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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양윤옥 옮김,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 레몬맛 사탕이었다면 오늘은 색다른 젤리를 맛본 느낌이었다. 나의 작은새, 첫맛과 끝맛이 다른 젤리 같은 책이다. 다른 책들은 읽으면서 주인공들의 심리가 내 마음에까지 전해졌다. 그런데 이 책은 '음. 이게 뭘까?" 생각하면서 읽었다.

주인공인 '나'가 사는 아파트 5층, 작은 새가 찾아든다. 자연스레 대화를 한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며 모두를 놓쳐버렸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의 집에 자리를 잡는다. '나'에게는 여자친구가 있다. 타이핑 솜씨도 좋고 요리, 정리정돈 등 능력을 따지는 모든것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그녀다. 그리고 아침형 인간으로 새벽거리공기를 좋아한다.
'나'에게 작은 새의 등장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등장과 만남, 그리고 생활, 헤어짐의 기억이 있다. 전과 다른 작은 새의 등장으로 새와 '나'의 생활, 여자친구와 '나'의 생활은 교집합같은 생활이 전개된다. 같이 하면서도 각각 다른 생활이 이어진다.
작은 새와 산책하면서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위층의 노부부와 친한 작은 새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작은 새는 여자친구와 재미있게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말한다.
뭔가 어색한 관계과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은 에쿠니 가오리 작품의 특징이다. [나의 작은새]도 첫맛은 달랐지만 역시 그녀 소설만의 독특한 맛, 익숙한 맛을 작품의 중간에서 느낄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의 쇼코와 무츠키, 그리고 무츠키의 애인 곤이 생각난다. 결혼한 쇼코와 무츠키,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 부부이다. 그러니 싸울일도 없다. 무츠키는 곤과는 다투는 일이 많다. 서로 기대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새]에서 '나'는 주변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준다. 갑작스레 찾아온 작은 새의 존재, 그리고 여자친구가 하자는 것은 모두 같이 한다. 그녀가 아침에 찾아오는 것도 그저 받아들인다. 친한 사람들 사이에는 나를 받아줄 것이라는 전제하에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친하지 않으면 불편을 감수하고 친절을 베푼다. 그럼 작은새와 '나'의 관계는 어떤 사이일까? 작은 새는 '나'가 받아줄 것이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받아주기만 한다.

'나'는 그 누구와도 친하지 않을 것일까? 그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인물들의 행동을 나열한다. 책을 읽는 독자인 나는 그 흐름을 따라가다 책을 덮고 난 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심리에 대해서,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게 만드는 매력일 것이다.
이번 책 [나의 작은새]에서 주인공 '나'에 대한 생각이 한참을 머리를 맴돌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