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박스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술을 자신의 존재 이유 삼아 살아가는 예술가는 그 성품이 어떻든지 존경할 수밖에 없다. 

바람의 화원을 보면서 주목하는 몇 가지 것은 김홍도와 신윤복이 그림에 대해 갖는 그 절절한 마음이다. 한 작품 한 작품으로 세상에 던지는 이야기의 절박함과 그를 드러내기 위한 거침없는 실천이다. 예인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예인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예인의 방식으로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는 이들을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쿠르베는 사실주의 선언문에서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풍속과 관념, 사회상을 오직 나 자신의 평가와 판단에 의해 표현하는 것,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려고 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을 상상으로 왜곡하지도 않는다“ 라고 밝혔다. 쿠르베는 또 '지금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을 그리기 위해 현실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열린 눈이다. 그러러면 머리가 아닌 눈으로 세상을 응시해야 한다. 자신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는 예술가만이 살아 있는 진짜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 고 선언했다.

쿠르베처럼 세계의 이목이 모두 몰려든 만국박람회장 앞에서 개인전을 열고, 선언문을 돌리지는 않았지만, 같은 19세기 조선의 화단에 이런 예술가들이 살았다는 것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물론 <바람의 화원>은 소설이며, 작가의 상상력이 불러낸 화인들의 모습이지만, 소설 속에서 재해석된 신윤복과 김홍도의 작품을 보는 것으로도 그들의 예인으로서의 존재감은 충분하다. 

신윤복이 두려움 없이 세상사의 장면을 보고 그리는 것, 눈으로 본 것은 사소한 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아내려 하는 것,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내면과 전부를 보기 위해 정향을 찾아가 밤새 그를 만나고서야 화폭 안에 그를 살게 하는 것 이 모든 예술 실천이 <바람의 화원> 안에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신윤복의 그림을 알아보는 김홍도의 눈이다. 신윤복의 그림을 도화서의 경직된 눈으로 비판하는 화인들 앞에서 "여기 있는 화인들 가운데 누가 그림 한 장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가?"하며 호령하는 장면은 예인의 단단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화원시험에 논란의 소지 분명한 그림을 그려내는 신윤복의 마지막 붓 끝까지 지켜주고 지지해 주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저밀만큼 감동이 인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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