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 - 행복을 유예한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안주용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스물두 살의 새벽, 그 때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쉬워하던 그 보랏빛하늘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경관수업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친구와 함께 달려갔던 달맞이고개의 일출광경이었다. 그 친구와 나는 꿈이 많은 여대생이었다. 그 중 하나는 머릿속의 생각을 실천할 용기가 있었고, 또 하나는 마음속으로 생각만 했다.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어 가기에 바빴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인가 미처 묻지도 못하고 그저 남들이 가기에 나도 갔고, 남들이 뛰기에 나도 뛰기 바빴다.

그 때 보랏빛 하늘 속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을 무엇인지 모를 감정으로 벅차올랐고, 평생 이 모습을 마음에 담아두리라 다짐했다.

그 후 남들과 같이 뛰어가느라 마음 속 어딘가에 있는 그 장면을 꺼내어볼 시간이 없었다.그러던 중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색깔이 뭐냐고 물으면 보라색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걷지마 뛰지마 날아오를거야]의 작가 안주용은 나와 동갑내기이다.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책 내용 전반적으로 공감이라는 느낌이 깔려있다.

 



 

사진 속의 보랏빛은 나에게 강렬한 기억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한동안 머릿속 어딘가에 꽁꽁 숨겨두었던 기억들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나왔다.

문제는 그 시간이 추석 당일 새벽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새벽 2시 30분, 자다가 깨어 책을 읽다가 동갑내기 작가의 생각과 현실 속에 빠져서 나의 생각마저도 덩달아 자유로움을 찾기 시작했다. 책을 덮고 자리에 누웠는데 책 속 사진의 자연, 자유로움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

내 현실과 내 이상들이 섞여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 현실은 오전 8시 차례를 준비해야하는 한 집안의 며느리이자, 아침에 딸아이에게 한복을 입히고, 머리를 묶어줘야 하는 엄마, 그 역할을 모두 충실히 수행해서 남편에게 인정받는 아내여야 했다.

내 이상은 동갑내기 작가처럼 현실에 묶여있는 끈을 풀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는 새였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느끼고 싶은 것을 느끼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생각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생각들을 하고.

새벽 6시 집 앞의 산책길로 나왔다. 한 쌍의 백로가 자유롭게 날며 먹이감을 찾고 있었고, 귀뚜라미소리,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물을 건너는 돌다리의 중간에 앉아서 그 풍경 그대로를 온몸으로 느껴보았다. 그 자유로움이 좋았다. 누군의 시선도 느끼지 않고 하루 종일 시간의 흐름 속에 나를 맡겨보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의 나로 돌아와야했다. 난 나에게 주어진 역할 속에서 할 일이 있었다.

회사 다닐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나가 휠씬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하나의 역할을 벗어던져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다. 아니였다. 눈 앞의 자유로움을 두고 문 밖을 나가면 다른 세상이 있는데, 난 여전히 이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자유로움이 주어졌는데 다시 쳇바퀴를 만들어서 그 안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했던 것이다. 뭔가를 함으로써 내 존재를 확인하려고 했다. 이제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걷지마 뛰지마 날아오를거야]를 읽고 나니 ‘지금의 나’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나는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사랑하는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였다.

 


p139

강박적으로 공부에 집착하고 일에 매달렸으며 허기를 채우듯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았다. 항상 무언가를 찾아 헤맸으나 무엇을 찾고 있는지 왜 찼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지도는 있었다. 다만, 가야 할 방향을 알지 못했다. 언제나 길을 잃은 듯 초조했다. 어딘가로 서둘러 발을 옮겨야 마음이 놓였다.


네 줄의 문장 속에 내 모습이 있었다. 주말부터 가기로 한 학원의 수강신청을 취소해야겠다. 내 마음의 소리대로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내 마음의 고향으로 카메라를 들고 가보아야겠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책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놓았다면, [걷지마 뛰지마 날아오를거야]이 책은 내 머릿 속을 통째로 흔들어놓았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무언가에 쫒기듯이 살지 말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아야겠다. 미래의 ‘나’가 후회하지 않도록.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리뷰이며,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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