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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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71쪽, 시간가는 줄 몰랐다. 집정리도 해야하고, 연휴라 가족들 밥도 챙겨줘야 했다. 주인공 감정에 정말 몰입했다.

두 여자의 인생은 도대체 얼마나 얽혀있었던 것인가.
또 4부작 중 1,2권만 갖고 있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3,4권은 언제 볼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인생을, 아니 마을 사람들 인생을 이렇게 면밀하게 들여다볼 기회가 있을까. 내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봤다. 부산 시내이지만 조금은 번화하지 않은 동네였다. 초등학교 친구들 반은 인문계 반은 실업계가는 지역이다. 주택지라 20년 넘게 살아도 앞집, 뒷집, 옆집 정도 왕래가 조금 있었다. 하지만 거의 자신의 삶을 살기 바빴다. 우리 동네가 특이했나?

남편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대도시로 이사를 왔지만 방학마다 외할머니댁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와는 아주 다른 기억을 갖고 있었다.

나폴리 4부작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지방 소도시에서 어려운 시절 힘들게 자란 할머니가 자기 기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처음에는 주인공 친구 릴라 인생에 몰입했다. 파란만장하다. 주인공보다 공부 잘했지만 부모님 반대로 진학못하고 어린 나이 결혼한다.
 이른 결혼에 결과가 좋은 건 거의 보지 못했다. 상대가 아무리 자신에게 최고 베필이라 하더라도 그걸 알아보는 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이 변하면 가치판단 기준도 달라진다. 결혼 후 사랑이 무언지 알게 될 수도 있다. 릴라도 그랬다.

일찍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정말 어려운 유년기를 보내고, 식료품점 사장과 결혼하게 된다. 친정식구들도 구두공장을 세우고 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신혼여행 첫 날 남편에게 두들겨 맞는다. 그녀 결혼생활 시작이다. 물론 릴라는 워낙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이다.
주인공이 정말 사랑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도 갖는다. 불륜이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돌아와 아이를 낳아 키운다. 결국 남편이 사랑이 빠진 다른 여인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준다.

그 사이 주인공 레누는 공부를 계속한다. 원래 릴라에게 지지않으려고 선택한 공부다. 하지만 나중에는 레누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릴라가 남편돈으로 부유함을 누릴 때, 레누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한다.

십대시절 그들 경쟁 승리자가 릴라였다면 이십대 접어들어서 레누가 더 나아보이기 시작한다. 삼십대 사십대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3,4권이 정말 궁금하다.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300쪽
"살다보면 본모습을 모르는 채 평생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단다."
페르난도 아저씨는 좋을 때도 있고 모질게 굴 때도 있었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매우 사랑하기도 했고 증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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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할 것 없어. 오늘은 피누차 기분이 안 좋지만 곧 좋아질 거야. 리나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어땠는지 기억나지? 그런데 지금 저 애들을 보려무나. 인생이란 그런 거야. 몽둥이세례를 받ㅣ는 요구를 할 때가 있다.을 때도 있고 키스 세례를 받을 때도 있는 법이란다."

304쪽
어느 순간 나는 피누차가 자신도 모르는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그저 짜증만 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이들에게 신경을 끄기로 했다.

330쪽
나는 내 욕망을 정확히 몰랐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애써 숨겨왔을 뿐 아니라 나 자신조차도 내 감정에 회의적이고 확신이 없었다.

375쪽
 인간이란 이따금씩 본심을 숨기기 위해서 무의미한 말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때가 있다.

397쪽
 나는 타인의 요구에 복종하는 존재였다. 나는 릴라와 니노를 통해서만 의미를 얻는 드러나지 않는 존재였다.

400쪽
"아니야. 조심해라, 레누. 너희 둘이 아주 친한 것은 알아. 내 사촌도 그렇게 말했거든. 내가 나와 상관 없는 일에 왈가왈부하는 사람도 아니고. 하지만 내겐 사람 보는 눈이 있지. 리나는 네가 자기보다 낫다는 걸 알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네가 리나를 좋아하는 만큼 리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나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나가 저를 싫어한다는 뜻이세요?"
"그건 잘 모르겠구나. 확실한 것은 리나는 마음만 먹으면 못된 짓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얼굴에 쓰여 있지 않니. 눈빛과 이미만 보면 알 수 있어."

413쪽
릴라는 결혼식 이후 이스키아 섬에 오기 전까지 자신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당시의 느낌을 세세히 묘사했다. 갑자기 기운이 빠지면서 졸음이 쏟아졌고 뇌와 두개골 사이에 공기방울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머리가 무거웠다고 했다. 모든 것이 다급히 움직이면서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고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사물에 몸이 부딪쳐 상처받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배와 눈이 정말로 아팠다고 했다.
 릴라는 언제나 감각이 둔한 상태였다고 했다. 온몸이 탈지면에 꽁꽁 싸여 있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현실세계가 아닌 자신의 육치와 자기를 감싼 탈지면 틈새에서 상처가 빚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곧 죽게 될 거라는 상상은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아무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사라졌다고 했다. 아무것도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모든 것이 망가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불현듯 극단적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격렬한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고 했다. 멜리나처럼 미쳐버리기 전에, 대로변을 가로지르다 트럭에 치여 끌려가기 전에. 그런 릴라를 변화시킨 것이 바로 니노였던 것이다.

427쪽
나는 그런 상념을 떨쳐버리고 내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니노와 릴라가 없는 미래를 계획하고 그들 때문에 고통받지 않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모든 일에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법을 익히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는 법을 습득했다. 서점 주인이 내 몸에 손을 대도 분개하지 않고 조용히 밀쳐냈고 진상손님들에게도 선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때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나는 매일 같이 되뇌었다.
 '이렇게 생겨먹은 이상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어. 사투리를 쓰고 돈은 땡전 한 푼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가질 수 있는 만큼만 가지자. 참아야 할 때는 끝까지 참자.'

618쪽
 집세, 전기세, 가스비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다. 그래도 릴라는 걱정하지 않았다. 릴라의 마음속에서 돈을 쌓아놓고 물쓰듯이 쓰던 시절은 빈곤하던 어린 시절과 별 차이가 없었다. 돈이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실체가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619쪽
'이제는 아이를 유리벽 안에 가두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 필요한 것을 다 해주었으니 이제는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그러니 이제 서로 치고받기도 하고 물건을 빼앗기도 하면서 지저분해지는 것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

652쪽
 릴라는 내가 자기 앞에 나타난 순간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동료와의 마찰과 벌칙금을 낼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금 나에게 내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승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자신의 인생은 나만큼이나 다양하고 무모한 모험으로 가득하며 시간은 그저 별 의미없이 흘러가기 마련이니 가끔 이렇게 만나 한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른 터무니없는 생각과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메아리치는 정신 나간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옮긴이의 말 중>
663쪽
 릴라는 결혼이라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는다. 성장의 동력이 되었던 가족에 대한 사랑도, 부에 대한 갈망도, 구두 제작을 통한 자아실현의 꿈도 모두 잃고 일종의 정신적 아노미 상태에 빠진다.
 레누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부터 릴라에 대한 열등의식에 시달리던 그녀는 사랑하던 니노마저 릴라에게 빼앗기자 상실감과 절망감에 니노의 아버지 도나토 사라토레와 첫 경험을 한다.ㅇ적인 장면이자 페란
 이들 둘이 각자의 잘못된 결정과 이에 대한 후회를 승화시키는 방식을 묘사한 부분은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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