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엄마의 인문학 습관 - 엄마의 생각의 깊이만큼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
한귀은 지음 / 예담Friend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아이의 무목적상태
적절한 정도의 좌절감
잔소리를 줄이자.


읽으면서 맨 앞장에 눈에 잘 보이게 적어놓은 글귀들이다.

 

 

 

 

 

 

이 책은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이 방법이 좋더라. 이렇게 알려주는 육아지도 같은 책이 아니다.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고, 매일매일 성장하는 중이라고, 나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한 엄마일 뿐이다 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일 년 넘는 시간동안 썼다고 한다. 그 시간동안에도 아이와 저자가 성장했다고 말하는 부분이 와닿았다.

290쪽 마지막 문장

엄마가 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러나 엄마가 되면 그 힘듦을 이길 힘도 함께 생긴다.

 

 

 

 

그래서 좋았다. 동지 같았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후, 유치원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 아이도, 환경도, 나도 말이다.
엄마에서 학부모가 되는 기간동안 엄마와 아이는 성장통을 겪는다.
하긴 그 전에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큰 변화도 겪었었지.

 

 

 

 

 




9쪽

엄마가 된다는 것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건 단지 역할 하나를 더 부여받는 일이 아니다. 존재의 본질 자체가 변하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스스로도 당혹스러울 만큼 화가 나고, 화난 마음에 아이 앞에서 말까지 더듬고, 난데없이 주책스러워지기도 한다. 그렇다, 다 내 얘기다.


이 책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에 대한 책이다.
아이를 키우는 법이 아니라 엄마로서 살아가는 법, 나아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에 관한 책이다.


10쪽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피드백하고 그것을 정리한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 순간 아이와의 사이에 발생한 미묘한 에너지, 감정, 감동을 포착하여 표현하는 것이 더 진실한 것이다.


11쪽
'좋은 엄마'라는 신화

인문학이란, 인간이나 인간성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 세상에서 엄마와 아이의 관계만큼 인문학이 더 필요한 경우가 있을까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보내고, 인간관계 중 가장 넓고 깊은 관계도 모자 혹은 모녀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와 아이 사이는 인문학이 개입하기 힘든 영역이기도 하다.
도무지 '생각'이라는 걸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본능'이 더 빠르고, '생각'보다 '살랑'이 더 먼저 아이를 껴안는다. 그러다가 종종 엄마는 미혹에 빠진다. 내가 좋은 엄마인가? 하지만 이 질문은 틀렸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만 노력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죄책감'이 쌓이게 된다. '좋은 엄마'라고 하는 개념의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심하게 야단을 쳤다면 그것에 대해 후회하게 되고 그럼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회의가 생긴다. 아이의 잘못을 꾸짖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을 아이와 자신의 갈등 상황이라고 착각하고 마치 아이의 양육에 실패한 것처럼 느낀다. 상황 해석의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좋은 엄마에 대한 강박은 명백히 좋은 엄마 콤플렉스일 뿐이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하지 말고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해야 한다.
그럼 좋은 엄마는 못 돼도 조금은 나은 엄마는 될 수 있다.

14쪽

의미 있는 고통은 남기고
소모적인 고통은
그때그때 버리는 것, 여기에 바로 엄마로서의 성숙이 있다.


19쪽

엄마는 아이에게 놀이 상대가 아니라 수호신처럼 여겨져야 한다. '걱정마, 엄마가 지켜줄게, 네 인생 전부를' 정도의 느낌을 받을 수 있게.


22쪽
"엄마는 너와 매일매일 순간순간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야. 정말 그것만 되면 엄만 더 바라는 게 없어, 그런데 네가 엄마를 힘들게 하면 엄마는 모든 것이 뺏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렇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협박성의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강력할 수도 있다.


24쪽
공자는 아들에게 슬쩍 호기심을 유발시킨 것이 다였다. 그런 문제의식을 주는 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가르침일 것이다.

26쪽
엄마가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거라는 위로도 얻을 수 있다. 무엇을 얼마나 가르쳐야 하는가보다 어떤 방향으로 가르쳐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41쪽
'공부'를 강조하면 엄마가 무조건 진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때 분명히 말하자.

"공부 안 해도 돼!"
그럼 아이가 공부, 조금은 한다.

46쪽
우리는 너무 많이 교육 받았다. 그 말은, 편견도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 받은 바로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필터가 된다.
하지만 이 필터가 '내 아이'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까. 아니다.

내 아이는 가장 순수한 눈으로 봐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받은 교육과 편견을 버리는 것부터 양육이 시작되어야 한다. 만약 처음부터 순수한 눈으로만 아이를 봤다면 아이를 더욱 잘 '관찰'했을 것이고, 그럼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49쪽
 장래희망을 가져야 한다.
엄마와 아이, 둘 다 장래희망을 가지고 서로의 장래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때도 엄마는 아이에게 "너는 이런 이런 사람이 돼야 해!" 라는 식으로 명령하지 말고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는 식으로 그것이 엄마의 의견임을 피력해야 한다. 아이에게 말 건네기, 정말 어렵다.


57쪽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확신하게 되는 것이, 아이는 다 제 갈길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엄마 혼자서 고통 받고 괴로워하고 낙담해봤자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일단 나는 내 꿈을 잘 챙기면 된다.


77쪽
 아이에게 화낼 때는 내야 한다. 다만, 미치지 말고, 화만 내야 한다.
 미치면 본인이 다친다. 화를 내되, 그 화가 자신을 향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암사자처럼 아이의 버릇을 고치는 것이다.
 늘 엄마는 아이의 위에 있어야 한다. 아이를 위에서 내려다봐야 한다.

