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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영원히 살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죽어야한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도 일단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작가인 나카무라 후미는 두 아들의 어머니이자 평범한 전업주부로 글을 써왔다. 염마이야기는 2009년 제 1회 골든 엘리펀트상을 수상하여 4개의 국가에서 동시에 출간되었다.
문신사 호쇼 바이코, 그에게는 두명의 제자가 있다. 주인공인 아마네는 두 번째 제자로 호쇼 바이코라는 영감을 만나 손에 염마라는 신귀새김 문신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다. 바이코는 평생 문신사로 살아갈 것을 서약하고 손에 매화꽃 신귀새김을 하게 된다. 가정도 꾸리지 않고 바이코는 호쇼 문신사로 살아간다. 그러나 죽기 전에 자신의 걸작을 남기고 싶어 염마의 손에 불사의 문신을 새기게 된다.
p42 신귀 새김에는 세가지 금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자해, 두 번째는 살해, 세 번째가 ‘죽지 않고 늙지 않는’ 불로불사의 신귀새김이었다. 제 몸을 해치고 싶다는 강한의지를 표명하거나, 사람을 죽이는 일에 일절 망설임 없는 인간이 되고 싶다거나 하는 문신을 의뢰해 오는 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생명과 관련이 있는 주문은 절대로 새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불사의 신귀 새김은 특히 엄격했다. 모든 신귀새김은 의뢰자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불사는 인간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신물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인 것이다.
사쓰마 죠슈의 밀정이었던 아마네는 신센구미대원 모집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친구 오카자키를 만났으나 밀정이라는 신분이 드러나 증오를 받게 된다. 그 일로 싸우다가 피를 흘리게 되지만 염마의 문신을 새긴 아마네는 다치자 마다 자신의 몸 스스로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이코 영감의 말이 사실인 것을 알게 된 아마네는 신귀를 빼달라고 하지만 지우는 즉시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원히 살 것인가 당장 죽을 것인가 막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것임을 안 바이코 영감은 아마네에게 문신을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제손으로 신귀를 새겨서 남의 목숨을 파먹는 악귀가 되어버린 첫 번째 제자, 야차를 가능하면 염마가 죽여달라고 유언같은 부탁을 하게 된다. 도쿄의 국수집 맞은편 경찰서 앞에서 어린 소녀 히사카 나쓰를 만나게 된다. 염마, 야차, 나쓰는 앞으로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얽히게 될지 상상도 못한채.
염마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운명이란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스스로 불사를 선택한 야차, 스승에 의해 불사가 된 염마, 둘은 같은 운명을 가지게 되었지만 전혀 다르게 인생을 풀어간다. 야차는 문신사 외에도 외국서적서점주인, 통역가, 사업가 등의 직업을 가지면서 자신의 스스로 인생을 고독하게 살아간다. 염마는 문신사로 살아가지만 나쓰와 노부마사의 도움과 관심 속에서 살아간다. 염마가 금주의 문신을 새겨준 노부마사는 사례금 없이 내쫓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염마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게 된다. 살면서 명예와 권력을 가지게 된 노부마사는 염마가 필요할 때 항상 도움을 준다. 친구의 딸 나쓰는 처음에는 아저씨, 오빠, 남동생으로 변해가는 염마를 옆에서 항상 지켜주고 사랑해준다. 염마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차는 일년에 한번 사람을 죽여 심장을 태워서 그 가루를 먹으며 살아간다. 야차는 항상 혼자였다.
‘스스로 선택한 사람과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인 사람의 차이인가?’ 아니면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한다.’는 이야기인가. 작가가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중에 작가 본인은 어느 것에 더 무게를 두었을까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다. 휴가 나온 동생이 운전하는 차 뒷자리에서 펼치게 된 염마이야기. 집에 도착하여 칭얼거리를 딸래미의 목소리를 살짝 뒤로하고 저녁 9시에 552쪽을 마지막페이지로 읽었다. 장소를 이동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날 내가 저녁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뒷장을 덮고 다시 책표지로 돌아왔다. 트레싱페이퍼같은 책 커버를 벗겨보니 희미한 프린트의 책 표지가 나왔다. 같은 운명이지만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염마와 야차의 인생과 같은 표지였다. 선명함 뒤의 희미함.
‘불로불사가 어떤 삶일까?’ 한번쯤 생각해보신 분들, 그리고 현실에서 벗어나 하루쯤 책에 푹빠져들고픈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