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 - 기쁨의 감각을 천천히 회복하는 다정한 주문
김혜령 지음 / 웨일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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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프롤로그에서 자신만의 '살맛'을 만들어가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에 쿡 찔려버렸다. 다 읽는데 일주일 훌쩍 넘게 걸렸다. 총 다섯 장인데 어느 구절을 읽고 나면 목에 가시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책 내용을 꼭꼭 씹어 모두 소화시키려고 하는 건 내 욕심이겠지.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첫 책은 <불안이라는 위안>이었고 이 번이 두 번째 책이라고 한다. 김혜령이라는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임경선 작가를 좋아한다.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 시선이 참 좋다. 이 분은 또 다른 느낌인데 끌린다. 그 분의 첫 책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말한다. 자신의 생각 뿐 아니라 철학자, 심리학자 말도 종종 인용하는데, 편입 후 학교를 다니는 입장에서는 여러 선생님을 소개받은 느낌이었다. 와닿는 구절은 줄 그으며 읽는데, 어떤 부분은 한 페이지를 다 긋기도 했다. 

 글쓰기방에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이 책에서 공간에 대한 구절이 있어서 더 자세히 읽게 되었다. 공간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에서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고 했다. 한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은 확대된 자신이기도 하다. 매일 생활하는 집은 생활하는 사람을 닮는 이유기도 하다. 공간심리학자 바바라 페아팔은 '사람은 자신에게 잘 맞는 공간에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207쪽 발췌)고 설명한다. 그래서 집이 좋기도 하고 어떤 때는 탈출하고 싶기도 했다. 둘째가 어렸을 때는 쓰레기 버리러 가는 저녁시간이 그렇게 좋았다. 어떤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남편은 바쁘고 부재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올게' 해놓고 학교 운동장에 30분 동안 하늘에 구름 지나가는 걸 하염없이 보다 온 적도 있다. 왜 그랬었는지 그랬어야만 했는지 이 책 한 구절에서 답을 찾았다. 여러 번 읽을 것 같은 책에는 속지에 읽은 날짜를 적어둔다. 책을 읽은 무렵 생각도 같이 적는다. 다음 번에 읽으려고 펼치면 그 때 감정이 떠오른다. 책이 정말 내 것이 되는 느낌이다. 이 책에도 오늘 날짜와 생각을 적어 두었다.


 자기만의 공간의 완성은 또한 의무와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때에 가능하다. 한창 육아의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는 한 친구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에는 여유가 허락하는 한 집을 벗어나려고 한단다. 카페로, 근처 공원으로 나선다. 이 또한 결국 자기만의 공간을 찾는 시도이다. '집 안'은 온통 육아의 공간이 되어버려 집 안에 있는 한 '나'가 아닌 '엄마'일 뿐이니 자유로움을 느끼기 어려운 탓이다.
 자신의 역할과 책임이 육중하게 느껴질수록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어도 되는 곳으로, 아니 오로지 자신일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나의 쓸모가 전혀 없는 곳, 나를 규정할 수 없는 어딘가에서 잠깐이라도 머물며 나 자신을 확인하고 싶어진다.(210,211쪽)


사람을 알아갈 때는 서두르지 않을수록 좋다. 처음 엔 '비호감'이라 생각했던 사람을 오랜 시간을 두고 알아가며 좋아하게 된 일이 더러 있었다. 처음에는 경계심이 있었을 것이고 빨리 판단하고자 섣불리 편견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알아가다 보면 반드시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함부로 단어 몇 마디로 정의 내리지 않게 된다. '빠른 판단'은 사람을 미워하기 쉽게 만든다. 오래 두고 찬찬히 알아갈 수만 있다면 미워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 경계가 아니라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220쪽)


적당함의 선을 알고 행동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세련된 지혜가 아닐까.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한 말과 행동도 그것이 도를 넘는 순간 좋은 뜻을 잃어버리고 만다. 듣기 좋은 말도 지나치면 오해를 불러올 수 있으며, 심지어 사랑도 지나치면 관계를 무너뜨린다. (......)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삶을 즐기게 된 주된 비결을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이는 것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68,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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