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아이들 (양장) -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개역개정판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잡고 있는 내손이 벌벌벌 떨렸다.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았다. 둘째는 절대 낳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우리집에서 고리원자력발전소까지 차길로 38km 정도 직선거리는 더 짧으리라.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일본의 그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나는 너무 무서웠다. 친한 친구는 심지어 일본의 그 현장에 있었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었다. 독일에서는 친환경에너지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고 한다. 풍력, 태양열. 시민들의 전기를 다시 사들이고 시민들은 적극 참여한다고 한다. 요즘 나에게 새로이 생긴 꿈은 옥상에 태양광 전지를 단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너무 무서워 잠시 덮었던 책장을 펼쳤다.

사고발생 첫날 생후 8개월아기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

아이들은 픽 쓰러지고 실명되고 온몸에 출혈이 생겼다. 1986년 그 때만 해도 방사능에 바로 노출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지지 않은 때였나보다.

아이들과 주민들은 격리수용되었다. 오빠 이반, 동생 아네사, 아버지 안드레이, 엄마 타냐. 원자력발전소 근무자였던 안드레이는 사건 수습 중 사망하고, 동생 아네사도 행여나 눈이 먼 오빠가 걱정할까봐 자신은 건강하다는 쪽지는 남기고 죽는다.

엄마 타냐는 아이들이 어디에 수용되었는지 모른채, 딸아이가 죽었는지도 모른채 사고의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사실이다. 그렇기에 더욱 무섭다.

지금 창 밖에 내리는 비도.

내가 어릴적 마음 놓고 감상에 젖어 맞았던 비도.

우리딸에게는 그러한 감상을 만들어줄 수가 없다.

우리 전체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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