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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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를 보고 영화는 못 보겠다 싶었다. 소설보다 더 지독한 현실을 마주하고 글을 쓰는 작가였다. 이번 책도 그랬다. 그 시대를 살았기에 적을 수 있는 글이 아니었을까.

작년, 한국명단편선 101을 읽었다. 101편 단편 속에 한국사가 녹아있었다. 평소 역사라면 애써 둘러갔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나'와 무슨 상관일까 그랬다. 하지만 그 사이 차디찬 바다 속과 노란색, 그리고 촛불을 마주했다. 한국명단편 101을 보면서 역사는 되풀이 되는구나싶었다. 일정부분.

내가 소설 속 민수였다면 어땠을까. 아스팔트길을 내려와서 피투성이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주 작은 상처도 회피하는데, 큰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 자신을 던질 용기가 있었을까.

그래서 소설을 읽나보다. 직접 겪을 수 없는 걸 , 현실에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상황을 나에게 적용시켜보고 또 고민한다. 



책 배경은 1983년이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1980년이었다. 지섭의 누나 혜섭은 시댁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잃는다. 그리고 후에 목숨도 잃는다. 지섭은 지금 대학생이다. 누나가 남겨놓은 조카를 아들로 키워야한다. 동생은 대학진학하고 싶지만 집 형편이 그렇지 못하다.

지섭을 사랑하던 여인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준비 한다. 언론사 조카라고 한다. 또다른 인물 민수가 있다. 민수의 아버지는 재력와 힘을 모두 가지고 있다. 언니와 동생은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하지만 민수는 지금 눈 앞의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야학을 운영한다. 경찰에 쫓기던 자신을 구해준 남자 동기는 군대에 갔다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또 다른 선후배들 죽음이 잇달아 겪는다. 그 시절에는 죽음이, 이토록, 일상이었나.

한국명단편선을 읽으면서도 바닷속 저 깊이 깊숙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이 땅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고, 죽어갔구나 싶었다. 지금 내 눈 앞에 현실이 평화로워보인다고 해서 땅의 기억이 그러한건 아니였다.

불과 작년 겨울에도 그렇지 않았던가. 소리없이 없어진 생명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힘과 싸워야했던 이들.




초판은 1989년 12월 1일에 나왔다. 2018년 지금은 4판이다. 30년이 지나도 이렇게 생생하게 그때 청춘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건 글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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