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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얼굴 - 인문학과 과학의 눈을 통해 보는 선과 악의 진실
스티븐 배철러 지음, 박용철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p.176 모욕을 모욕으로 되갚으며 서로 미워하는 감정을 부채질하는 대신, 상처 주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타인의 절실한 부탁을 경청하고 수용할 때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 친밀감을 느끼는 순간 더 이상 자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스스로도 깜짝 놀랄 방법으로 자유롭게 열린 공간 속에서 타인을 대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로소 곤경에 처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마음을 쉽게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타인과 고통을 공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입장이 되어 타인의 느낌과 감정을 나의 것으로 여기며 타인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나는 가끔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통제한다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가 그 자신을 알고 있는 방식으로 내가 그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줄긋기가 어렵다. 내용이 연결되어 줄을 그으면 한 단락을 다긋게 된다. 내가 불교일 뿐 아니라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인을 이해받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왜 그럴까? 고민했다.
저자 스티븐 배철러는 마치 내 질문을 알고 있다는 듯이 책에서 그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위에 인용했던 176쪽, 177쪽은 가장 와닿은 페이지이다. 이 두페이지는 거의 모든 문장에 줄을 그었다. 그리고 내 생각을 적었다. 그래서 두번째 읽을 때는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다시금 되새기며 읽게 되었다.
저자는 영국에서 태어나 인도로 출가했다. 티베트에서 8년, 한국에서 4년간 선불교를 공부했다. 오랫동안 불교명상지도자이자 자유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p.177 우리는 타인과의 대면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타인과의 만남은 결코 어떤 '불변의 사실'과의 만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친밀해질 수 있는 가능성과의 만남이다. 흔히 우리는 '닫힌 사람' 또는 '열린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 사람이 '입고 있는 갑옷의 틈새'를 찾아 서로 '통하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하나의 길과 같다. 그리고 사람은 저마다 초대할 수 있고 초대받을 수도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 존재한다. 모르는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항상 서먹함을 개고 서로 친밀하고 신뢰하는 사이가 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타인과 친밀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고, 나도 타인을 나의 삶 속으로 초대하면 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상호 이해를 추구하면,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삶의 제1장이 되고, 꿈속의 등장인물이 될 것이다.
배철러는 인간의 자아야말로 악마의 본질로 본다. 존재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악마의 유혹에 의지해왔다. 우리의 강박적인 행동, 탐욕과 폭력, 타인에 대한 파괴적인 행위 등은 악을 조장하는 마라의 농간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악마의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악마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선과 악은 대립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분리될 수 없이 한 존재 안에 공존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다른 이보다 더 깨치게 되는 것이니 타인을 더 이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간단하게 말하면 "너는 책도 많이 읽으면서 이것 밖에 못하니?"
그것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해탈을 바라는 것이다. 단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악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은 해탈과 관련이 없다. 단지 자기 자신을 볼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 뿐이다.
이 책 또한 그러하다. 나를 들여다볼 기회를 주는 책.
[선과 악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