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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하하하 내이야기 인줄 알았다. 부산사투리에 자매들간의 전쟁같은 이야기. 자매가 아니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 나는 공감백배이다. 여동생 둘, 남동생 하나 인 우리집은 365일 중 5일빼고는 다 싸웠다. 그 5일은 자매 중 누군가가 학교에서 수학여행이나 캠프가는 날이다. 맨날 싸우는 것이 일과였다. 24년동안 한 집에서 살았던 우리가족은 방셋인 구조에서 부모님 방한개, 남동생 방한개, 세자매가 방하나를 같이 썼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방하나에 책상 세 개, 옷장 세 개, 그래도 넓은 방이라 각자의 구역이 있었다. 서로 침범하지 않는 공간들. 셋째가 제일 고생많았지. 시집와서 느끼는 거지만 우리 시누이는 자매가 없어서 참 안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자매는 부모님한테 말 못할 것들도 서로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이다. 나 혼자 자매를 마음대로 정의하고 있었는데, ‘우리 제말 헤어질래?의 끝부분을 보면서 그 정의에 확신을 가졌다.
작가 고예나, 내 바로 밑에 동생과 나이가 같다. 나보다 나이어린 작가라니 신선하다.
얼굴도 예쁘다. 표지의 일러의 자매모습과 작가의 예쁜 얼굴이 있는 책띠가 살짝 언발란스한거 같은 느낌이 있다.
‘우리 제말 헤어질래?’는 권혜미, 권지연의 두 자매이야기이다. 열한개의 상황에 각자의 입장에서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다. 동생이야기가 항상 먼저 나오는 건 언니인 작가인 배려인가?^^ 항상 뒤따라 오는 동생의 입장을 소설에서나마 바꿔주고 싶었나보다.
나 또한 권혜미 같은 언니라서 그 심정 100%이해가 간다. 동생이 내 옷을 입고 나가고 내 가방을 들고 나갔을 때의 그 느낌.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이다. 형제가 많아서 그런가 자기것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첫째라 많이 누렸지만, 그 때는 둘째, 셋째의 입장을 헤어려주지 못했다. 대학교 들어가서 읽은 심리학책에서는 첫째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던데, 처음에는 부모님께 100을 받았으면 둘째, 셋째, 넷째가 태어나면서 1/4,즉 25로 줄어버렸다. 그래서 욕심도 많다던데 나 또한 그런가보다 했다. 동생들은 유전인자가 그런가보다 언니꺼 그냥쓰기. 우리집도 셋째가 유독 심했다. 언니들은 돈벌기 시작해서 가방도 옷도 사기 시작하니까 먼저 입고 나가버리기. 말안하고 쓰기, 책 읽는 내내 옛날 생각에 웃음이 쿡쿡 났다. 동생들과 떨어져사는게 소원이었다. 둘째, 셋째가 연애하고 남자들에게 초콜릿이며 사탕이며 인형이며 받아오던 날에는 급우울모드였다. 연애한번 제대로 못해보던 큰언니가 나였다. 같은 대학교 다니던 우리 셋째는 길거리 헌팅도 얼마나 많이 들어오던지, 대학교 휴학 후 복학했을 때는 그 남자들 떼어내드라 뛰어다닌 언니였다. 내 별명은 00(우리셋째이름)큰언니였다. 나이트는 서른살동안 입구에도 못가보고 제대로된 한번의 연애로 시집가버린 언니. 그래도 나는 권혜미보다 낫네. 동생보다 먼저 시집가고 아기를 낳아서.
그런데 이상했다. 시집오니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그렇게 싸우던 동생들이 제일 보고싶었다. 어느 일요일아침 자다가 일어나서 울어버렸다. 동생들이 너무 보고싶어서. 그 길로 부산에 내려갔다. 막내 수능시험이 정신없는 친정엄마를 대신해 휴학생이던 셋째가 내 몸조리를 도와주었다. 자매란 그렇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관계. 난 세상에서 제일 안타까운 분들이 여자형제 없는 여자분들. 외동인 대학교 단짝친구는 우리집을 그렇게 부러워했다.
가끔 외동으로 자라날 우리딸에게 미안하긴하지만...
자매가 없으신 분들.
[우리 제발 헤어질래?]를 권해드리고 싶다. 자매생활기 간접체험.
그리고 자매가 있으신 분들.
나처럼 지나온 세월들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에 유쾌한 미니시리즈를 본 것 같은 느낌.
[우리 제발 헤어질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