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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가 울고 있어요 ㅣ 푸른숲 새싹 도서관 28
카마타 미노루 글,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2011년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읽었을
때,
둘째는 낳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그 책을 읽고 핵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했다.
2014년 그 기억들은 잊어버리고, 우리 식구는 네 명이
되었다.
<시금치가 울고 있어요>를 읽다가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리원자력 발전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
예전에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읽었을 때,
'만약에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가족은 즉사구나'
라 생각했다. 정말 무서웠다. 그 책 덕분에 둘째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물론 다른 여러가지 이유도 있었지만.)
인생동지님은 일본여행은 허락해주지 않을 만큼 그 분야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특히 료칸 여행은 더더욱 반대한다.
먹을거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이다.
사실 남편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일본 작가이자 의사인 카마타 미노루가 지은 이 그림책을
보니,
남편의 걱정도 마음으로 와닿았다.
작가는 1991년부터 벨로루스 공화국 방사능 오염지대에 의사단을
파견하고 의약품을 지원해오고 있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팔한 뒤에는 그 지역의 의료 지원에 힘 쏟고
있다.
그림책의 색채에서 벌써 느낌이 온다.
이 책은 글이 많지
않다.
그림으로 많은 걸 이야기하고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색채로
말한다.
푸르던 시금치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림책의 가로길이가 45cm정도 되니, 책의 두 페이지를 가득히
차지하는 시금치 그림은 푸른색일 때는 물감의 퍼짐까지 잘 보일 정도로 와닿지만
검은색으로 변하면
마음까지 어두워진다.
글을 모르는 아이가
그림만 보더라도 '먹을 수 없는 것이구나!'느낄 정도이다.
쌀도, 우유도, 가자미도
색깔도 냄새도 모양도 소리도 없는
그것이
지나가면서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변해 버렸다.
바로 방사능이다.
아저씨가 울어
아주머니가
울어
"맛있게 자라렴."
하고 말하던 얼굴은
어디에 있을까.
<본문
중>
글밥이 많지 않다.
하지만 색채와 반복되는 단어로 마음을 울린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 물질이 쏟어져 내렸다.
그래서 바다를,
시금치를, 쌀을, 가자미를, 젖소를, 그 땅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 어둠의 그림자를 씌워버렸다.
작가는 그 곳에 있던
시금치가 되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건강함을 전달하려고
햇빛을 받고, 영양분을
흡수하던 싱싱한 생명체가
하루 아침에, 독이 되어바린 그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30년 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그 지역에서 나온 우유를 마신 아이들 중 6천 명이 갑상선암에
걸렸다고 한다.
똑같은 사고가 일본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작가는 지구상의 모든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서
'핵'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제목만 보고 무슨
내용일까 했는데
다 읽고 와서
마음이
쓰리고
아팠던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푸른숲 새싹도서관 시리즈.
한 권 한 권 모았는데
벌써
28권차이다.
1권인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은꽃은 이번 겨울 방학숙제 독서록 쓴 책이기도
하다.
<시금치가 울고 있어요>처럼 한 권 한 권 모두 울림이
있어
좋은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