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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길 - 우리 함께 걸어요
안희정 지음 / 한길사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작년 11월 콜라보네이션을 읽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었다. "안희정의 길"을
읽으며 어제 썰전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았다.
수학책은 있는데, 익힘책이 빠진
느낌이었다.
과학책은 있는데, 실험책은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개념서는 있고, 문제집은 아직 출시 되지 않은
기분이었다.

콜라보네이션은 도지사로서 국가일을 하면서 느낀 것을 앞으로 방향과 잘 어울려 이야기한 내용이
와닿았다. 충청도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메모처럼 쓴 내용이 많았다. 종이를 SNS창과 같이 이용한 느낌이 많다. 앞부분은 최근에 쓴 내용이고 뒤로 갈수록 몇 년 전 생각들을 알 수
있다. 마지막장은 2013년 11월 8일, 제일 앞 장은 2017년 1월 22일이다.
207쪽
폭력 앞에 무너진
부끄럽고 슬픈 나의 초상
영화
<변호인>을 보며
내 2대 시절
체포와 투옥을 회상한다.
1988년 2월 말
늦은 밤.
친구가 걱정되어
친구 자취방에 들른 것이 화근이었다.
골목길에서 몇 합의
격투 끝에 잡혔다.
승용차 뒷좌석
바닥에 깔려서
뒷좌석에 앉은
자들의 구둣발에 등이 밟힌 채 어딘가 끌려갔다.
구둣발의 질겅거림도
고통으로 느끼지 못할 만큼
나는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
한참을
갔다.
바닥에 엎어져서
간간이 훑고 지나가는 시내의 불빛들이
싸늘한 어둠으로
바뀌는가 싶었다. 어딘지 모르지만 한적한
건물 뒤편에
내려져서 컴컴한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로 들어가는
어두운 계단은 쇠창문이 가로막고 있어서
안에서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었다.
희마한 조명 속의
긴 복도를 지나 방들이 다닥다닥
연이어 나 있고
나는 막다른 방으로 끌려갔다.
들어가자마자 그
사내들은 고생스러운 검거 과정의 수고에
분풀이라도 하듯이
연거푸 발길질을 하고 뺨을 쳤다.
옷을 벗으라
했다.
옷을 벗자 다시
벽을 보고 서라 했다.
나는 벽 앞에
섰다.
그들은 벽을 타고
올라가라며 몽둥이질을 시작했다.
.(중략)
죽여서 휴전선
철조망에 널어놓고
월북하다 죽었다
하면 그만이라며.
나는 그 폭력 앞에
무참히 무너졌다.
나는 한 달을 그
지하실에서 보냈다.
.
25년이 지난
이제까지
나는 그 시간을
구체적으로 남들에게 이야기해보지 못했다.
폭력 앞에
무너졌던
내 부끄럽고 슬픈
초상을 기억하기조차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무참히
패배했노라고
겁먹고 벌벌
떨다가
그냥 맥없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숨기고
그냥
패배했노라고
미안하다고만
말했다.
그래, 난 겁먹고
두려움에 빠졌다는 사실을이젠인정하려 한다.
죽음 앞에 초연했던
조선 선비들처럼 난 그러지 못했지만,
그래도 잘
견뎠노라고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고 안아주려 한다.
<변호인>을
보며
고문받던 그 젊은
학생의 공포와 눈물을 보며
25년 만에 비로소
내 자신을 안아주게 되었다.
2014.1.14

콜라보네이션은 회사원 안희정 모습이 보였다면, 이 책 <안희정의 길>은 사람 냄새가
났다.
그가 고등학교시절, 학생운동 시절 겪었던 일들은 몸에
새겨졌을 것이며. 참여정부시절 대선자금 문제로 겪은 옥고도 온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충남도지사 나라일을 한 기억도 모두 정치인 안희정의
경험치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썰전 모습은 뭔가 더 필요로 하는 모습이었다
곤충은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해갈 때, 변태라는 과정을 거친다. 더 완전체가 되가 위해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는 지금
그 과정을 거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어제 썰전을 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