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불 - 존재에서 기억으로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백불-존재에서 기억으로-

표지와 제목만 보고는 무슨 내용일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저 표지에 있는 차가워보이는 두개의 손이 죽음을 연상시켰을 뿐이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첫 장의 한 줄

-돌아가신 조부님께 바칩니다-

 

제목과 표지, 첫 장의 한 줄은 내용이 더욱 긍금해져갔다.

역시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다 잃어야 제맛이다.

처음 도입부 3장, 책을 다 읽은 지금 와서 읽으니 이해가 된다. 이 책은 주인공 미노루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내 누에와 형제, 친척, 다섯명의 아이들과 열다섯명의 손자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한다.

 

백불은 미노루라는 사람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이야기한다. 5살 때 같이 강물에 빼졌지만, 자신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살았고 7살 형을 차가운 죽음을 맞이한다. 미노루는 자라면서 죽음이 무엇일까라는 깊은 생각에 빠진다. 생애 처음으로 여자라 느낀 옆집 오토와도 시집을 간지 3년만에 시신이 되어 돌아온다. 자신을 절대로 잊지 말아달라는 그녀의 바람대로 아내 누에를 사랑하지만, 죽음을 맞이한 후 그녀의 곁으로 돌아간다.

 

미노루는 대장장이었던 아버지의 셋째아들이었다. 섬을 나가고 싶어하는 두 형들과 달리 미노르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는다. 시베리아벌판, 전쟁 한가운데에서 러시아군인을 죽인 기억은 그의 평생을 따라다닌다.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 자신이 수리한 총이 또 누군가를 죽이는데 쓰인다는 사실이 그를 짓누른다.

전쟁이 끝나고 철포쟁이 미노루의 공장은 기울어간다. 전시에는 자신에게 부탁을 했던 주변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자 그들을 냉정해져간다. 그도 먼저 자살한 친구, 데츠조를 떠올리며 죽음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순간 큰딸 린코 덕분에 생각을 바꾼다.

자신의 손재주로 김건조기를 만들어 다시 호황을 누리고 그의 일을 세아들이 물려받는다.

그는 묘지는 늘어가고 줄어가는 농지를 걱정하며, 마을의 유골들을 모아, 부처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백불을 만드는 동안, 어머니 가네코도, 자신과 같이 백불을 만들던 친구 기요미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도 눈을 감는다. 그들의 유골은 백불에 들어갈 것이다.

그 속에서 죽은 형, 첫사랑 오토와도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중간에 자신의 큰딸 린코의 전생에 대해서도 나온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윤회란 무엇일까

원래 불교이지만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난 항상 죽음과 살짝 떨어져있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적 잘 따랐던 작은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장례식에 그 때마다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작은할아버지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언제든 시골에 가면 계실것만 같았다. 간혹 살면서 생각이 난다. 작은할아버지도, 외할머니도, 육체는 사라지지만 기억은 누군가의 머릿 속에서 계속 될 것이다. 미노루의 딸 린코는 전생이 히카루오카마을 무당 마오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의 전생은 그녀의 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그러나 린코는 린코일 뿐이라며 전생과 무관하게 살아간다.

 

죽음의 경계선은 어디까지 일까.

 

p218

미노루는 이따금 부모란 누군가가 잠시 아이들을 밑긴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생고생해서 아이를 키웠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 아이는 맡겨진 것 뿐이다.

 

책 속의 미노루의 말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백불의 책장을 덮는다.
 

 

이 책은 소담꼼꼼평가단 1기 리뷰이며, 해당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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