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4 - 의형제편 1 홍명희의 임꺽정 4
홍명희 지음 / 사계절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3권은 시난고난 읽었는데 4권은 확실히 속도가 붙는다. 양반들의 삻이 지리멸렬한 것과 달리 천한 상것들의 삶은 단순 명쾌하기 때문일까? 

<임꺽정 4 / 의형제편 1>은 유복이와 곽오주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에 꺽정이네와 헤어져 어머니를 사별하고 겪었던 유복이의 말 못할 고생담, 앉은뱅이 병을 앓고 앓는 동안 뼘창 던지기를 익히고 훈련하는 과정, 귀인을 만나 병을 고치고, 아버지를 모함해 죽인 원수를 갚고, 피신길에 올라 색시를 만나고 청석골 오가네 사위가 되는 과정이 긴 이야기로 전개된다.
곽오주 역시 탑골에서 오가와 마주친 후, 기운 세고 거침없고 솔직한 성격으로 유복이의 마음을 얻고, 의형제 맺고 연약한 과부 색시 얻어 살다가 아내와 아이를 잃는 장면까지 크고 작은 사건들과 엮어져 속도감 있게 담겼다.

앞 권 양반편은 봉학이와 꺽정이 만나고, 둘이 의기를 모아 왜변에 참가하기 전까지 지리하게전개 됐었다. 등장인물도 많고 사건도 부지기수로 많은데도 속도가 안 나더니 4권 유복이와 곽오주의 이야기는 절로 감겨든다.

이유를 생각해봤다. 가진 것 넘치게 많은 양반들은 배운 것도 너무 많아 생각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고, 사람 사이 관계도 이리 재고 저리 재는 통에 또렷하게 탱글거리는 맛이 없었다. 
반면 유복이네와 곽오주 속의 인물들은 재고 자시고 할 그 무엇도 가진 게 없었다. 때문에 뭔가 잃을까봐 염려하고 노심초사할 이유가 없었다. 남의 눈에 어떻게 비쳐진다해도 생활 자체가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저 단순 명쾌하게 내키거나, 살려거나, 의리의거나, 복수이거나, 그렇지 않은 것으로 선명한 판단의 자를 지녔다. 

어차피 사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을 산뜻하게 해낼 수 있다면 사는 것도 뚜렷이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또 선택이 산뜻하다보니, 새로운 판단 근거나 상황이 벌어져도 두려움 없이 또 산뜻한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앞 선 양반들의 삶을 보면 미리 관직에 대한 미련을 버린 양반들은 자유롭게 자연 속을 노닐고, 좋은 벗을 사귀고 소인배를 불쌍히 여긴다. 양반들은 무언가 버리는 것으로 자유와 쿨한 성정을 얻는다면 상 것은 본래 가진 것 없으니, 되지 않는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자유로운 선택과 열린 배움과 의리 깊은 사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말재주 뛰어난 오가의 찰진 말솜씨, 유순하고 서글 서글한 유복이의 유유 자적합, 앞 뒤 안 가리고 성질머리 하나로 욱대기는 오주의 솔직함은 4권을 읽어나가는 재미를 더한다.

그 다양한 인물들 마다에 풍부한 개성을 실어내는 홍명희 작가에게 권을 더할 때마다 더 큰 감동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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