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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 서른 살의 강을 현명하게 건너는 52가지 방법 ㅣ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서른이 되던 해, 작년 1월에 읽었다. 그때 같이 샀던 책인데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알고보니 이 책의 부제는 서른살의 강을 현명하게 건너는 52가지 방법이 나와있다. 생각해보면 작년 한해 바다같이 보냈다. 잔잔하 파도 이다가 갑자기 밀려온 쓰나미에 정신 못차린 꼴이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쓰나미를 겪고나서 지금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71
정신분석가 에미거트는 정상적인 우울 감정이 삶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시켜준다고 말한다. 우울이 오히려 성숙이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온 힘을 다 쏟은 일이 실패하거나 멈추어 섰다고 느낄 때 그리고 도대체 무엇이 틀렸는지 몰라 어리둥절해 질 때 우리는 이 위기를 '기존적인 우울 반응'으로 대응한다.
p73
우울은 새롭게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 정보처리 과정을 집중시켜 막힌 부분을 풀려는 무의식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즉, 우울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심리적 신호이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러니 우울에 빠져 흥미도 없고 활동량이 줄어든 때는 새로운 변화를 위해 암중모색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울한 감정자체가 그저 좋지 않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산후우울증은 비교적 당연한 적이라 생각이 든다. 결혼 후 생판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 적응 하는 기간,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상황, 이 모든 것들이 새롭게 부딪히는 상황인 것이다. 엄마로서 자신의 위치를 잡기 위해서 겪는 과정이 산후우울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와 엄마와의 관계가 어떠했냐가 그 과정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은 자신이 습득한대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엄마의 양육태도가 나의 양육태도로 되는 것이다. 대물림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엄마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가 있다면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에 그 상처들이 곪는다. 그런데 그 감정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뭔가 기분나쁜 감정이 내 안에서 자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울이라는 것은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게 만드는 귀중한 시간이라고 한다. 이 시기를 잘 보내면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산후우울증을 겪은 나로서는 아이를 키우느라 반복되는 일상, 그리고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일 정신이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아, 내가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p194
어릴 적 은미씨가 울면서 떼를 쓰면 그녀의 어머니는 바로 혼을 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외면해 버렸다. 은미씨의 어머니는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무척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내부에서 어떤 기운이 올라오고 있다고 느낄 때 그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지 못했다. 뭔가 불편하데 그게 정확하게 뭔지 모르는 그녀는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짜증과 신경질을 내게 되었다.
감정도 키가 자라듯 자란다는 사실을 아는가. 감정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세밀하게 분화되어 가는데 이 때 부모의 공감과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엄마가 아이와 눈을 맞추면서 "우리 아가, 오빠가 안 놀아줘서 화났구나', "우리아가, 오빠한테만 자전거 사줘서 샘났구나."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는 '아하, 이게 화난거구나.', '이게 샘이 난 거구나'라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분노와 질투, 공포, 슬픔, 기쁨, 놀람, 신기함 등 수많은 감정을 만나고 그것들이 마음 속에 공존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깜짝 놀랐다. 또 다른 은미를 우리 집에서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면 바로 혼낸다. 최근 들어서는 아이가 울면서 엄마가 혼내는 것이 너무 무섭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 자신도 컨트롤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감정이 아이에게로 전가하는 것을 느낀다.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도 반복한다. 오늘 시댁에서 오지 않으려고 우는 아이를 집에 억지로 데리고 와서 물어보았다. 왜 내려오기 싫었는지, 그 전에는 항상 운다고 다그치기만 했었다. 알고보니 고종사촌의 지우개가 탐나서 가지고 놀고 싶었고, 3층에 있는 대게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아이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무심하게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감정과 내 상태가 항상 우선이었다. 아이를 어른처럼 대해줘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p229
친밀해지고 싶다면 상처 입을 각오를 하라.
친밀해진다는 것은 상대에게 나를 열어보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굳이 말을 안핻 상대가 나를 다 이해하고 받아주리라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내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생각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표현해야 한다.
사실 가족이외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지 못하는 편이다. 친하다는 친구들도 내가 먼저 연락하는 편이 아니라, 그들이 연락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사실 먼저 만나자는 말도 잘 못한다. 그저 상처받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나자 했을 때 거절당할까 두려웠고, 내가 전화했을 때 그들이 바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전화보다는 문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나를 정확하게 파악하시고 조언해주신 선생님이 한분 계시다. 작년 연말에 뵌 선생님, 자기 중심이 서면 외부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무슨 말일까 곰곰히 생각했다. 그 후로 두 달이 지났다. 생활 속에서, 대인관계에서 나의 중심의 찾고자 부단히 노력중이다. 그러면 타인과 친밀해지는 것에 두려움도 차츰차츰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p268
복원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압도 당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지금 겪는 고통이 끝이 없어 보인다해도 당신은 분명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일어설 것이다. 더 강해질 것이고, 더 멀리 내다볼 것이며, 더 높이 날 것이다. 그러니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고 싶다면 당신 내부에 있는 놀라운 힘을 믿어라. 그리고 그 힘은 든든한 지원군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