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나
야나기 코지 지음, 정인영 옮김 / 새앙뿔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호랑이가 된 아버지. 제목만 보고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매우 궁금했었다.
시대는 앞서가는 사람을 수용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열네살 주인공 ‘나’는 아마도 너무 시대를 앞서간 아버지를 만났나보다.

아버지 ‘이징’은 고향 농서에서 수재로 스무 살의 나이에 과거시험에 합격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 마음속 이상형이었던 마을 처녀(‘나’의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 상상했던 생활과는 달리 첫 부임지인 강남에서 아버지는 관직을 내팽개치고는 엄마와 갓 태어난 나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집은 빈곤해져갔고 아버지는 다시 이전보다 휠씬 말단직의 관리로 들어가게 된다. 일년 후 어느 날 아버지는 출장을 떠나서 그 길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자라면서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를 빼다 박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엄마가 기분이 나쁠 때면 하는 말이었다.

엄마에게 아버지는 그러한 존재였던 것이다. 문득 2월에 읽은 책 내인생의 멘토 붓다가 생각났다. 그 책에는 좋은 아내가 되는 법, 시부모와 남편을 섬기는 다섯가지 착한 것과 세가지 나쁜 것에 대해서 나와있다. 또한 남편의 의무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물론 아버지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첫째 잘못이고, (의무의 조항 중에는 의식주 걱정 없게하고 때맞추어 의목을 사줄 것이며, 몸을 장식하는 금은과 보석을 사주며,라는 내용이나온다) 엄마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지해 주지 못한 것이 잘못이다.

아버지, 이징은 자신의 이상형이었던 아내가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것에 큰 실망을 느낀다.
 p170 뭔가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저는 반드시 아내에게 알렸습니다. 아내는, 아름다운 아내는 어릴 적부터 저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과거시험에 합격함으로써 사모하던 아가씨와 결혼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저는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감동을 나누고 싶다, 저는 절절히 그렇게 바랐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제가 가리키는 것들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마음을 움직이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무엇을 보여 주어도 흐응, 흐응, 하고 가볍게 끄덕거리기만 할 뿐 흥미가 없다는 듯 곧바로 다른 곳으로 시선이 향하는 겁니다. 저는 아내의 이런 태도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눈앞에 처음 보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는데 왜 아내는 감동을 느끼지 않는 걸까요?

 이 부분을 읽고 마음 속으로 쿠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나의 남편이 나에게 이러한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으리라. 사업을 준비하는 신랑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신이나서 이야기하는데도 나는 내 일에만 열중하며 내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며 내 만족만 추구했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남편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오늘 아침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쓰려는 나에게 남편이 사업계획서라며 읽어보라고 했다. 전같으면 대충 읽어봤을텐데.. 오늘은 진지하게 읽어보았고 남편의 입장에서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남편의 반응이 달라졌다. 책이란 이렇게 나를 변화시키나보다.

호랑이와 나, 아들과 아버지를 중심으로 쓰여진 책이다. 나는 특이한 관점으로 읽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 느껴진다. 아마도 다음 번에 읽으면 또 다른 관점으로 독후감을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의 강렬한 나만의 교훈을 마음 속에 담아본다.

 

페이지마다 호랑이가 있다. 모양이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이 또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