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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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를 반성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 때 그렇게 이야기하지 말걸.'
'그 상황에서는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그래서인지 잠드는 시간은 고통이었다. 불면증의 시작은 그 습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책 제목을 보고,
며칠을 묵혔다. 무슨 내용일까. 자기 자신에 대해 과한 자신감을 보이는 제목이 아닌가 하고.


아이와 외출을 했다.
버스와 지하철을 50분 정도 타고 가야했기에 준비하고 나서면서 가방에 쏙 집어넣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책.


그 날 나는 차창 밖 풍경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아기띠하고 아이를 안고 이동하면서 한 손으로는 책을 들고 한 손은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옮겨 갈아탈 때도 눈은 책을 향했다.


p.7
엄마랑 나는 남들이 입다버린 옷을 입었다. 엄마는 예쁘지만 색이 다 바래버린 면 드레스를 입었다. 솔기가 터져 드러났지만 품위 있는 디자인의 드레스였다. 그리고 나는 몸에 맞으면 아무 옷이나 입혔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구걸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물색했다.

p.6
 내가 그만 둔 건 손목 터널 증후군이 왔기 때문이다.
3년 동안 손일을 2만 3,546번 했다고 생각해보라. 손목이 안 아픈 게 이상하지.


 책 속 몇 줄에서 주인공 '나'의 어린 시절을 느낄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끔찍하게 소중하게 여겨서 자식같은 짐 따위는 하찮게 여기는 사람, 을 엄마로 두었다.
대학까지 진학했었던 엄마, 였다.

p.20 
 점을 치러 오는 고객은 대부분 여성이었고 손일을 하러 오는 고객은 전부 남성이어서 우리는 공간을 시계바늘처럼 정확하게 운영해야 했다. 가게는 넓지 않았다. 남자 손님을 맞으면 뒷방으로 모셨다. 그리고 여자 손님이 예약 장소로 안내받기 전에 볼 일을 치르도록 주의했다.


 주인공은 은밀한 공간에서 일한다. 남자와 여자는 그 영역이 다르지만, 다른 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을 여기서 얻어간다.

 제목에서 강렬한 느낌을 받았던 나는 주인공에 대해 알게 되자 살짝 충격이 왔다. 어떤 것이 옳단 말인가.

이 후 주인공은 점 보러 오는 손님 중 '수잔'이라는 여자를 알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그 집에 가서 악령을 쫓는 정화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수잔은 아이가 둘이다. 첫째 아들은 남편의 아들로 수잔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싫어했다. 남편은 긴 출장으로 집에 오래 머무는 편이 아니었다. 수잔은 남편에게 사랑받으며 사는 아내가 아니란 말이다.

 결혼한 여자라는 건, 가정을 이루고 한 집에 있는 남편에게 사랑을 기대하게 되는 위치에 있다는 말이다. 그러한 자리에서 그러한 기대를 충족받지 않으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문제'가 나타난다.

 한 대상을 증오하게 된다거나, 어떤 것에 집착하게 된다거나.

이 소설을 사랑받지 못한 여자를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뭐가 진짜인지 헷갈리게 되지만.


p.85
 나는 고속도로를 탔다. 열다섯 살인 아이는 내가 서른 살일때보다 두 배는 더 영리했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제대로 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타인을 배려하고 호의를 베푸는 건 다 쓸데없는 짓이다. 이 아이가 어쩌면 좋은 파트너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p.87
 나는 염려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카터후크 메이너저택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사기를 당했든 당하지 않았든, 나는 내가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고 믿기로 선택했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속여서 수많은 일들을 믿도록 했지만, 이번만큼은 내 생애 최고의 업적이 될 참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나 스스로 믿도록 하는 것!

환경이 내 마음만큼 좋지 않을 때,
내가 하는 행동이 나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할 때.

차차리 내가 하는 행동이 옳다고 믿는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한 최선일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옳다'
제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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