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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교실
오가와 히토시 지음, 안소현 옮김 / 파이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철학카페' 있다면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홀가분 심리카페와 비슷한 느낌이다.
작가 오가와 히토시는 법대를 나와서 인권변호사를 목표로 공부를 하다가 좌절하고 4년동안 아르바이트, 그러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 자신이 공공에 관련된 일이 적성에 맞다고 느꼈단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대학원 진학, 지금은 철학자이자 준교수로 철학카페를 운영하는 등 철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철.학. 이름 두 글자만으로도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그렇지만 항상 궁금해했던, 철학.
어떤 책이냐에 따라서 같은 주제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이번 철학의 교실은 철학자들이 어려운 사람들이 아니라 내 주변의 편안한 사람들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주요등장인물은 다나카 고이치, 고등학생으로 학생회장, 전교1등 우등생이다.
간바야시 미키, 미모가 뛰어난 고등학생이지만 연애를 두려워한다.
가와구치 쇼타 고등학교 2학년 토론을 좋아하고 인생에 고민이 많으며 고이치에 대해 경쟁심을 품고있다.
히라타 이사무, 30대 중반의 미혼직장인으로 영화를 좋아하고 인생이 진지하지 못함.
다니 나오코, 40대 중반의 주부, 자신을 꾸미지 않고 사람만나는 것도 피하며 아이와 남편에게 지쳐있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을만한 캐릭터들의 등장인물이다. 아마도 자신의 경우를 적용시켜보라는 작가의 의도인 것 같다.
배경은 새벽3시의 사립고등학교, 14일동안 철학 교실이 열리게 된다. 각자의 고민과 문제를 가슴에 안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철학자들이 실제로 교실에 등장하여 수업을 한다.
신선한 발상이다. 딱딱한 철학을 실생활화 시켜서 제목을 붙인 것도 철학을 더 가깝게 다가오게 했다.
첫시간- 하이데거 선생님 : 어차피 죽을 텐데 왜 사는 걸까요?
두번째 시간 - 헤겔선생님 : 꿈과 이상을 추구하느라 지쳤어요
세번째 시간 - 칸트선생님 : 성욕이 위험할 정도로 강한데 병인가요?
네번째 시간 - 메를로-몽티선생님 : 아무 일에 의욕이 없어요. 고민투성이에요
다섯번째 시간 - 레비나스 선생님 : 나는 누구일까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신경쓰여요.
여섯번째 시간 - 아렌트 선생님 :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일곱번째 시간 - 롤스선생님 : 법률이 엃다고 누가 정했습니까? 미국은 정의로운가요?
여덟번째 시간 - 플라톤 선생님 : 연애를 못하겠어요 결혼을 꼭 해야하나요?
아홉번째 시간 - 알랭 선생님 :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요! 왜 늘 저만 불행한 걸까요?
열번째 시간 - 푸코선생님 : 선생님, 경찰, 대중매체,, 권력은 정말로 지긋지긋해요.
열한번째 시간 - 마르크스 선생님 : 돈벌이가 나쁜가요?
열두번째 시간 - 사르트르 선생님 : 자유로워지고 싶지만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들으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열세번째 시간 - 니체선생님 :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열네번째 시간 - 오카와 선생님 : 철학을 공부하면 모든 고민이 사라지나요?
이렇게 제목을 나열한 것은 누구나 한번쯤 공감할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철학을 통해서 혼자 생각하는 것도 좋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것' 그 자체이다.
회사 생활을 할 때 '난 과연 지금 숨쉬고 있는 것인가'를 가끔 생각했다. 항상 반복되는 일상에 주어진 일만하는 기계인가? 사람인가? 의문이었다.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학창시절 난 타인의 시선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부도 하고, 성적이 비슷한 다른 친구들에게 경쟁의식을 필요이상으로 느꼈다.
p 136 타인을 신경쓰는 이유는 자신이 성장하는 동기가 되는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타인을 통해서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을 변화시킬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죠.
항상 경쟁의식, 질투는 나쁜 것이다라는 생각이 아니라 이렇게 긍정적인 피드백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면 내 내면에 혼자 상처를 입히는 일도 덜했을 것이다.
철학은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알게하는 데 돋보기 같은 역할을 한다.
p210 왜 갑자기 가족이 싫어질까?
가족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위로를 받는 것입니다. 가정은 마음을 치유해주는 장소니까요.
그러니까 가족이 싫거나 싫어진 적이 있다면 이는 가족에게 위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때떄로 가족은 마음의 안식을커녕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요.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엄마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와 성향이 너무나 다른 친정엄마는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스트레스로 생각하셨는지 잘 들어주지 않으셨고 난 항상 불만이었다.
커서도 엄마보다는 동생들과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왜 그럴까. 자랄 때도 커서도 생각을 많이 했었다.
아마도, 엄마에게 위로받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이 대목에서 순간 이해가 갔다. 내가 딸아이에게 행여나 위로하지 못하는 엄마가 되지않을까 항상 걱정이다.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로를 통해서 내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하니까.
심리학책에 관심이 많이 있었다. 내 내면의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철학의 교실]을 읽고 나서 '내가 찾던 답들이 여기에 들어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을 삶과 연관지어 쉽게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책.
[철학의 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