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2 - 피장편 홍명희의 임꺽정 2
홍명희 지음 / 사계절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전부터 읽고 싶던 임꺽정을 펴드는 데 참 많은 갈등이 있었다. 장편 소설에 대한 부담, 홍명희 소설 <서산대사>를 읽으면서 느낀 반 고문(古文)체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한 권을 읽으려면 반드시 다음권을 쥐고 있어야 할 정도로 중간에 쉬거나 간격이 있으면 안 되는 데다가 분명히 읽는 중에 끼어들 다른 책에 대한 미련을 잘 이길 것인가도 한 걱정이었다
어쨌든 저지르는 셈 치고 읽기 시작했다.

역시, 홍명희님의 글은 장쾌하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통찰을 느낀다. 상당히 정치적이며 역사적인 이야기인데도 그런 관념이 문장이나 이야기 속에 모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각각의 인물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기 모습과 말과 몸짓으로 그 시대 속에서 움직거리기 때문이다.

배경은 조선이나 소설이 연재된 시기는 일제하다. 많은 문인들이 대 놓고 친일을 선동하던 때에 홍명희님은 정치의 모난 것과, 소인배 정치, 정치적인 이유로 상대편을 대 놓고 핍박하는 사화 등을 대놓고 비판했다는 것 또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임꺽정 2권 피장편은 갓바치가 주역이다. 그가 서울 양반들과 사귀는 모습, 사화에 연루된 김덕순네 가족들의 이야기, 어린 봉학이와 유복이 꺽정이와 인연을 맺고 그들을 훈육하고, 그들의 개성을 북돋는 과정들이 담겼다.

인상적인 것은 갓바치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다. 그 누구를 만나든 그가 인간의 마음을 가진 이상 그의 생각을 존중한다. 설혹 그가 아이일지라도. 또, 자신의 견해가 뚜렷하지만 그걸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가 적절한 고민과 사유를 거쳐서 좋은 선택을 하도록 적절히 이끌어내는 그의 비상한 능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서푼어치 지식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재고, 답답하게 여기는 작은 그릇을 부끄럽게 돌아본다.

깊이와 많은 문제의식을 던지는 소설임에도 어디 한 곳 맺히거나 굼뜨지 않고 장쾌하게 엮어낸 작가 홍명희를 새록새록 느끼게 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