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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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통과했거나 서른을 통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손에서 좋을 수 없을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 먼저 만난 책을 보거나 책으로 만난 드라마를 보는 건 따라 놓은 지 십여 분 지난 맥주를 마시는 것 같아 달갑지는 않지만, 때론 운 좋게 김 빠지지 않고 그럭저럭 시원한 맥주잔일 때도 있으니 굳이 까탈스럽게 물리진 않는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아직 시원함이 남은 맥주잔이었다. 
도대체 선택이란 것에 타고난 유전자 자체가 없는 우유부단한 오은수. (아마도 내 곁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난 그 친구에게 잔소리 깨나 쏟아놓는 사람이었을 게다.) 그리고 그 나름의 실패와 상실을 경험한 그의 친구들이 서로 다른 모습의 사랑과 서로 다른 도전을 하면서 도시 안에서 덜거덕 거리며 살아간다. <달콤 도시>의 매력은 바로 그렇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기 발랄한(멋있지는 않지만) 도전이다. 부딪힐 것을 두려워 하지만, 끝내 용기 있게 무언가를 선택하고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나 역시 어려운 선택의 문제. ’이건 그래도 언니가 결정해야죠.’, ’선배님 생각이...’ 하며 등 떠밀리며 살다보니, 선택이 빚은 낭패에도 조금 덜 좌절하게 된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아니 그런 상황을 좀 이해하는 폭이 생긴 정도라면 적절한가?

"스무 살엔, 서른 살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하고 분명해질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 반대다. 오히려 ‘인생이란 이런 거지’라고 확고하게 단정해왔던 부분들이 맥없이 흔들리는 느낌에 곤혹스레 맞닥뜨리곤 한다. 내부의 흔들림을 필사적으로 감추기 위하여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일부러 더 고집 센 척하고 더 큰 목소리로 우겨대는지도 모를 일이다. "

그저 그만큼의 발랄함으로 등 토닥여 가며 길 위에 서있는 이들이 공감되고 예뻐 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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