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마음이 먼저입니다 - 조금 더 홀가분해지기 위해
웰시 지음 / 레드박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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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선글라스가 햇빛이 반짝거린다. 글자에서 '내 마음이' '먼저' 글자가 먼저 보인다. 한참 들여다봤다. 선으로만 된 그림에 마음이 먼저다. 제목을 그대로 담은 표지다. " 표지가 예쁜 책이 있나요?" 누가 묻는다면 고민없이 이 책이라 말하겠다.


내 마음에 접속을 시작합니다

비교와 경쟁으로 상처입고무언가 하지 않으면 불안하며
타인 앞에 위축되고, 함께 있어도 혼자라고 느낄 때
일시적인 위안으로 관심사를 돌리는 데 익숙한 당신에게
'진짜 내 마음
'에 오늘 얼마나 접속되어 있었나요?


프롤로그를 보는 순간부터 이미 빠져든 책이다. 사람과 사람, 책과 사람 사이에도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읽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아무리 책장을 넘겨도 친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람으로 이야기하자면, 오랫동안 보지 못했어도 늘 내 곁에 있어줄 거 같은 친구다. 

 도서관에 가면 심리학 책장 앞을 서성였다. 나는 왜 이런지 궁금했다. 왜 그런지 알기 위해 읽었다. 설명하려 했다. 정작 내 마음은 내버려두었다. 내 마음은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림에 대해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아니 그리게 되었다. 그림은 나와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고민하다가 시작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 동안 내가 잘 못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은 그리는게 먼저가 아니었다. 일단 관찰해야 한다. 첫 미션이 그랬다. 주어진 그림을 일정시간 보고 덮은 후, 그대로 그려보기. 당연히 달랐다.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해봤는데 내 그림과 달랐다. 우리는 같은 그림을 보고 그렸는데. 그 다음 보고 그대로 그리는 미션도 있었다. 나는 못 그릴 줄 알았다. 한 번 보고 한 줄 그리고, 한 번 보고 또 한 줄 그리고 시간이 걸렸지만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하면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분들 그림을 보고 풍선 바람꺼지듯 작아졌다. 계속 시도하기 보다는 미루었다. 시험기간이라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리면 그릴수록 내가 못 그린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까봐 두려웠던거다. 잘그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저자는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WEE클래스 전담전문 상담사, 대학교 전문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마음을 그리는 심리상담사로 글과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주어진 역할 안에서 즐겁게 살아가는게 목표라고 한다.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위 그림에서 '그래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일이 낯설고 어려웠다' 한 문장만 읽었으면 텍스트로만 받아들였을거다. 하지만 아래 그림을 보니 느낌이 달랐다. 나도 저렇게 마음을 떠 안고 살고 있었다. 미숙하고, 공허하며, 가끔 오는 무기력함에 깔리기도 하고, 누가 보지 않았을까 수치스러워하고, 지금 잘하고 있는건가 불안했다. 혹시나 더 나아지지 않을까 우울해하고, 가까운 이에게 화도 냈다. 바뀌지 않는 나 자신에게 답답하기도 했다. 옆 그림처럼 내 감정을 억누르며 살고 있으면서 나는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 착각하고 살았다.

그랬다. 억누르고 있었다. 표현하며 살고 있다고 착각했다.



웰시의 그림과 글을 통해서 내 마음을 비추어볼 수 있었다.

 나도 그랬다. '무언가 간절히 열망하는 나'와 '가치 없는 존재가 될까봐 두려워하는 나' 사이에서 질투심을 느꼈다. 내가 공부를 하는 이유 중 하나를 들여다보니 그랬다. 가치없는 존재가 될까봐 두려웠다. 나 스스로도 그런 마음이 컸고 주변 환경도 그랬다. 넌 무언가가 되어야 해 라는 압박감이 나를 뒤덮었다. 그래서 눈 뜨면 책상에 앉았나보다.

걱정과 불안이 많다.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많은 부분을 통제하려 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더욱 뚜렷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통제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고 우리 엄마도 그랬구나 싶었다. 엄마가 자식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려고 한 마음 아래에는 우리가 행여나 잘못 될까봐하는 걱정과 불안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던거다. 우리는 믿기에는 불안한 마음이 엄마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랬다. 

이렇게 나름 해석하고 나면 또 나에게 말한다.
 '알았으면 넌 이제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더 나아져야지.' 
다그친다. 더 나아진 내가 되어야만 해.



삶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은 내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와 같을 뿐
그 자체가 곧 '나 자신'은 아니기 때문에
매일 다르게 입는 옷처럼 '부분'으로 여기며 
가만히 들여다보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22쪽)



"내 모습 그대로 진실하면서도 담백하게 관계 맺는 법을 배워갑니다."

"오늘은 오늘의 분량을 살아요.
매일 한 걸음씩 걷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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