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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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책읽어주는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에서 몇 년동안 금요일 코너를 담당했다. "이다혜 요즘 뭐 읽어" 배경음악 없이 담백한 목소리였다. DJ가 몇 번 바뀌어도 이다혜기자님 코너는 고정이었는데 최근 금요일 게스트가 다른 분으로 바뀌었다. 매주 만나던 친구와 헤어진 느낌이었다. 얼마 후, 책이 나왔다. 그래서 그랬구나.

이다혜작가님은 책도 목소리처럼 담백했다. 글쓰기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었다. 가슴 속 무언가를 끌어올리는 글쓰기 책도 있었고, 맞춤법 등 실제 글 자체를 퇴고하는 책도 있었다. 내 생각을 들여다보게 하는 글쓰기 책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글쓰기를 생업으로 하는 이다혜 기자님 실생활이 녹아 있는 책이었다. 만나진 않았지만 목소리로 어떤 분인지 어렴풋이 추측했을 때 그 분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이 아닐까.




1장에서 6장까지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1장은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는다' 글쓰기 소재부터 주제에 대해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며 글을 쓴 후 나에게 돌아올 수 있는 비판에 대해서도 말한다. 2장은 리뷰쓰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 영화 리뷰, 책과 영화를 비교해서 쓰기 담고 있어서 유용했다. 블로그에 책리뷰를 올리곤 하지만 영화는 어떻게 써야하는지 막연했다. 내 감상만 넣곤 했다. 영화와 책을 넘나들며 글로 말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이다혜 기자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지난 주 금요일 JTBC <방구석 1열>에서 영화 <아가씨>이야기를 하면서 소설 <핑거스미스>이야기도 함께 나왔다. 일요일 이 책을 펼쳤는데 그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특히 목욕장면에서 골무로 이를 갈아주는 장면은 이미 화면으로 접하고 책으로 읽으니 생생하게 느껴졌다. 재미있었다. 이렇게 이어질줄 몰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서 그런지, 책 내용도 전체적인 흐름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한 장 끝나면 인터넷서점 장바구니 속에 책들을 담게 되었다. 여러 책들이 언급되었지만 꼭 읽어봐야지 하는 2권이 생겼다.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와 호시 요리코 <아이사와 리쿠> 상,하세트. 
 <아이사와 리쿠>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눈물을 언제나 원하는 때에 흘리는 능력이 있는 여고생이 나온다. 손원평 작가님 <아몬드>가 생각났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아몬드와 비교해서 글을 써보면 재미있겠다. 
 어떤 글쓰기 책들은 '나도  잘 쓰고 싶다' 두 주먹 불끈 쥐게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쓰면 재미있겠다' 혼자 생각하고 손뼉치게 만든다. 나는 그랬다.


특히 이 질문들 중에서 8번 문항은 몇 번 읽게 되었다. 내가 한 권의 책이라면 어떻게 목차를 구성할 수 있을까?
 읽자마자 '재미있겠다' 싶었다. 우리 책모임 언니들과 함께 해볼까 싶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만난 백일쓰기 멤버들과 200일넘게 글을 함께 써나가고 있는데 한동안 손 놓고 있었다. 왜 그런지 몰랐다. 요즘 바빠서일까 아니면 마음 속 에너지가 없어서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어렴풋이 깨닫았다. 상황적으로는 눈 앞에 글쓰기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있었고,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쓰면 누군가 비난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56쪽
'비판은 누구에게나 힘겹다'
프로페셔널조차 자신에 대한 비판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작품에 대한 비판을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니 당신의 글이 알뜰살뜰 씹힐 가능성은 글을 쓸 때 어렴풋하게라도 염두에 둘 일이다. 아마도 글을 내놓기 두려운 이유가 이것이겠지만 말이다.

94쪽
유난히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는 작품이 있을 때, 리뷰를 쓰며 그 감정을 끝까지 파보기를 권한다. 일기를 쓰며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는 방법을 쓰기 괴로울 때, 리뷰 쓰기는 꽤 효과 좋은 우회로가 된다. 좋아하는 등장인물의 희노애락에 함께 젖어보거나 경멸하는 캐릭터를 강도 놓게 비판하다 보면, 그것은 나 자신을 비우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기 성찰적인 글쓰기로서 리뷰를 쓸 때는 캐릭터에 집중해 글을 이어가면 좋다. 타인을 비평하는 일이 쉽고도 재미있기 때문에, 가끔은 거울을 보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109쪽
 인간관계가 좋은 편은 아니라고 자평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멋진 성취에 대해서라면 칭찬하는 말을 고르고 골라 전한다. 책이나 영화에 대해 쓸 때도 마찬가지다. 좋은 때는 좋다고 헌신적으로 말하도록 노력한다. 어떻게 하면 흔하지 않은 찬사를 보낼 수 있을까 진심으로 고민한다. 늘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113쪽
제대로 듣는다는 것은 선입견을 가능한 한 갖지 않고 바라보는 것을 뜻합니다.

다른 이들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내가 잘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했습니다.

116쪽
 모든 인간은 죽는다. 나도 죽을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삶을 살아본다는 일의 의미를 배워가야겠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리라. 

142쪽
<아이사와 리쿠>에 대하여..
울고 싶지 않아도 울 수 있는 재주.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우는 법을 배우거나 울지 않는 법을 배우고, 어떤 기분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가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잊어가면서 매일을 잘도 흘려보낸다. 남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괜찮은 이상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믿어버린다. 리쿠가 부모 곁에서 멀어져 있는 동안, 리쿠가 그동안 두르고 살아왔던 삶의 태도가 어디로부터 왔는지가 더 명확해지고, 리쿠는 뒤늦게 진짜 감정이라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나 자신의 삶으로부터 거리 두기에 실패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진짜 나의 것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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