 아이와 눈높이를 같이 하거나 아예 아이의 눈 아래 가 있으면 아이가 그걸 감지한다. 그럼 살기 불편해진다. 아이 교육도 물론 안된다.

78쪽
 어미는 강해야 한다. 그래야 새끼는 마음 놓고 어미의 품 안으로 들어온다. 엄마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게다가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엄마를 사랑하지 못한다.
 새끼가 어미를 사랑하는 방식은,
 어미가 강할 때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확신될 때
애교를 부리면서 사랑하게 된다.


79쪽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나의 갸륵한 마음이
사실은 내가 상처받기 싫어서였다는 것,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로서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89쪽
 행복 DNA를 키우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을 또한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려면 고독을 향유해야 하고, 남을 사랑하려면 남에게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91쪽
모든 엄마는 방학이 두렵다.

다들 느끼겠지만 엄마들은 방학이 두렵다.
삼시 세 끼 밥 해주는게 어려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밥을 차리고 아이들이 밥을 먹을 때는 좋다.
그때는 목적이 분명한 행동들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밥과 밥 사이다. 그때는 아이들이 목적 없이 헤맨다.
그리고 그 무목적을 엄마는 대체로 참기 어렵다.


 개학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두 번의 방학, 왜 두려웠는지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목적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엄마는 책도 읽고 문제집도 하고 영어알파벳도 들여다보고 했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도무지 그럴 생각이 없기에 그런 모습을 지켜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와 닿았던 부분은 잔소리를 줄이라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마음에는 내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잔소리 하지 않아도 잘 큰다.
엄마는 잔소리를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착각한다.
그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이 잘 못된 것이다.
아이는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98쪽
일단 잔소리, 반만 줄여보라, 엄마와 아이, 둘 다 성장할 수 있다.

102쪽
 상상력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 능력이다. 나와 다른 남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바로 상상력으로 가능하다.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해야 하면서
동시에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가 바로 자신의 아이다.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아이가 원하는 건 뭔지,
나아가서 아이가 무슨 상상을 하는지까지 상상해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차원적 상상력이라고 하는거,
아이에게만 키워주려 하지 말고
엄마 자신도 좀 길러보자.


113쪽
 창의적인 사람 은 자기중심적이고, 냉소적이고, 충동적이며,
어린아이처럼 무질서하며,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신경질적이며, 지나치게 자기주장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며,
변덕이 심하다던데,
 솔직히, 내가 창의성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창의성 있는 사람의 부정적인 성향은 거의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118쪽

적절한 정도의 좌절감(optimal frustration)이란 게 있다.
좌절감은 자기 안으로 침잠하게 만든다.
자기 자신을 직시하게 만든다.
나의 위치, 나의 능력, 나의 과거와 미래를 헤집게 만든다.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 성장한다.


123쪽
 화를 내는 엄마는 네 번 괴롭다.
아이가 잘못해서 괴롭고,
그 잘못에 대해 과하게 화를 내서 괴롭고(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과하게 화를 내는 자신에게 실망해서 괴롭고,
아이가 괴로워해서 괴롭다.
화를 낸 후 앙금으로 더 크게 남는 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아이의 사소한 잘못을 확대해석하여 과잉되게 화낸 자신의 모자람뿐인 것 같다.


124쪽
 아이가 버릇없이 말할 때 부모는 발끈한다.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점점 자라 어른이 될 것이다.
부모도 나이 들어 노인이 되어 갈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서 성공한 어른이 되는 '미래'만을 상정한다.
그것만이 미래라고 여긴다. 하지만 미래는 훨씬 더 멀고 까마득하다.
 아이일 때 아이로서의 성향을 제대로 누리게 하는 것도 미래를 위한 일이다. 그래야만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한다.


160쪽
 내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되기를 원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가 나온다.
아이가 순종적이고 착하기만 원하는가.
성실하기만 하고 놀 줄도 모르고
삶의 진정한 실험과 유희를 모르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아이가 자기 자신을 드러내도록 해줘야 한다.
아이가 자기 의견을 부모 앞에 내놓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165쪽
너무 성실한 아이,
너무 책임감 있는 아이,
혼자서도 뭐든 잘 하는 아이,
늘 참는 아이,
자기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를 보면 위태롭다.

오히려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떼를 쓰고,
부모에게 강하게 요구하고,
게으르기도 하고,
간혹 제멋대로인 아이가
나중에 연인이나 배우자로부터 더 사랑받을 수도 있다.
사랑을 받는 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과감히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가 없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사랑은 원래 그런 속성을 갖고 있다.
아이가 진정한 사랑을 하기를 원한다면
아이에게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너무 착하기만 한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33쪽
 엄마와 아이 사이의 갈등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엄마에게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다.
다만 환자 있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던 존재 둘이 만나서 문제를 일으키는 거다.
그러니 '엄마-여자'는 무조건 자책하거나 반성하지 말아야 한다.



238쪽
 아이의 미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엄마 자신의 미래도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에게만 장래희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도 장래희망이 필요하다.




한 동안 이 책을 숙독했다.

'나는 과연 생각하는 엄마일까?'

육아서, 각종 정보를 공부하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와 나 사이를 깊게 생각하는,
이라는 의미다.


상대에 대해 잘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와닿는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상해보라는 말이 와닿는다.
그리고 화내더라도 자신을 많이 자책하지 마라는 위로도 와닿는다.

한 장 한장 한챕터 한 챕터
와닿아서 쉬 덮을 수 없었던 책.

하루 10분 엄마의 인문한 습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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