 개인에게는 더없는 축복이며 평화겠으나, 자연 밖에 구질구질하게 펼쳐지는 것들, 결국은 그 자연과 평화를 압박해 오고야 말 것들을 그냥 뒤로 하고 그저 그렇게 지내도 되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언젠가, 니어링 부부가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란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들처럼 자연속에서 노동하며 늙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를 바랬고, 삶의 어떤 한 끝이라도 탐욕에 물든 세상에 놓아두지 않으려는 결결한 마음에 감동했다.

조병준의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를 읽으면서는 어떤 편견도, 제도나 이념이나 물질과 문명으로 쌓은 어떤 벽도 없이 사람들을 끌어 안는 그 마음씨 하나만으로도 풍요롭고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뒤에 남는 생각은 그것이 과연 세상과 소통하는 것일까? 그가 만나는 하나의 자연인도 결국 사회 안에 있으며, 사회와 관계 맺고 영향받는 사람인데, 그저 따뜻이 손잡고 안는 것으로 진정 그들과 안았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남았다.

피터 포브스의 <핸드 메이드 라이프>도 내겐 그런 책이었다.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내가 노동한 자연에서 찾고, 길을 내고 집을 짓고 내게 필요한 먹거리와 생필품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전제로 구하는 삶. 자연이 내어줄 수 있는 만큼을 받아서 쓰며, 그 자연을 함께 나누어 쓰는 사람들과 어떤 격의도 없이 마음을 내어주며 사는 삶. 손으로 만들고 노동으로 만들어 쓰는 삶을 사는 코퍼스웨이트의 삶은 그윽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내 머리속 무엇이 흠뻑 빠져들지 못하게 견제해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라난 나의 해석력이 그냥 마음 평화롭게 읽도록 놓아두기도 한다. 그 마음에 귀 기울이며 읽어내렸다.

생각해 본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란 얼마나 많은 품과 사람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기 위해 땀 흘리는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또 소리없이 소멸해가는지를 말이다. 결국 코퍼스웨이트 같은 사람이 아주 미미하고 작은 영역 안에서라도 ’이것이 아름다운 것입니다.’하며 삶으로 입증해내지 않는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은 소박하고 투박한 작은 것이 지니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잊게되지는 않을까? 
물론, 중뿔나게 혼자만이 세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 묻히지 않아도, 이미 삶에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으니 그들의 삶의 방식을 보호하고 배우고 따라살기 위한 노력을 더 경주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는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편 코퍼스웨이트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저 방어하면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켜내기에 세상은 미친 속도로 달리고 있다. 언제 파괴될 지 모르는 생태주의적인 삶은 온실이나 박물관 안에서라도 보호하며 누군가 치열하게 살아내지 않으면 안될만큼 위태롭다. 난 그 가치를 내 혼자의 힘으로라도 아주 작은 부분이나마 지켜내겠다.’ 라는 사람이 꼭 필요할런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살아가는 길이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따라 걷게되는 길일 수 있다. 지금의 판단으로는 그 무엇을 진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자신에게 명령하며, 자신이 가치롭게 여기는 그 무엇을 세상과 조화를 이루어 실현해가는 삶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만날 때면 늘 가슴에 작은 파동이 일며 출렁인다는 것이다.

작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한 <핸드 메이드 라이프>는 인간미 없는 시대를 살면서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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