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다
이상주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로그를 하며, 속상하면 적었고 위로받았다. 그때 몇 년째 인연을 이어오는 이웃님들도 있다. 얼굴보고 아는 사람들과 나누지 못할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흔들리며 살았던 내가 땅에 뿌리를 박고 살게 되었다. 글쓰기는 그랬다. 살기 위해서 적었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미움과 두려움으로 똘똘 뭉친 고슴도치가 되었을꺼다.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상처받을게 뻔하니까 다가가지도 않았다. 아마 내가 어떤 모양인지 모르고 평생 떨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와 비교해보면 '나'자체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타고난 기질이 있을테니까. 하지만 내 마음 모양이, 생김새가 어떤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상처받으면 이렇게 반응하는구나, 지금 내가 혼란스러운 건 눈 앞에 상황에 두려움을 느껴서 그렇구나 같이 조금씩 형체가 보이게 되었다. 글쓰기 덕분이다. 아직도 혼란스럽다. 두렵다. 하지만 예전처럼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내가 선택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라 착각했다면 지금은 나를 믿는다. 상황은 변하고 선택은 내가 한다. 감정도 행동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온다면 돌이켜보면 내가 상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투입했기 때문이란 걸 안다. 
사람이니까 화가 나고, 두렵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내가 힘들면 자식도 보이지 않을수도 있다. 독을 품으면 독을 쏟아낸다. 사랑을 품으면 사랑을 쏟아내겠지. 독이 어떻게 사랑으로 변할 수 있을까. 사람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스스로 정화할 힘이 있을까? 그럴 때 꺼내놓아야 한다. 글은 필터역할을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독기 품은 글로 가득찬다. 살기 위해 당연하다. 품은 독을 꺼내 놓아야 내가 살 수 있다. 그대로 안고 가면 몸이 아플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독이다. 꺼내 놓으면 보인다. 내가 피해자만은 아니구나. 의도하지 않게 나도 뾰족한 가시를 품고 살고 있었구나 하고.
 기억은 변한다. 마지막으로 꺼내놓았을 때 감정을 기억한다. 

 몇 년을 지켜본 친한 언니가 그랬다. "00씨는 힘들면 자신을 공격하는 스타일이예요. 그래서 걱정이예요. " 나를 정확하게 보셨다. 글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온전히 살아있었을까 싶다.

남들에게는 무난하게 지나갈 일도, 나는 예민하게 크게 느낀다. 그런 사람이라는 걸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며 깨달았다. 이상한게 아니라 그렇게 태어난거였다. 대신 보호막도 커서, 불안하면 주변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라는 것도 쓰면서 알게 되었다. 그랬다.

온전히 나로 살기 위해 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와닿았다. 
같은 종족이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글로 치유받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