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양희진 옮김 / 문파랑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책이라니 눈길이 갔다. 
1920년대 말 일본.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휘젖고 다니던 탐욕은 자기 나라 노동자들을 짐짝처럼 실어내 오츠크로 몰아간 게잡이 배 안에서도 야만스런 본성을 드러낸다. 좀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면서 고향을 등지고 꽁꽁 얼어버린 남의 나라 바다에 들어선 노동자들은 수시로 코 앞에서 죽음을 만나면서 그동안 생각하지 않고 지내온 '나라', '노동자'.. 들을 재인식한다. 

고바야시 다키지가 의식적으로 당시 일본 사회를 고발하면서 쓴 책이라지만, 80년 전 '게공선' 속에서 오늘의 우리 모습을 본다. 가족을 먹여살리거나 자기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을 기꺼이 포기하고, 자연스런 인간의 욕구조차도 금기가 되고 죄악이 되는 현장이 겹쳐진다. 100일을 굶고 싸우며 노동조합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눈길 거슬리는 물건 하나 치우듯 하는 오늘, 일하면서 얻은 백혈병으로 수십 명이 죽어 나가는데도 모르쇠로 발뺌으로 버티는 기업이 있는 오늘.... 
그래도 그 오늘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날 세운 80년 전 노동자들을 만나는 일은 답답함 가운데 만나는 작은 희망이다.

게공선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나오지만 그 안에 후쿠다나 이치로들은 없다. 등장인물들에 이름이 없다. 철저히 집단의 집단을 위한 이야기를 쓰려든 작가의 의지 때문이다. 그 어떤 개인도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기 때문에 그가 후쿠다나 이치로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작가의 의도가 어떻든 이 부분은 <게공선>을 읽고 남은 아쉬움이다.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요소니 말이다. 

그렇지만 80년 전에 서서 오늘을 보여주는 특별한 경험을 주는 책이다. 
 

위 글은 http://blog.naver.com/winwinter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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