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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의 아이들 - 부모를 한국으로 떠나보낸 조선족 아이들 이야기 ㅣ 문학동네 청소년 8
박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큰 차들이 다니는 길가에 핀 노란 민들레, 언제 무엇이 지나갈지 모른채 그 자리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존재,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장면이었다.
그 아이들이 그랬다. 보살핌 없이 혼자서 꽃을 피워내야하는 존재였다.
“이 모든게 윗물인 어른들 탓입네다. 한국바람, 간다바람이 먼저고 자녀를 돌보는 일은 안중에도 없단 말입네다. 한국에 나가 일하는 어른들이 고생이라면, 이곳에 남은 자녀들은 고통이지요.”
엄마도, 아빠도 떠나버린 곳. 어떤 할아버지는 지금 맡고 있는 손녀만 기숙사에 들어가면 자신도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란다. 아이들이 부모의 손길이 가장 필요할 때가 사춘기 때가 아닐까싶다. 제 1차 사춘기는 4살 무렵, 그리고 제 2차 사춘기는 2차 성징이 나타날 무렵이다. 처음 월경을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너무나 놀랐던 기억, 두근두근, 엄마한테 이야기 할 때까지 그 짧은 기간 동안까지도 불안했다. 부모님을 5년에 한번 보면 다행인 그 아이들은 어떻게 그 상황을 헤쳐나갈까. 안타까운 것은 일부아이들은 4살도 전에 부모와 헤어진다는 것이다. 난방조차 되지 않는 그 기숙사의 차가운 침대에서 겨울을 보내는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은 행여나 나중에 임신이 하지 못하면 아마도 기숙사에서 난방을 해주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한단다. 문제는 간다바람의 결과이다.
그렇게 떠난 부모들이 2년짜리 한국방문취업제가 5년으로 연장되면서 2년이라는 시간 안에 돈을 벌어야한다는 마음가짐이 사라지고 시간이라는 세월 속에 갇혀서 한국에 적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버려둔 채로.
부모와 떨어져지내다가, 부모들이 이혼하고, 그리고 그 부모들이 재혼하면 그나마 부쳐오던 돈도 언제 끊길까 걱정하게 되고 만주 아이들의 현실이다. 그 아이들이 과연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려갈 수 있을까.
나도 6개월 정도 육아휴직 복귀 후 딸아이를 친정에 맡겨두었을 때 일주일에 세 번정도 보러갔다. 어떤 날은 야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침대에 누웠다가 휴대전화 속 딸아이의 사진을 꺼내보다가 너무나 보고 싶어 밤 10시에도 부산에 내려갔던 기억도 있다. 어떻게 자신의 분신들을 칼로 자르듯이 떼어버릴 수가 있는지.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어른들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대량생산하고 있다.
엄마는 있지만 [엄.마]라는 진정한 뜻을 모른 채 또래 아이들에게 의지하며 살고 있는 아이들, 가족이라는 단어는 알지만 10년동안 부모님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아이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