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읽어주는 라디오에서 이 책에 대해 들은 적 있다.
주인공 레누와 릴라는 지난 60년동안 친구였다. 어느 날 릴라 아들 전화를 받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가 사라졌다고 했다. 릴라는 지난 30년 동안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다고 레누에게 말했던 터였다. 다시금 찾아보니 그녀는 정말 사진 한 조각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말이다.

라디오에서 소설 도입부에 대해 들었을 때
'도대체 왜?' 궁금했다. 소설은 첫인상 강렬함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오늘 이 책을 들고 초반 1/5무렵까지 더디게 넘어갔지, 중반부 넘어가자, 둘째가 낮잠에서 깨까봐 두려웠다.

두 여인의 인생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난한 지역 두 여자 아이, 한 아이는 날카로움을 지녔고, 한 아이는 반대다. 두 아이는 서로 친구가 되었지만 묘한 경쟁심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성적은 1,2등을 다투는데 두 집안 다 아이들을 상급학교에 보낼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선생님 설득으로 아버지가 시청 수위인 레나는 중학교에 가지만 릴라는 그러지 못했다. 대신 아버지 구둣방과 집안일을 한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빌려보고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 공부코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른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또래보다 이른 결혼이 좋은 결말은 가져온 경우는 정말 한 번도 본 적없다. 릴라도 그랬다. 스스로 자신을 다듬을 수 있을 때 결혼은 선택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함이다. 안타깝게도 릴라는 그러지 못했다. 워낙에도 개성이 강했다.

64쪽
그 순간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내 셀룰로이드 인형은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릴라에게 못된 구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토록 악의에 찬 행동을 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나에게 티나는 살아있는 생명체였다. 그런 그녀를 창고 속에 살고 있을 수많은 짐승 사이에 던져 넣었다는 사실은 나를 절망하게 했다. 그렇지만 바로 그 순간, 나는 이후로 수많은 일을 겪으며 경지에 오르게 될 어떤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절망을 참아내는 것이었다. 내가 젖어드는 눈가에 절망을 어찌나 잘 숨겨냈는지 릴라는 나에게 사투리로 물었다.
"인형을 버렸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니?"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렬한 고통을 느꼈지만 릴라와 싸워서 얻게될 고통은 이보다 더 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두 가지 고통 사이에서 숨을 쉴 수 없었다. 하나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고통, 즉 인형을 잃어버려서 느끼는 고통이고 다른 하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고통, 즉 릴라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었다.

99쪽
나는 비가 와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나는 익숙했던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처음으로 느껴본 그 거리감은 모든 걱정과 인간관계에서 나를 자유롭게 했다. 반면 릴라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계획을 후회했으며 바다를 포기하고 우리 동네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나는 도무지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294쪽
니노는 릴라처럼 내면의 괴로움에 시달리는 아이였다. 이것은 축복이자 고통이었다. 이들은 만족하는 일이 없고 쉽게 포기하는 법이 없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도나토 아저씨는 이들과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쁘게 받아들였으며 매 순간을 밝게 살았다.

책을 읽으며 와닿는 부분을 옮겨보았다. 처음 읽을 때와 지금 나폴리 4부작 중 2부 중간까지 읽고 난 후 다시 읽으니 느낌이 다르다.
'아, 그랬구나.' 주인공과 릴라의 감정이 더 와닿는다. 점점 빠져드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