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완득이>에 이은’ 이란 안내를 보고 눈길이 갔다. 기대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일단 구성이 탄탄하다. 톡톡 튀는 상상력도 좋다. 각각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플롯을 잘 물고 오밀조밀 엮여있다. 마법의 세계와 우리 사는 세계를 대비시키는 것은 우리 사는 모습을 객관화 할 수 있는 좋은 장치라 생각된다. 작가의 상상력이 적중한 부분이리라.
마법도, 가족도, 그 무엇도 구원자가 되지 못하는 주인공 ’나’의 현실을 속도감 있게 풀어냈다.

헌데 뭔가 좀 냉한게 아쉽다. 책 안에서 펼쳐지는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가 그렇게 만든다.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 삶에 애착이 있는 사람들이 없다. 사람들 속에 섞이길 바라는 사람들도 없다. 그저 개개인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동심원을 그리며 산다. 그 동심원에 거슬리는 파동이 생기면 상처내고 흠집낸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상처를 받는다.
주인공 ’나’의 생모는 그 거친 세계를 사는 전형처럼 보인다.

그 때문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 재기발랄함은 있지만, 온기가 없는 이유. 서로가 걸쳐진 세상에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모습들. 그들에게는 언젠가 서로에게 들어가거나 각기 다른 파동이 어울림을 이룰 것 같은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이를테면, <완득이>에는 똥주와 같은 인물이나, 완득이가 관계 맺는 사람들과의 관계 말이다. 파편화된 사회 속에 살지만, 서로에게 내미는 손에 온기가 있어 새로운 관계를 재구성해내는 사람냄새가 적어도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히 세상에 팔 걷어 부치고 나서려는 적극적인 인물도 없다. 자연스레 사람들이 쳐놓은 보호막 사이로 사람들을 들여다 보게 되고, 그 만큼의 거리가 책을 읽고 난 후 ’냉’한 느낌으로 남는다. 이런 것이 쿨한 관계일까?

작가가 의도했던 것이 우리 사회 청소년들에게 놓여진 삭막한 관계와 그 속에서 자기를 지켜나가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이라면 나름 납득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생각이 그쪽으로 기울지 않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것 같기도 하고...

내가 구식인가? 배꼽 빠지게 웃거나 콧등이 시큰해지는 그런 맛을 꼭 찾으려 하니 말이다. 책을 읽을 때는 분명 폭 빠져 읽게 만드는 재미는 있었는데, 그 느낌을 정리하려니 뭔가 손 안에 남은 잔여물이 잘 안 느껴져 모호한 리뷰가 되고 말았다.


<본문 중에서>

   
  모든 사람과 사물과 사건은 이유를 갖고 거기 있는 거라고들 해.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라, 아무런 목적도 의지도 없는 채로 우연히 거기 있었던 것들이 서로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그때부터 이유를 만들어간다고 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들의 흩어짐이 대원리 또는 숙명을 이뤄. -107쪽-
 
   

   
  -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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