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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전 1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2006년 손미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읽고 막연히 스페인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 전 읽은 안토니오 콜리나스의 [남쪽에서의 일년]도 인상 깊었다. 그 또한 스페인작가이다.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라고 한다. 그렇게 스페인작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공성전]을 읽게 되었다.
공성전(攻城戰)은 성이라는 전략적 요충지에 기대는 적을 공격하는 것을 공성전이라 한다.
기본적으로 적의 보급을 차단하는 것이 첫 번째, 그 후 방어선에 파상공세를 가하여 약한 부분을 부수고 돌입하는 것이 두 번째가 된다. 중세에 이르면, 보급의 차단만으로도 수비측이 항복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후 성벽을 부술 수 있는 공성포가 도입되면서 포격거리까지 공성포를 끌고 가면 수비측이 '명예로운 항복'을 제안하는 형태가 되기도 하였다. -네이버 위키백과참조-
소설 공성전의 시대적인 배경은 프랑스와 스페인이 30개월 넘는 전쟁을 치르고 있고, 공간적 배경은 스페인 남서부 항구도시 카디스이다.
전체적인 배경이 전쟁 중이라서 전쟁의 분위기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는 종군기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서 전쟁의 분위기가 사람의 심리묘사 속에 거리의 묘사 속에 문체 속에 녹아있다.
제목인 공성전은 시대적 배경 뿐 아니라 인물과 인물사이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단어이다.
형사인 티손은 잔인하게 소녀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의 심리에 가까이 가서 그를 잡으려하고, 잡히지 않으려는 범인과의 공성전을 펼치고 있다. 카디스의 사람들은 전쟁 중이지만 일상의 생활과 프랑스 군 포탄의 공격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소설의 첫장부터 잔인하게 죽은 소녀가 발견된 현장이 묘사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독자의 심리싸움도 시작된다. 등장인물이 한명이 나올 때마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으려는 작가와 추측을 통해 알아내려는 독자의 심리가 대립된다.
나 또한, 벽제사 레고리오 푸마갈, 밀매업자 물라토, 티손과 오랜 동안 일적인 면에서 동지관계로 지내는 바룰교수, 롤리타의 사촌 토뇨, 로보선장 한명씩 등장할 때 마다 추측했다. ‘누굴까?’ ‘혹시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한명 한명 모두 의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범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인물들의 행동묘사를 관찰하게 된다.
내가 맞춘 한가지는 롤리타의 하녀가 연쇄살인마의 희생양이라는 것이다.
전쟁은 계속 되고 추측도 계속 되었다. 소설은 1권을 넘어 2권으로 넘어갔는데도 이러한 심리전은 계속 되고 있다.
또 다른 공성전, 카디스의 거상 롤리타 팔마와 로보선장 사이의 심리전이다. 집안의 대를 이어서 회사를 운영하느라 화려한 독신인 롤리타는 로보선장을 만나게 된다. 로보선장은 오랜 바다생활을 통해서 몸에 체화된 지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각자 마음의 성에서 살아가던 둘은 점차 각자의 성에 침투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공통의 관심사 바다와 식물학은 그 둘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롤리타는 사업적으로 힘들어지자 해서는 안될 부탁을 로보선장에게 하게 된다. 이 둘의 관계 속에서 난 작가와의 공성전에서 졌다.
800쪽이 넘는 페이지에서 이들의 관계가 무르익기 시작한 것은 700쪽이 넘어서이다. 그런데 마지막은 이들의 이야기로 장식되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은 형사 티손과 세상과의 공성전에서 이긴 장면이었다. 그 무렵 스페인은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어 범인도 함부로 문초할 수 없게 되었다. 형사 티손은 마지막 희생자의 아버지를 불러서 직접 응징하게 만든다. 새로운 헌법도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소설[공성전]은 끝났다.
‘그럼? 롤리타와 로보선장은?’ 생각하는 순간, 에필로그가 나왔다.
거기에 둘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고 있었다. 그들의 공성전에서 승자는 누구였을까. 아직도 생각중이다.
스페인 소설은 항상 나에게 물음을 남기고 끝난다.
나에게 또 다른 물음을 안겨준 책 [공성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