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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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요, 시마코, 고토코, 리쓰 딸 셋 아들하나이다. 그 중 고토코는 세 명의 딸 중 셋째딸이다. 딸셋 아들하나인 집에서 첫째딸로 자란 나는 소란한 보통날에 나오는 고토코의 가족을 보면서 왠지 우리 가족이 떠올랐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겠지만 성격형격 형성에 집안에서 몇째인가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꼼꼼한 첫째언니 소요, 기분 변화의 폭이 큰 둘째언니 시마코, 말수가 적은 막내아들 리쓰, 그리고 항상 자신에게 어느 정도 만족하며 엄마 근처에서 하는 일을 돕는 고토코.

 우리집 셋째가 생각났다. 학교 졸업 후 취업을 위해 달려가던 첫째, 둘째 언니와는 달리 그 아인 지금 제과제빵을 배우고 있다. 든든한 지원군 남자친구가 있는 것도 고토코와 비슷하다. 그리고 언니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없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셋째이다. 나 또한 시집오기 전에 그 집안에 속한 사람으로서는 몰랐다. 우리집안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이나 규칙 같은 것을. 떨어져보니 느껴졌다. 얼마나 그 속에서 만족하며 행복했었는지를. 아침에 7시면 꼭 아침밥을 온 가족이 모여서 같이 먹었어야했다. 누군가 자고 있다면 다 일어날 때까지 아버지가 깨우신다. 어떨 때는 밥을 먹고 또 잔적도 많다. 목욕은 주말에 다같이 온천에 가서 한다. 그리고 그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생수를 뜨러는 통도사 근처 작은 암자에 아버지 차에 모두 타고 가서 떠온다.

나의 소소한 일상들이 생각났다. 고토코의 가족 덕분에. 에쿠니 가오리 덕분에.

가족이 많다보니 항상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난다. 누군가에겐 특별한 일들이겠지만 아이들이 많다보면 그 일들은 일상이 되어버린다. [소란한 보통날]이라는 제목처럼.

책을 읽다보니 어느 덧 우리집과 비교하고 있었다.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한고 다른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공통점은 형제들의 성격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 큰 차이점은 부모님의 양육관이다. 우리부모님은 자식의 장래 하나하나를 간섭하신데 비해 고토코의 집은 자식들의 의견을 존중해준다.

p192 "신경쓰이면 물어보면 되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엄마는 노려볼 뿐이었다. 우리엄마는 다부진 사람이지만, 딸들의 사생활에 괜히 간섭했다가 반감을 사는 일에는 몹시 겁을 낸다.

엄마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의 차이점일까?

둘째가 시마코가 아이를 키운다고 했을 때, 첫째 소요가 이혼하고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막내가 학교에서 정학을 당했을 때 모두 그들의 부모님들은 자식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나 현실세계에서도 첫째언니 역할을 맡고 있는 나. 시집오고 나서 부모님껜 살짝 미안하지만 동생들이 너무 보고 싶어 주말 아침 눈뜨자 마다 친정에 갔었던 나였다. 나에게 익숙한 그 공간에 머물다가 새로운 환경, 가족에 적응하는데 3년넘게 걸렸다. 결혼 후 일년 남짓 살다가 뱃속에 아이와 함께 돌아온 첫째를 가족들이 마음 속으로는 반기고 있다는 사실. 왠지 나의 현실과는 다른지만 그 마음은 살짝 이해가 간다. 다시 가족으로 컴백. 첫째의 마음이 집으로 돌아왔기에.

나 또한 항상 그 중간선에서 마음이 넘나들긴 했다. 선 안은 지금의 내 집, 선을 살짝 넘어가면 예전의 내 집이었다. 그 중간선에서 고민도 많이 했었고, 몇몇 순간은 예전의 내집으로 내 마음이 넘어갈 뻔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 중간선에 지금의 내 집쪽으로 완전히 들어왔지만. 역시 에쿠니 가오리이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 항상 내 마음을 돌아보고, 들여다보게 된다. [소란한 보통날]덕분에 예전의 나를, 나의 가족을 찾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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