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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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가득한 일요일 오후, 친정집 거실에 혼자 누워있다. 친정에 오면 무조건 쉬어라는 가족들의 배려에 오로지 나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결혼 전에는 회사 쉬는 날 오후,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지 않는다면,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뒹굴뒹굴 이불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통의 일이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 삶의 환경과 패턴을 비추어 볼 때 오늘 같은 오후는 일상 속의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따뜻한 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으면 잠이 드는 것이고, 눈 뜨면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부드러운 양상추]를 읽었다. 그녀의 책을 읽을 때면 (특히 에세이를 읽을 때면) '나도 그녀처럼 책을 쓸 수 있는 능력과 내 책을 읽어주는 독자들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오늘의 오후 햇살과 잠깐 잠깐의 낮잠 속에서 독서는 그런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취하지 부족하지 않은]에서도 그녀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부드러운 양상추는 음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이다. 뜨겁지도 맵지도 않고, 짜지도 차지도 않은 맛의 책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일상 생활을 엿볼 수 있고, 그녀의 성격이 글 속이 녹아있다. 전화에 대한 두려움에서는 공감을 느꼈다. 왠지 미루게 되는 전화, 결혼 하기 전에 집에서 무엇가 전화할 일이 생겼을 때는 동생들이 도맡아했고, 지금은 남편이 거의 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전화는 한다. 그런데 왠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졌다거나, 시간을 두고 전화할 일이 생겼을 때는 은근히 미루게 된다. 시간에 기대게 된다. 나의 이런 모습 때문에 손해본 적도 다수 있었다. 그래도 사람은 변하지 않나보다. 그녀는 주변사람들이 많이 배려하고 그녀를 이해해준다. 보통 사람인 나는 어떠한가? 내가 그녀처럼 작가가 되어서 책에서 표현하면 나의 진짜 모습을 이해해줄까?

 누군가에게 설명하지만 항상 이야기를 끝낼 때 즈음에는 허공에 혼자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풀어서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에쿠니 가오리.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 오늘따라 유난히 그녀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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