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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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쪽-61쪽
의뢰받은 일은 지인들에게 이혼 보고를 하는 편지였다. 결혼 볼고라면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혼 보고 편지에 관한 주의 사항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밖에 없다.
내용이 너무 감상적이어도 좋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사무적이어도 좋지 않다. 의로인인 전남편 얘기로는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린 직후, 하객들에게 정중하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참고로 부부에게 자식은 없다. 이혼 원인은 전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라고.
"그런데 일방적으로 아내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
"써주십시오. 그러나 그 전에 우리가 행복한 결혼 생황르 보냈다는 사실도 꼭 써주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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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멋진시간을 쌓아왔는데 아주 잠깐 일어난 인생의 장난 때문에 평생 함께하기로 맹세했을 부부가 어이없이 이혼했다. 결혼도 이혼도 경험한 적 없는 내게는 무언가 신기한 세계였다. 나는 아직 죽을 때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전 남편은 내 눈을 바라보며 힘주어 말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편지가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잘 부탁합니다."
메일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이혼 보고를 굳이 정식 편지로 전하려는 걸 보니 아주 예의 바른 사람같다.


결혼을 약속했던 소꿉친구에게 안부를 전하는 편지, 돈을 빌려달라는 걸 거절하는 편지, 친구였다가 인연의 끝을 알리는 절연편지 등등 츠바키문구점에 다양한 사연으로 포포(하토코)를 찾아온다.


할머니를 선대라 부른다. 무척 엄해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했다. 엇나갔다. 선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참 후 돌아왔다.
사람이 죽고 난 후에는 그 인연이 끝어진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선대가 살아계실 적 펜팔친구가 있었다. 그것도 이탈리아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토록 단단했던 할머니 속살이 드러난 편지였다. 그때 포포 마음이 말랑해지기 시작했을까.



그러나 어쩌면 세상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인연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다 보면, 설령 혈육인 가족과는 원만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지지해줄지도 모른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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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그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하고 말이죠. 나도 줄곧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어느 날 깨달았답니다. 깨달았다고 할까, 딸이 가르쳐주었어요.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 하기 보다 지금 손에 남을 것을 소중히 하는 게 좋다는 걸요. 그리고......"
모리카게 씨는 말을 이었다.
"누군가가 어부바를 해주었으면 다음에는 누군가를 어부바해주면 되는 겁니다. 나도 아내가 많이 업어주었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당신을 업고 있는 거랍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모라카게씨가 말하는데 눈물이 흘렀다.

다음에 꼭 가마쿠라에 여행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는 책 번역이 끝난 후, 그곳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 마음이 뭔지 알겠다. 가슴속에 따뜻한 몽글몽글한 그것을 찾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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