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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길, 바라다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4
정수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페이스쇼퍼] 처음 읽은 그녀의 작품이다. 정수현, 책 표지보다 그녀의 사진에 더욱 눈길이 간다. 페이스쇼퍼의 성형외과 의사 그녀도 마음의 상처가 있는 영혼이었다. 이번 소설, [그녀가 죽길 바라다]에서 민아도 그렇다. 로펌의 회장인 아버지, 한때 배우였던 엄마, 자신은 미래가 기대되는 미모의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소위 상류층의 사람이다. 다정했던 엄마가 한순간 자신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그 이유로 부모님은 이혼하게 된다. 자신은 방황하던 차에 친구와 폭행을 당하게 된다. 같이 있던 친구는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그 사건을 계기로 공부에 집중하게 되고 순수함을 읽고 자신의 복수를 향해 달려가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로 지내는 건우가 있다. 그는 재벌가의 아들이다. 그런데 학창시절 아버지의 외도, 부모님 이혼, 서로 자식을 떠넘기는 바람에 유학을 결정하게 된다. 그는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서 지금은 IT업체의 사장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그들의 삶, 그렇지만 내면에는 아픔이 있었고, 상처가 있었다.
돈이 행복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 생각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강하게 들었다. 돈은 단지 삶을 불편하지 않게 도와줄 뿐이었다.
주인공 민아는 생활환경은 남들볼 때는 천국이었지만, 마음은 하루하루를 복수를 다짐하며 지옥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윤재희, 보통보다 살짝 떨어지는 외모, 많이 나가는 몸무게 그녀의 꿈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다. 회사까지 그만두면서 도전한 [오페라의 유령]오디션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나서 한 아이를 구해주려다 트럭이 치여서 뇌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병원에 있는 그녀에게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하루만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살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그녀는 민아를 선택하게 되고 민아의 몸으로 배우가 되려는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한다.
442페이지인 이 책은 읽기 전의 두께감과 읽으면서의 두께감이 다르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내려 간 책이다. 로맨틱 스릴러라는 수식어에 맞게 지금도 재희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민아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장면에서 재희가 자신의 기억을 모두 말하지 않았던 것인지 궁금하다.
읽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 질문.
p162
"누군가가 너에게 불꽃같지만 아쉬울 정도로 짧은 인생과 무미건조하지만 굴곡 없이 긴 인생 중 하나를 택하라면 뭐라고 답할거야?"
p163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단 나한테 알려주진 말고요.'를 선택할래"
건우의 대답은 오늘 하루는 보내는 나의 마음 속을 정통으로 지나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근본이 나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만의 사연이 있고 마음 속에 화를 품고 있기에 밖으로 표출 되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길을 가다가 유난히 까칠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은 마음 속 화가 많이 쌓여있는 불쌍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