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 feed
M. T. 앤더슨 지음, 조현업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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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앤더슨의 <feed 피드>는 미디어가 통제하는 사회의 극단을 보여준다.  ’미디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작용을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 나온다.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오늘을 생각해보면 이미 의식의 절반 정도는 미디어에 내준 꼴인지도 모르겠다. <피드>가 보여주는 세상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닥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책 읽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피드>와 미디어 악법이 끔찍한 까닭

<피드>는 미래사회 개개인의 뇌에 장착된 컴퓨터다. 다수의 사람들이 태어나자마자 뇌에 ’피드’를 심는다. 피드는 중앙컴퓨터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중앙컴퓨터는 자본의 것이다.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쌍방향으로 길이 나 있기는 하다. 허나 피드가 제공하는 것은 상품과 연관된 정보이고 개인이 피드에 보내는 것은 신용에 기댄 상품구매 의사이다.
피드에서 음악을 골라 들으면 그 음악이 수록된 음반 정보와 가격, 그 음악이 삽입된 상품 소개와 가격들이 팝업 배너처럼 떠오르고, 가사 중에 나오는 아릿다운 아가씨를 보여주고 그 아가씨가 입은 옷의 상품 정보, 가격, 등등이 어지럽게 떠오른다. 수 많은 정보들은 피드에 지배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동일한 미의식과, 가치체계를 전달한다. 가장 가치로운 것은 높은 가격에 있고, ’피드’가 통제하는 세상에서 최고의 사람은 최고의 소비를 하는 사람이다.

최세진 씨는 그의 책에서 "게이머가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는 단지 게임의 규칙을 익힐 뿐이지만, 점차 컴퓨터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면 이제 그 게임의 규칙이 게이머의 생각을 지배한다. 즉 게이머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게임의 규칙처럼 움직인다는 이야기이다."라고 지적했다. 비단 게임 뿐일까? 이미 우리는 미디어의 작동 시스템을 따라서 많은 것을 결정한다. 베스트 셀러를 비롯해서, 세련된 의상, 좋은 취미, 좋은 운동법, 살빼기법, 좋은 집, 좋은 직업, 연애, 결혼, 육아 등등을 의도를 가지고 운영되는 미디어의 추천을 따른다. 그것들은 슬며시 자신의 지향이 되고, 누적된 지향은 가치관이 되어 버린다. 무서운 일이다.
헌데, 그 강력한 추천자를 사익추구에 눈 벌건 자본의 독점으로 내어준 사회가 ’피드’가 지배한 사회이고, ’피드’의 세계로 한 걸음 성큼 내디딘 것이 미디어 악법이다.


피드가 있는데 왜 생각을 하지?

<피드>를 끌어가는 갈등의 주된 선은 바이올렛과 타이터스 간의 갈등이다. 10대에 <피드>를 장착한 바이올렛은 뇌의 일정한 영역이 <피드>와 독립적으로 활동 가능하다. 숲 속의 맑은 공기를 피드의 간섭을 받지 않고 투명하게 감각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줄 알며, 글을 쓸 줄도 안다. 피드가 없이 생각할 수 있고,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올렛의 뇌가 하는 그 모든 일을 타이터스는 할 필요가 없다.
생물학적인 뇌가 움직이기도 전에 피드의 분석에 따라 떠오르는 배너와 몇 줄의 정보를 자신의 생각이라 여기는 타이터스에게 바이올렛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바이올렛과 대판 싸우고 집으로 돌아 와 앉은 타이터스는 바이올렛의 말을 떠올린다. "너도 생각이라는 걸 좀 해 봐." 타이터스는 잠깐 내뱉는다.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지?"
아이가 숙제를 하는 모습이 겹쳐졌다. 컴퓨터를 켜고 선생님이 제시한 내용을 검색창에 친다. 그대로 노트에 옮겨 적거나 프린트만 하면 되는 완성품 숙제들이 모니터에 주욱 뜬다. 아이에게 한 소리 한다. "그렇게 숙제를 하면 어떻게 하니? 네가 책을 보고 찾아야지." 아이는 "컴퓨터가 있는데 뭐하러 복잡하게 찾아?"
자신이 접속할 수 있는 정보는 내가 아는 것이라 착각하며 사는 세상에 정보를 만나는 접속창인 미디어는 수백년 인간의 머리 속을 지배챘던 종교보다도 신보다도 세다. <피드>와 미디어 악법이 끔찍한 까닭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
피드가 지배하는 세계. 생생하게 그려진 디스토피아의 모습은 암담하다. 뭔가 구원의 손길을 기대하던 독자의 기대를 매튜 앤더슨은 단호하게 잘라 버린다. 허나 그는 희망도 남겨 두었다. <피드>에 지배받지 않는 30%의 사람들, 가난해서 피드를 사지 못한 사람들, 피드가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타자화된 사람들, 그래서 넷 망 안에서는 존재 가치가 없는 사람들과 피드넷 밖의 지구동맹 등이 그렇다. 강력한 힘으로 파멸로 끌어당기는 것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힘의 영향력 밖과 그 힘의 반하는 것이 희망의 출발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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